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성 윤리성 위해선 정부관리 일원화 필요

대한이식학회가 29일 영종도에 위치한 인천 그랜트 하얏트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이식 정책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뇌사자 장기 배분 주체는 코너스(KONOS,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가 돼야한다"

대한이식학회가 최근 국회에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장기기증 등록 및 배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따른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 법은 현재 신상진 의원실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학회 측은 비정부단체(NGO)가 장기이식 환자를 매칭하는 일은 해외에서도 볼 수 없는 사안이라며 뇌사자 장기이식 문화 확산과 투명환 관리를 위해 국가가 관리할 수 있도록 힘을 쏟아야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이식학회 안규리 이사장은 29일 간담회에서 “장기이식을 받으려면 기증자와 대기자가 있어야 되고 원활한 수술을 위해 국가가 관리하는 대기자 명단에 있어야 한다”며 원스톱 제도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한 그는 “공여자 이식은 응급수술이 기본이다. NGO가 주체가 되는 경우 응급으로 이식수술을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법과 절차도 투명하지 않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연세의대 김순일(대한이식학회 차기이사장) 교수는 “장기이식은 객관성과 공평성이 기본 원칙이므로 국가에서 기증자와 대기자를 만드는 것은 기본”이라며 “민간주도로 이뤄질 경우 투명하지 않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강조했다.

한양의대 권오정 교수는(정책이사)는 “민간에서는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매칭될 지 사실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며 “특히 비용과 관련된 문제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으며, 실제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몇해 전 NGO에서 장기 배분과 관련해 비용과 관련된 비리 문제도 제기된 바 있다.

권 교수는 “이중 솔직히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돈문제라면서 투명한 이식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일원화된 배분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민간주도의 비영리단체의 역할은 생명나눔문화를 확산하는 문화 및 사회적 동참운동이 돼야할 것이라고 했다.

장기등록 문제도 해결 사안

그렇다면 배분에 앞서 장기등록관리는 잘되고 있을까? 솔직히 말하면 아직 해결해야할 숙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민간단체가 그 역할을 대신하겠다는 것도 어쩌면 이런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장기기증 희망 뇌사자가 발생하면 한국장기기증원을 통해 등록된다. 또 장기외에 다른 신체조직과 사후기증은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이 맡아 등록 관리된다. 장기습득을 위해서는 두 기관이 고통스런 환자가족을 번갈아 설득해야하는 상황이다.

이같은 지적이 나오자 지난해 10월 복지부 주도하에 양기관이 상호 업무협력을 체결했다. 하지만 아직 콜센터만 통합됐을 뿐 업무는 여전히 제각각으로 운영되는 등 갈길이 멀다. 통폐합도 추진되고 있는데 상호명을 둘러싼 논란도 벌어지고 있다.

김순일 교수는 “두기관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복지부에서 통합TF팀을 만들고 있다. 기본적인 합의는 봤지만 기관을 합치는 문제라서 복잡한 문제가 있는 모양"이라며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합치더라도 기증자가 줄어들어서는 안되는 것이 중요하다.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말했다.

한편 장기이식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한 제도는 빠르게 정착 중이다. 현재 장기기증을 발목잡는 가장 큰 문제는 공여자의 의료비와 장제비 등 보상 문제이다.

장기를 사고파는 것은 엄격히 불법으로 간주되지만 이식이 이뤄지기 직전까지 치러야하는 의료비까지 내면서 환자 가족들에게 이식을 독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또 사회에 기여한 기증자에 대한 예우 차원에서 장제비도 해결할 부분이다.

전남대 정상용 교수는 “지난 1년 동안 논의를 거쳐서 올 년 말이면 윤리보상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세계보건기구 등 외국단체서는 장례비 지원제도도 비윤적이라고 판단했는데 한국의 장제문화를 보고받고 이해하는 쪽으로 합의도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 숙제는 원정이식 오명 벗기

대한이식학회는 이번 학회를 계기로 해외원정이식의 오명도 벗어 던기기를 희망하고 있다. 지난해 8월 홍콩에서 세계이식학회가 열리기 앞서 호주 제리미 챕맨(세계이식학회 전 회장) 교수가 한 한국과 중국이 원정이식 국가라고 폭로한 것.

안 교수는 “원정이식은 자급자족이 일어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지만 2002년 장기 공여자 프로그램이 생기면서 서서히 해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중국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계기로 사형수 장기 매매 이식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우리나라의 해외원정 이식이 줄고 있다"며 "무엇보다 뇌사자에 대한 홍보와 교육이 늘어나면서 해결되고 있다”며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그는 "대한이식학회가 국제학술대회로 전환해 열고 있는 것도 세계이식학회가 추구하는 윤리적 기준을 충족하고 있다는 것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라며 "한국 이식술이 세계적인 수준인 만큼 그에 맞는 공여자 이식자 관리도 선진화되길 바랄 뿐이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날 열린 대한이식학회는 처음으로 국제대회로 전환해 열렸으며, 국내외 이식전문가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성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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