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식 5000례 성공 ... 수술 성공률, 수술방법, 새로운 시도 등 세계 최고 입증

▲ 서울아산병원이 간이식 5000례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간이식팀은 최근 말기 간경화와 간암으로 생명이 위독한 40대 남성에게 조카의 간을 성공적으로 이식함으로써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간이식 5000례의 대기록을 달성했다.

지난 1992년 8월 처음으로 간이식 수술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5천명의 말기 간질환 환자에게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변형우엽· 2대1 간이식 등 진화를 거듭한 생체 간이식 수술법의 개발과 수술 전후 관리의 향상에 힘입어 수술 성공률 97%를 기록하고 있으며, 환자들은 거부반응이나 합병증 없이 20년 넘는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세계 간이식계가 서울아산병원의 경험을 세계 최고의 수준이라고 인정하는 데에는 치료가 어려운 중증 환자들을 제외시키지 않았음에도 97%(1년), 89%(3년), 88.5%(5년)라는 뛰어난 생존율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 5000명의 환자 중 대다수의 환자가 시급히 간이식을 받지 않으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다.

생체간이식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보였다.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뇌사자 간이식을 주로 하면서도 한국보다 간이식 역사가 긴 미국(UNOS)의 간이식 생존율 88.7%(1년), 82.7%(3년), 79.7%(5년)을 훨씬 뛰어넘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이번 5천례를 달성하는 동안 2007년부터 2015년까지 9년 연속 연 300례 이상의 간이식 수술에 성공하는 등 꾸준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2011년과 2015년에는 전 세계 간이식센터 가운데 가장 많은 연 400례 이상을 시행했는데,  이는 간이식 수술의 높은 안정성과 성공률에 바탕한 것이다.

특히 전체 간이식 환자 중 건강한 사람의 간을 일부 떼어 옮기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4211례를 기록, 단일병원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그리고 생체 간이식 수술에서 간을 떼어주는 기증자의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사망자는 물론 수술에 따른 합병증도 전혀 발생하지 않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생체 간이식 수술법도 눈여겨볼만하다. 아시아권은 물론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의료 선진국의 국제 표준 치료의 프로토콜로 자리잡고 있어서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 1999년 1월 간이식을 받는 환자에게 좌엽보다 크기가 더 큰 우엽의 간 기능을 극대화해 이식 수술의 성공률을 크게 향상시킨 '변형우엽 간이식'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이전 한해 30례에 그치던 생체 간이식은 이 수술법을 통해 100례를 넘기며 성공률도 당시 70%에서 95%를 넘는 획기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변형우엽 간이식'은 간이식 수술법에 대한 기존 개념을 바꾸어 놓은 획기적인 업적으로 평가 받고 있으며, 세계 간이식계는 이 방법을 프로토타입 표준 술기로 삼고 있다.

나아가 서울아산병원은 2000년 3월 세계 최초로 '2 대 1 생체 간이식'이라는 이식 수술의 기증자 영역을 크게 확장시킨 고도의 수술법을 성공했다. 환자에게 줘야 할 간의 양이 적은 경우 두 사람의 간 기증자로부터 간의 일부를 각각 떼어내 한 사람의 환자에게 기증하는 수술법으로, 당시 시행하던 우엽 단독 이식만으로는 생존이 불가능했던 437명의 생명을 이 수술로 지금까지 구할 수 있었다. 현재 성공률 100%를 자랑한다.

또한 혈액형이 달라도 이식을 가능하게 한 ABO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은 이식이 까다로운 성인 환자에게서만 현재 세계 최다인 379건의 수술을 기록하며, 성적 또한 혈액형 적합 간이식과 동등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처럼 말기 간질환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법인 간이식 수술을 발전시키며 최다 시행·최고 성공률을 거둔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을 세계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60년 전 한국 의사를 가르쳤던 미네소타 대학병원의 의료진이 생체 간이식을 배우기 위해 지난 2015년 11월부터 서울아산병원을 직접 찾고 있다. 매년 미네소타 병원을 포함한 해외 의료진 수백명이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과 숙식을 함께하며 첨단 간이식 기술을 전수받고 있다.

나아가 의료 선진국으로부터 받았던 혜택을 되돌려 주기 위해 2011년부터 최근까지 몽골을 13회 찾아 24례의 간이식 수술을 현지에서 시행했다.

2012년부터는 베트남도 9회 찾아 9례의 수술을 진행하는 등 개발도상국을 직접 방문해 의료기술을 전수하는 한편 이들 국가의 의사들을 서울아산병원에 초빙해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이승규 간이식외과 석좌교수는 "지금까지 성공 가능성이 매우 낮은 절체절명의 중증환자들을 포기하지 않았음에도 수술 성공률이 매우 높다는 점에 큰 자부심을 가진다"며 "국내를 넘어 세계 의료계의 '생체 간이식 메카'로 자리 잡게 한 세계 최고의 성공률은 더 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한 모든 팀원들의 협력과 열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신 장기이식센터 소장(간이식외과 교수)은 "6월부터 뇌사 간이식의 수혜자 선정 시 미국과 유럽의 표준 기준이 적용돼 더 많은 뇌사자 간이식이 시행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서울아산병원 국제 표준 간이식 프로그램은 국내 및 세계 간이식의 발전을 선도하며 더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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