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하면 대박 아니면 밑 빠진 독…막대한 연구비 투자 어려워

건강한 사람에서는 검출되지 않지만 암이 있는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종양표지자다. 암환자의 경우 단백질, 효소, 호르몬 등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여러 가지 암표지자의 수치가 높게 상승한다. 따라서 이를 잘만 활용하면 암진단과 치료효과를 판정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다양한 암 중에서 폐암분야의 암표지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고대구로병원 이승룡 교수(호흡기내과)를 통해 알아봤다.

▲ 고대구로 이승룡 교수. 현재 폐암환자 치료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치료 예후 예측에만 활용 현실
예방·조기·선별검사 방법 필요

폐암 분류 따른 선별검사의 필요성
폐암은 암세포의 모양에 따라 비소세포폐암(Non Small Cell Lung Cancer, NSCLC)과 소세포폐암(Small Cell Lung Cancer, SCLC)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중 NSCLC는 폐암의 70~80%를 차지하며 나머지 20~30%를 구성하는 SCLC는 신경내분비세포에서 유래하는 암이다. 1기 또는 2기와 같은 초기의 NSCLC는 외과적 수술로 완전 제거될 때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제한기의 SCLC는 항암화학요법과 방사선치료에 초기 치료 반응률이 좋은 것으로 돼 있지만 재발 시 항암제 반응률이 떨어져 환자들의 생존율이 길지 못하다. 그리고 많은 수의 폐암 환자들이 수술시기를 놓친 진행성 병기에 발견되기 때문에 폐암환자들의 생존율이 다른 암에 비해 나쁜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폐암도 다른 암종들처럼 조기에 발견할 수 있도록 종양표지자 검사와 같은 선별검사가 절실히 필요한 암이다.


다양한 종양표지자
폐암을 진단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에는 SLX, CEA, NSE, SCCA, CYFRA 21-1, proGRP 등 여러 종류가 있으며 현재도 꾸준히 발견되고 있다. 이 중 CEA는 여러 암에 대한 종양표지자로 폐암 외에도 대장암, 위암, 유방암, 난소암 등에서 발견된다. 암종별로 발현 수치 정도는 대장암 70~80%, 위암 50~60%, 폐암 60~75%, 유방암 20~50%, 난소암 25% 정도이다. 정상인에서도 15~20% 정도 나타나는 것으로 돼 있다.  SCCA는 자궁경부의 편평상피암에 높은 수치를 보이는데 폐 등에 발생하는 편평상피암에서도 수치의 상승 소견을 보인다. 효소(enzyme)인 NSE는 신경세포나 축색돌기에 존재하므로, 신경특이 에놀라제(Neuron Specific Enolase)라고도 부른다. 이는 각 장기의 신경 내분비세포에도 존재하는데 이 신경이 들어있는 소세포폐암(SCLC)에서 주로 상승돼 있다. CYFRA 21-1은 혈청에서 발견되는 용해성 세포각질이다. 비소세포폐암 특히 편평상피세포암에서 수치가 상승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에 차이가 없고 폐암의 병기가 진행될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호르몬인 proGRP는 GRP의 전구물질로 GRP 호르몬은 태아 폐의 신경내분비세포나 소세포폐암에 다량 존재한다. 따라서 소세포폐암의 초기 단계에 활성화되면서 수치 상승으로 나타나 선암이나 편평상피세포암과 같은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의 감별진단에 사용될 수 있고 소세포폐암의 조기 진단과 치료 모니터링을 목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종양표지자의 민감도와 특이도
아직까지 종양표지자의 활용도가 그렇게 높지는 않다. 문제는 각 표지자별로 민감도와 특이도가 둘 다 높아야 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민감도가 높으면 특이도가 낮아지고, 또 반대로 특이도가 높으면 민감도가 낮게 나타난다. 또한 종양표지자가 암환자뿐만 아니라 일부는 정상인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아직 실제 환자 진료에 사용되지는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종양선별검사에 쓰기보다는 암으로 진단을 받은 사람을 대상으로 치료 전후의 상태 경과를 보는데 이용하는 정도이다. 즉 수치가 개선되면 치료가 잘되고 있는 정도의 반응을 평가하는 데 사용하고 있다.

