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연구센터 권세창 부사장

오랜 시간과 막대한 비용 때문에 신약개발을 망설이던 때는 지났다. 요즘 제약사들은 오히려 앞다퉈 인력과 투자비용을 늘리며 신약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각 사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 전략은 2020년 바이오헬스산업 세계 7대 강국으로 도약을 기대하게 한다. 혁신신약 개발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소장 또는 개발본부장을 만나 각 사의 신약 연구개발 현황과 글로벌 시장에서 국내 제약사들의 위치와 가능성을 들어봤다.

③ 한미약품 권세창 연구센터부사장

 

 

지난 2015년은 '한미약품의 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8조 규모의 기술수출 계약으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았고 이에 따른 수익은 한미약품을 제약업계 1위 자리에 올려놨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여전히 배가 고프다. 임상 단계에서 수출된 신약물질이 제품화돼 세상의 빛을 보는 것도 지켜봐야 하고 회사의 숙명적 과제인 글로벌 신약개발도 지속해야 한다.

한미약품연구센터 권세창 부사장은 "라이센스 계약된 신약들이 최종 상업화에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유기적으로 협력할 것"이라며 "이제 막 조성되기 시작한 제약 R&D에 한미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경험과 노하우, 자본을 통해 한국의 신약개발 붐을 일으켜 보겠다"고 말했다.

- 회사 연구개발 조직 현황은?

미래가치인 혁신신약 개발과 현재가치 창출을 위한 제제연구 개발을 구분해 독립적으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혁신신약 연구는 경기도 동탄 한미약품연구센터에서, 개량•복합신약 등 제제연구는 경기도 팔탄의 제제연구센터에서 담당한다. 중국 현지법인 북경한미약품 연구센터와도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북경한미 및 정밀화학을 포함한 한미약품 그룹사의 총 연구인력은 약 500여 명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북경 연구센터에는 북경대, 칭화대 등 중국 최고대학 출신의 연구원 150여 명이 근무 중이며 합성신약(자가면역), 바이오신약(당뇨•비만) 분야 연구를 진행 중이다. 특히 이 곳에는 원숭이를 이용한 전임상 실험 인프라도 구축돼 있다.

- 회사가 보유한 신약 파이프라인은?

당뇨, 비만, 항암, 자가면역질환 등 4가지 전문 치료 영역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27개 신약 파이프라인(바이오신약 8개, 합성신약 12개, 개량•복합신약 7개)을 가동하고 있으며 이 중 10개 파이프라인은 사노피, 릴리, 얀센, 베링거인겔하임 등 글로벌 제약기업에 라이센스 아웃돼 파트너십을 통한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 작년 라이센스 계약 소개와 함께 추후 진행될 임상 과정에 대해 설명한다면?

작년 7개 신약물질에 대해 8조원 규모의 라이센스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2상을 진행 중인 다중표적 항암신약 'Poziotinib'은 지난해 2월 미국 스펙트럼에 라이센스 아웃됐다.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는 유럽 1상을 완료하고 지난해 3월 릴리와 계약을 체결했다.

국내 2상을 진행 중인 내성표적 폐암신약 'HM61713'는 지난해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라이센싱돼 현재 글로벌 2상에 착수했으며, 같은 해 11월에는 중국 자이랩에 기술 수출됐다. '퀀텀프로젝트'는 작년 11월 사노피에 라이센스 아웃돼 '에페글레나타이드(최장 월1회 투여 가능 GLP-1 계열)’는 글로벌 2상이 완료됐으며, 'LAPSInsulin115(주1회 투여 인슐린)’는 글로벌 1상을 진행 중이다.

에페글레나타이드와 LAPSInsulin115를 결합한 신개념 인슐린복합제 'LAPS Insulin Combo'는 전임상을 완료했다. 현재 글로벌 1상 진행 중인 당뇨-비만치료제 HM12525A은 작년 11월 얀센에 라이센스 계약이 체결됐다.

그 밖에 미국 스펙트럼과 지난 2012년부터 공동개발 중인 호중구감소증 바이오신약 '에플라페그라스팀'의 경우 최근 미국 3상을 본격화했다. 기술수출된 신약들이 최종 상업화에 안정적으로 도달할 수 있도록 파트너사와 유기적 협력을 통한 연구개발에 매진할 것이다.

 

- 글로벌 신약개발 성과를 가능케 한 전략과 지향하는 R&D 방향은?

제네릭에서 개량•복합신약, 혁신신약으로 이어지는 한국형 R&D 전략을 통해 현재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 과정에서 약 15년간 9000억원대 R&D 투자가 이뤄졌다. 1990년대부터 바이오의약품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왔고, 2000년대 접어들면서 혁신신약 개발을 본격화했다.

우리가 자체 개발한 기술은 물론, 외부의 유망한 물질을 도입하고 함께 개발해 나가는 데도 관심이 많다. 올 1월 개최한 '한미 오픈이노베이션 포럼'에서 우리의 전략과 비전이 제약업계의 큰 공감을 이끌어 냈다고 생각한다. 오픈이노베이션은 단순히 우리 파이프라인을 확대한다는 차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제 막 조성되기 시작한 제약분야 R&D에 우리가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또 우리의 경험과 노하우, 자본을 통해 한국의 신약개발 붐을 일으켜 보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학계, 벤처, 연구기관, 국내외 제약사와 한미약품, 그리고 글로벌 제약기업의 협력을 통한 오픈이노베이션은 한국의 신약개발 생태계를 건강하게 조성하는 것은 물론, 효율적인 자원 활용을 통해 혁신신약 개발의 가능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는 가장 합리적인 전략이 될 것이다.

- 국산 신약개발 전략 핵심은?

'선택과 집중’이 핵심이다. 또 오랜 기간 인내를 갖고 대규모 R&D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 만큼 각 회사가 신약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어야 한다. 특히, 실패를 또 다른 기회로 여기는 기업 문화는 필수적 요건이다. 신약개발 과정이 다양한 분야의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성과를 도출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 영입과 육성, 전문가들 간의 유기적인 소통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신약개발을 가로막는 장벽과 극복방안은?

그동안 한국은 의약품의 '가치'보다 공공재 또는 복지의 관점에 주목해 왔다. 가치에 비해 적정한 약가를 보장받지 못하는 약가정책 등은 제약기업의 담대한 신약개발을 주저하게 만든다. 단순히 업체별로 정부 지원금을 배분하는 방식의 신약개발 유인책보다는 기업들 스스로 신약개발에 적극 도전할 수 있는 R&D 생태계를 정부가 나서서 구축해줬으면 한다.

결론적으로 제약 R&D에 대한 인식 제고, R&D 분야 세제혜택 확대, 공공성을 확보하되 약의 가치에 대한 적정수준의 보상이 주어지는 약가정책 등이 뒷받침된다면 글로벌 신약개발이 가속화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내수시장도 중요한 성장동력이다. 내수를 겨냥한 차별화 전략은?

작년 R&D 부문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지만, 지난 5년 여간 국내 사업(영업) 부문에서는 우리가 달성하고자 했던 목표에는 미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경쟁력 있는 신제품을 많이 출시했다. 우리는 항상 '남들과 똑같아서는 성공할 수 없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다. 차별화된 제품, 의료진 처방의 폭을 획기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신제품들을 발굴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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