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이자제약 오동욱 대표이사

화이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올해 1월 1일부터 신임 사장인 오동욱 대표이사가 선임된 것이다. 오 대표는 1969년생으로, 역대 한국화이자 대표이사 중 가장 젊은 사장으로 기록된다.

제약업계 연구원으로 입문해 프로덕트 메니저(PM)로 마케팅을 배웠고 이후 중간관리자와 총괄 헤드를 거쳐 최종 대표이사직에 올라온 사례도 처음이다. 의사 출신을 대표로 발탁했던 화이자가 약사 출신에 눈을 돌린 것도 파격이라면 파격이다.

이러한 경험자를 한국의 GM(제너럴 메니저)으로 발탁했다는 것은 화이자가 실무경험이 많은 사람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다면 유사한 사례가 또 나올지 말라는 법도 없다. 새롭게 화이자의 남자가 된 오 대표를 만나 다양한 생각을 들어봤다.

 

연구원으로 제약업계 입문 마케팅 두루 거쳐 대표로 발탁

오 대표는 1994년 한일약품 연구원으로 시작 1999년 MSD, 2003년 AZ, 2006년 와이어스, 2010년 화이자-와이어스를 거쳐 현재의 위치에 올랐다. 다국적 제약사의 주요 요직을 두루 걸린 제약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보니 기자와 인연도 적잖다.

그런 그가 결국 대표로 선임된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수순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운이 좋았다며 솔직함을 드러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원하는 것을  이루거나 노력한다고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다양한 상황 속에서도 도움 주시는 분들이 많았고 화이자와 같이 좋은 기업에 소속되어 있어 기회가 많았다"고 말했다.

오 대표의 정확한 직함은 한국화이자제약 대표이사 사장 겸 혁신제약사업부문 한국대표(Country Manager & Global Innovative Pharma Korea Lead)이다. 현재 화이자는 사업부분장을 필두로 사실상 대표체제를 표방하고 있다. 오케스트라로 치면 전체를 아우르는 지휘자이자 현악기 부분 파트장인 셈이다. 다른 사업부는 또다른 파트장이 맡는다.

때문에 오히려 더 많은 무거움과 책임감이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또한 도전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자신감은 그의 경험과 젊음에서 나온다.

그는 "회사 법인을 대표하는 대표이사로서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역할, 이해관계자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영향을 주는 과정들이 보람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며 오히려 새로운 시도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철학이라면 관계에서 발생하는 실패도 두려워할 필요없어 보인다.

그가 뿜어내는 호기심과 용기는 화이자가 추구하는 변화에도 빠르게 적응하겠다는 의미도 들린다.

현재 화이자는 과거와 달리 환자 중심으로 두드러지게 변화하고 있다. 이전까지 리피토, 비아그라와 같은 블록버스터가 회사 전체 매출을 감당하는 구조였다면 지금은 소수의 블록버스터에 의존하기는 어려워 졌다. 그래서 최근 화이자는 'Pfizer Essential Health'와 'Pfizer Innovative Health'로 나눴다.

그는 "변화의 중심에는 환자를 고려한 측면이 크다. 집중 분야를 다변화해 지속적으로 성장가능한 모델을 만드는 것에 모든 회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화이자도 예외가 아니며 제약사 중에서 선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법인분리를 철회하기는 했지만 그안에도 환자중심이 들어있었다고 설명했다.

어떤 그림을 그리고 있을까?

큰 그림(성장)을 그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밑그림인 스케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은 바로 소통의 밑그림이다. 직원들의 눈높이에서 듣고 대표이사로서 지닌 방향성을 격식없이 나누는 일이다.

그는 "공식적인 미팅도 하지만 캐쥬얼하게도 직원들과 식사자리나 티타임 등을 통해 소통하는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며 "일선에서 직원들이 가지고 있는 고충이나 향후 비전을 충분히 경청하고 실제 의사 결정에 반영하여 직원들이 업무에 몰입하고, 결과적으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서포트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20년 넘게 제약사에 몸담으면서 선배들에게 터득한 소통법이기도 하다.

오동욱 대표

또한 이런 믿음은 자칫 불쑥 생길 수 있는 두려움도 없애줄 것으로 믿고 있다. 현재 화이자는 여러가지 품목을 고루 성장시켜야하는 숙제도 있다. 잴코리를 포함 입랜스와 같은 항암제는 물론, 최근 선보인 젤잔즈도 있다. 또 컨슈머 사업도 잘 돌아갈 수 있도록 기름칠을 쳐야하지만 큰 걱정은 안한다.

그는 "경구용 류마티스치료제 젤잔즈는 급여가 확대되면 내년에 눈여겨 봐야 할 제품 중 하나"라며 애정을 과시했고 "혁신적인 유방암 치료제인 입랜스도 국내를 비롯해 세계적으로 기대가 큰 제품"이라고 말했다.

금연 치료제인 챔픽스는 올해 많은 성장이 있었지만 정부의 금연 사업과 맞물려 지속적으로 성장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애드빌이 있는 컨슈머 헬스케어 사업부는 작년에 조직재편, 정비했고 신동우 전무 지휘 아래 보다 적극적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도 대표가 된 후 신경을 많이 쓰고 싶은 영역이다. 그래서 헬프에이지와 함께 화이자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인 '헬시 에이징 캠페인(Healthy Ageing: 건강하게 나이들기)'를 만들었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건강하게 나이들기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고 국민 건강 증진을 돕기 위한 것이다.

오 대표는 "전 세계적인 이슈로 대두되고 있는 고령화에 주목해 이에 대한 사회적 담론을 활성화하고자 지난 2012년 미국에서 시작된 이래, 아태 지역에서 최초로 2013년부터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화이자는 이번 협약식을 계기로 '헬시 에이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해 보다 건강한 사회 및 정책적 환경을 조성할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그밖에 영업툴인 화이자 링크도 계속 발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세계적으로 업종을 불문하고 가장 큰 화두 중 하나는 디지털과 멀티 채널 마케팅이다. 따라서 화이자는 새로운 기술 변혁의 시대에 이를 어떻게 기업 차원에서 적용해서 선두적인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최근 김영란법으로 강조되고 있는 윤리경영에 대해서는 이미 시행된 내용이라 큰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이런 노력으로 성장을 이뤄내면 그는 더 높은 자리에 있을지도 모른다. 그는 "한국의 많은 인재들이 이미 리전과 글로벌에서 활약하고 있다. 본인도 이전 회사에서도 리전에서의 역할을 했었다. 지금의 역할이 경력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기회만 된다면 더 높은자리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많은 재외 국가에서 한국인이 대표이사가 되면 그 후광으로 기회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오 대표가 한국화이자 대표를 뛰어넘어 화이자 본사로 입성해 인재발굴에도 영향력을 발휘해줄지 기대되는 부분이다. 그런 운이 있는 후배를 인터뷰할 때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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