proGRP 상승과 소세포폐암 선별검사
proGRP는 아직 임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고 있어서 활용도는 높지 않다. GRP는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며 신경계와 위장관계, 그리고 폐 기관지에 널리 분포한다. 148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전구체 프리프로테인(preproprotein)이 절단돼 27개 아미노산인 GRP와 68개 아미노산인 proGRP로 분리된다. GRP는 반감기가 2분으로 짧아서 혈액에서 정량하기 어렵지만 proGRP는 반감기가 길어서 면역학적 측정(immunoassay)이 가능하다. 47~86%의 민감도로 소세포폐암을 진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한된 병기에서도 70% 정도에서 proGRP의 상승이 관찰되어 소세포폐암의 선별검사로 이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종양표지자 또는 선별검사의 이상적인 조건
종양표지자로서 이상적인 조건은 일단 민감도와 특이도가 둘 다 높아야 한다. 또한 조기에 진단됐을 때 환자의 암사망률을 줄여야 하는데 아직까지는 이를 다 충족하는 종양표지자 검사는 없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저선량 흉부 CT만이 일부의 인구집단에서 폐암 사망률을 약 20% 정도 줄일 수 있었다. 55세에서 74세 사이의 연령군으로 평균적으로 하루 담배 1갑씩 30년을 흡연한 인구집단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종양표지자 검사 몇 개를 실시해 중복으로 양성 소견을 보이는 정도에 따라 암발생률을 예측하기도 하지만 아직 실제로 적용될 수 있는 단계가 아니고 연구단계로 이러한 연구들에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할 뿐이다.

종양표지자 외 기타 검사법
최근 나노기술의 발달로 폐암환자에서 내뱉는 날숨(내쉬는 숨)을 분석해 선별검사로 사용하려는 시도가 진행 중이다. 정상인과 폐암환자에서 날숨에서의 화학적 구성요소가 각각 다른 점을 나노테크놀로지를 이용해서 발견하려는 시도로 머지않은 시기에 우리들이 내뱉는 날숨을 가지고 폐암 선별검사를 할 수 있는 시기가 올 수 있을 것이다.

종양표지자 검사가 자리잡기 위한 필수 조건
종양표지자 또는 바이오마커 연구는 블록버스터로 분류된다. 성공하면 대박이고 그렇지 못하면 계속 돈만 들어가는 분야다. 종양표지자 검사는 결국 평범한 사람을 대상으로 해서 수년간 관찰해서 실제로 암을 조기에 발견해야 하고 또한 그러한 조기발견으로 암사망률의 감소를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구초기부터 확실성이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해야 하고 그러한 바이오마커를 이용해 임상적인 의의를 찾기 위해 최상의 임상연구 디자인을 해서 진행해야 하는데 아직 우리나라 실정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을 투자해서 그러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유전자 맞춤형 치료
2004년도 NEJM과 SCIENCE지에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에 변이가 있는 경우 이레사와 타세바의 약제 반응이 좋다는 보고가 발표된 것을 기점으로 유전자 맞춤형 치료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다. 이레사와 타세바와 같은 표적치료제에 잘 반응하는 환자와 그렇지 않은 환자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억제제가 결합하는 부위의 유전자변이 유무가 약제 반응률을 결정한다는 결과를 도출한 연구로 최근 비소세포폐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꾼 시초가 된 연구들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 변이가 있는 경우 수용체 억제제 사용 시 약제 반응률이 70~80% 정도되며, 생존율도 24개월 이상 연장시켰을 정도로 일부 환자에서 그 약제 반응률은 아주 좋은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에는 이러한 특정 환자들에게 맞는 약제를 선택하여 치료한다고 해서 맞춤치료라는 용어가 생겼다.

폐암 예방 수칙
최근 미국 NCCN 3차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저선량 흉부 CT를 강조하고 있다. 연령 55~74세, 30갑년(하루에 한 갑씩 30년 동안 흡연한 사람)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1년에 한 번씩 저선량 CT를 찍으면 폐암 사망률이 20% 감소했다는 근거가 반영된 것이다. 따라서 나이가 55세 이상이고 30갑년 이상의 흡연경력이 있는 사람들에게 저선량 흉부 CT를 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저선량 흉부 CT 촬영 시 위양성 결절들이 많아 검사받는 사람들에게 불필요한 검사 및 그것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흉부 CT를 촬영하기 전에 꼭 관련 전문의와 충분한 상담을 거쳐 시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리고 최근 폐암이 비흡연 여성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는데 이들의 조기진단 방법이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 이러한 비흡연 여성 폐암 환자들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종양표지자 선별검사들이 나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무엇보다 폐암의 제일 중요한 위험인자는 흡연이기 때문에 점차 흡연인구를 줄여가는 것이 폐암 예방의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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