다국적 제약사들의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가 앞으로 정기총회를 공개해 투명성을 제고할지 주목된다.

그동안 한국제약협회, 수출입협회, 도매협회, 병원협회, 의사협회 , 병원협회 등 모든 의약관련 유관단체들은 매년 정기총회를 열며 지난 1년 동안의 결산과 예산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히고 있다.

정기총회는 회비가 계획대로 잘 쓰였는지를 회원사들에게 보고하고, 잘했으면 칭찬받고 잘못이 있으면 지적받는 감사성격의 자리다. 일부는 지난 업적을 홍보하기 위해서라도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하지만 KRPIA는 설립 이래 한번도 예결산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회원들에게 내부적으로 공개하고는 있다고는 하지만 연말에 슬라이드 형태로 약식으로 보여줄 뿐 자세한 항목이 담긴 보고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면, 많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썼느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협회 측은 "공개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보다는 관례상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말인 즉 만큼 회원사들의 문제삼지 않았고, 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일 수 있다. 협회 이사회조차도 회운영을 지적하는 의견은 없었다.

그러나 규모가 커지고 조직이 갖춰지면서 이제는 투명성 제고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KRPIA는 40여개의 회원사를 두며, 연간 30~35억원을 쓰는 규모있는 조직이다. 몇 년 전부터는 제약사 기부, 해외학회 정산등을 협회를 통해 하고 있어, 실제 운영비용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구체적인 세입 및 세출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은, 자칫 투명성에 치명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몇몇 회원사들 사이에서 KRPIA의 역할에 문제를 제기하고 있어 언제가는 회운영 문제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 문제를 바로 잡기 위해서는 협회를 이끌고 있는 김옥연 회장의 관심이 필요하다. 제약사 경영이라는 이유로 실질적인 운영을 내부 임원에게 맡겨놓고 있는데 적극적인 운영형태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협회를 어떻게 발전시켜 나갈지, 어떻게 역할을 전문화시킬지도 그가 해결해야하는 문제다. 최근 협회가 고민하고 있는 홍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매년 다국적 제약사들의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투명성이다. 그러한 기업 철학은 단체에 속한다고 해서 바뀔 수 없다. 문제를 제기하자 최근 KRPIA가 정기총회를 언론에 공개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는데, 쉽지 않는 모양이다.

그러나 문제될 게 없는 한 예결산 내용을 공개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 오히려 비공개 입장을 고수하는 한 KRPIA의 투명성 논란은 계속 따라다닐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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