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항노화치료<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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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연장의 꿈.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노화방지 화장품, 식품, 의약품과 같은 항노화제품부터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항노화산업의 시장규모는 2015년 기준 365조원을 돌파했다. 국내 규모 역시 연평균 10%의 빠른 성장세를 보이며 2020년에는 28.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추세를 따라 의료계에서도 개원가를 중심으로 노화방지클리닉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양적 성장에 반해 노화방지의학(antiaging medicine)에 대한 근거 수준은 미약한 단계다. 정부나 공신력 있는 기관으로부터 표준화된 지침이 발표되지 않았고, 일반인은 물론 임상의들 사이에서조차 정확한 지식이나 정보가 없는 실정이어서 평가 또한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다. 호르몬 보충요법을 비롯한 각종 항산화비타민, 첨가물, 재생의학 등 다양한 접근이 시도되지만 아직까지 운동, 생활습관 교정 외에 이렇다 할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은 없었다. 또 이를 환자에게 적용하는 데 따른 윤리적, 법적 문제의 소지도 뒤따른다. 지금까지 밝혀진 근거들을 토대로 진정한 항노화의 의미와 함께 항노화의학의 현주소와 주요 쟁점들을 짚어봤다. 1. 항노화치료<上> |
노화방지 가능한가
세계는 지금...'성공적 노화'에 집중
전 세계적으로 노화와 관련해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노화의 원인이 DNA 손상이나 내분비기관의 적응력 감소로 인한 호르몬 변화, 산화스트레스 및 에너지대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 것도 그러한 성과들 중 하나다.
그러나 이러한 노화과정을 막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여부를 논하기 위해서는 먼저 '노화'에 대한 명확한 정의가 선행돼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화란 성숙의 다음 단계로서 시간이 갈수록 비가역적으로 나빠져 사망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들면서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과 항상성 유지능력이 감퇴되고, 외부 스트레스에 취약해짐에 따라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증가해 만성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
최근 들어서는 일반노화, 병적노화, 성공노화로 구별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단순히 노화를 막는 개념을 넘어 성공적인 노화에 초점이 맞춰지는 셈이다.
미국의 노인학자인 Rowe JW 교수와 Kahn RL 교수(마운트싸이나이의과대학)는 성공노화를 일반노화에 대응하는 개념으로 설명하면서 신체, 인지기능 장애가 없는 상태에 활발한 사회활동을 추가했다(Gerontologist 1997;37:433-40). 한켠에선 영적 요소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림의대 유형준 교수(강남성심병원 내분비내과)는 "단순하게 따진다면 성공노화를 '나이에 따른 생리적인 변화가 최소한인 경우'라고 볼 수 있지만, 어느 한 부분만을 가지고 규정 짓는 것은 불가능하다. 영적 건강을 포함해 다양한 관점에서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항노화 역시 어디까지나 노화에 따른 여러 현상을 교정한다는 개념일 뿐 엄밀히 노화 자체를 막는다는 것은 아니며, 그마저도 한 가지 치료만으로는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다.
울산의대 이영수 교수(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는 "같은 '항노화'라는 언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 다른 의미로 이해하고 받아들임에 따라 일반 대중은 물론 학자들 사이에서도 혼란과 갈등을 초래하게 됐다"며 "머지않은 미래에 연구 결과를 통해 입증될 것으로 기대되는 항노화 물질이나 기술을 이용함으로써 나이가 들어 발생하는 만성질환이나 노쇠를 지연시키고 노인의 건강을 효과적으로 증진시킨다는 게 보수적인 관점에서의 항노화의학"이라고 소개했다.
울산의대 이은주 교수(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는 바람직한 노화방지요법의 조건으로 노화과정 자체를 변화시키거나 직접 효과가 있을 것, 건강유지 및 장애를 줄일 수 있을 것을 꼽았다. 단 피부 노화개선과 같이 일부 증상만을 완화한다든지, 허약한 질병 상태의 삶을 단순히 연장시키는 것은 해당하지 않는다.
이 교수는 "특정 질병에 의한 치료로 해결할 수 없는 건강악화를 개선하며, 노화과정 자체를 지연시켜 노화 자체가 원인이 돼 발생하는 노인의 전반적인 건강상태와 기능감소를 예방하는 것이 노화방지 치료의 목표"라고 제시했다.
항노화치료 활성되고 있지만...
지질프로파일·삶의 질 개선 효과 제한적, 안전성 논란에 '발목'
현재 노화방지 목적으로 시행되는 프로그램으로는 호르몬보충요법과 고단위 항산화제, 비타민요법, 갑상선·흉선 강화 외에 열량제한·운동요법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러나 노화를 유발하는 유전적, 신체적 원인과 치료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이제 겨우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이은주 교수는 "아직까지 운동과 생활습관 교정 외에 노화방지 효과가 입증된 치료법은 없다"며 "줄기세포, 나노기술, 유전자 조작 등의 유전공학기술이 연구되고 있지만 실제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고 일축했다.
문제는 검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적절한 사용이 급증하고 있으며, 각종 과대광고나 이메일을 통해 자료가 유포돼 음성적으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
최근 몇 년 사이 인태반추출물(human placenta extract)을 이용한 항노화치료가 국내에서 많이 이뤄지고 있지만, 신뢰할 만한 데이터는 전혀 없고 제조과정상 간염이나 후천성면역결핍증과 같은 질환에 전염될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심지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사용이 금지돼 있다.
서울의대 장학철 교수(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내과)는 "근거자료가 부족하고 입증되지 않은 치료를 시작할 때에는 반드시 잠재적 효과뿐 아니라 위험에 대한 경고가 이뤄져야 하고, 치료가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안전성을 위한 추적검사와 감시가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항노화요법의 표준지침, 방법이 확립돼 있지 않고 임상적 적응증을 받지 못한 약물, 첨가물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므로 치료자와 환자 간 분쟁 및 잘못된 치료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