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 녹십자 박두홍 종합연구소장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 때문에 신약개발을 망설이던 때는 지났다. 요즘 제약사들은 오히려 앞다퉈 인력과 투자비용을 늘리며 신약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각 사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전략은 2020년 바이오헬스산업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혁신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소장 또는 개발본부장을 만나 각 사의 신약 연구개발 현황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위치와 가능성을 들어봤다.

④ 녹십자 박두홍 종합연구소장

 

 

녹십자는 제약회사 매출 1조원 시대를 연 주인공 중 하나다. 국내 매출도 두자릿 수로 성장했지만 특히 해외시장에서의 높은 성과가 실적으로 직결됐다는 평가다.

효자품목은 단연 백신이다. 독감백신, 수두백신 등은 국제기구 입찰 수주 물량 확대로 전년 대비 실적이 51.5% 증가했다. 최근에도 범미보건기구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최대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하는 쾌거를 올렸다.

물론 녹십자에 백신만 있는 것은 아니다. 혈액제제 'IVIG-SN'와 헌터증후군치료제 '헌터라제',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항체 등도 글로벌 진출을 준비 중이다.

녹십자 박두홍 종합연구소장은 "연구개발 경쟁력을 가진 백신에 주력하면서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한 국내외 R&D 네트워크를 활용해 항암항체, 감염치료제 등 분야에서도 혁신신약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이어 "올해는 다양한 글로벌 과제를 수행함으로써 녹십자 제품이 선진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회사 연구개발 조직 현황은?

녹십자는 기초연구와 실용연구가 분리된 연구조직 체계를 가지고 있다. 신물질 발굴과 이를 개발하는 연구 접근법은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재단법인인 목암연구소는 후보물질 발굴 등의 기초 연구를 수행하고 녹십자 종합연구소는 그 후보물질 상용화에 주력하고 있다. 목암연구소, 생산시설 신제품 개발 및 품질관리 인력 포함해 총 연구인력은 약 460명 정도다.

- 회사가 주력하는 파이프라인 분야는?

녹십자는 매년 매출액의 10%에 달하는 금액을 연구개발(R&D)에 투자해 왔으며, 올해는 단기 이익 감소의 부담을 무릅쓰고라도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려 미래지향적 가치를 실현하려 힘쓰고 있다. 그 결과 올해 여러 과제들이 임상단계 및 허가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제제별로 백신과 재조합단백질(Recombinant protein), 혈장단백질(Plasma derived protein), 단클론항체(Monoclonal antibody) 분야를, 질환별로는 감염성 질환, 암, 희귀난치성 질환에 주력해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 신약 연구개발 진행 상황은?

올해는 글로벌 과제 수행을 통해 녹십자 제품의 선진시장 진출을 성공시키는 데 속도를 낼 계획이다. 혈액제제 'IVIG-SN'는 지난해 미국 FDA에 생물학적제제 품목허가(BLA)를 신청했고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는 글로벌 진출을 위한 임상을 준비 중이다.

또한 혁신신약으로 개발 가능성이 높은 항체 신약 및 희귀질환치료제 분야에서도 연구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B형 간염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항체인 'GC1102'는 세계 최초로 간이식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며, 만성 B형간염 환자 대상으로는 지난해 임상 1상을 시작했다. 대장암을 타깃으로 하는 'GC1118'은 기존 치료제와 차별화된 기전을 가진 항체치료제로 현재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이미 확보된 우수한 항체 Library를 통해 여러 항암 면역치료용 항체제제 후보물질 발굴 등의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덧붙여 기존 출시된 헌터라제의 투여 경로 다양화를 위한 후속 연구가 진행되고 있으며, 차세대 혈우병 치료제를 비롯한 다양한 혁신 바이오 신약은 비임상 단계의 공정개발에 들어가 있다.

녹십자의 강점인 인플루엔자 백신도 빼놓을 수 없다. 작년에 허가받은 4가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H5N1 조류인플루엔자 백신 등은 그동안의 연구개발이 결실을 맺은 성과다. 지난 2009년 국내 최초 계절인플루엔자 백신, H1N1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등을 시작으로 최근 허가받은 백신에 이르기까지 단가, 3가, 4가 백신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바이러스주에 대응력을 갖추고 있다.

더불어 다인용(multi) 및 일인용(single) 바이알(vial)과 프리필드시린지까지 다양한 제형으로 개발하는 등 모든 형태의 인플루엔자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 것은, 앞으로 다가올 수 있는 감염병 대유행 대응과 백신 개발을 위해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 녹십자의 백신 경쟁력과 향후 계획은?

녹십자의 독감백신은 국제기구를 통해 30여 개국에 수출되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안정적 백신 공급을 원하는 시장 수요 등을 고려하면 선진시장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최근 세계 최대 백신 수요처 중 하나인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범미보건기구의 남반구 의약품 입찰에서 약 3200만달러(한화 387억원) 규모의 독감백신을 수주한 것으로 녹십자의 경쟁력은 입증됐다.

녹십자가 다양한 바이러스주의 대응능력과 다양한 제형을 개발하는 등 백신사업 역량을 단단히 키워온 만큼, 다각도의 사업적 분석을 통해 경쟁력 있는 백신을 선별해 글로벌 제품으로 키울 계획이다.

- 기타 연구개발 전략 및 해외 롤모델 제약사가 있다면?

신약개발에 있어 오픈이노베이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녹십자는 자체 연구소의 효율 극대화는 물론, 산학 협력 및 해외 선진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 국내외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로 세포치료제, 백신, 혁신신약 분야에서 더욱 효과적인 R&D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인 CSL이 혈액제제와 백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 회사는 인수, 주력 사업부문 재편 등 선택과 집중을 통한 내부 역량 강화와 전략적 오픈이노베이션으로 기업을 성장시켰고, 이를 바탕으로 혈액제제, 항암제 등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녹십자도 CSL과 같이 연구개발 경쟁력을 갖고 있는 혈액제제와 백신에 대해 집중하며 글로벌 제약회사로 성장하고 있다. 또 이러한 연구개발 능력과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으로 국내외 R&D 네트워크를 활용해 항암항체, 희귀질환치료제, 감염성 질환 치료제 등 기존 역량과 연계될 수 있는 분야의 혁신신약을 개발하는 방향으로 나갈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