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 의료계를 충격으로 몰아간 보건복지부 이영찬 차관의 '성분명처방 추진 방향' 발언에 힘을 실어주는 연구가 완료됐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은 '동일성분 의약품들에 대한 약가제도 평가 및 약품비 관리방안'을 발표, 대체조제 활성화는 물론 성분명처방으로 가야한다는 근거를 마련했다.
 
연구원에서 제네릭 기초현황 및 특성·약가제도 변화·동일성분 내 의약품 사용량 및 청구액 등을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제네릭 의약품은 성분명이 아닌 제품명을 보유하고 있어 이름에 의한 의약품 식별이 어렵다고 했다.
 
또한 대체시 유의해야 할 품목이 있어 '성분명처방'제도를 바로 시행하기에 보완해야 할 점이 많다고 밝혔다.
 
즉 성분명처방이 약품비 절감에 기여하지만 아직까지 제도가 미흡하므로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인센티브 대상 목록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 또한 동일 성분 내 가격경쟁 기전을 마련하고, 제조사가 자발적으로 가격을 하향시킬 수 있는 기전을 활성화시킬 것을 주문했다.
 
실제 저가대체 인센티브 지급대상 품목 중 성분명처방시 유의할 품목 926개 중 51개(5.5%), 4629개 중 143품목(3.1%)으로 나타났다.
 
성분 표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대체조제가 활발히 이뤄지지 않았으며, 인센티브 지급대상 품목의 제품명에 성분명이 표기된 경우는 11.8%, 성분명·제조사명·함량을 모두 표기한 경우는 4629개 중 292개에 그쳤다.
 
저가대체시 약품비 절감효과를 살펴본 결과, 성분별 최저가 대체시 약품비 절감액은 2011년 4294억원에서 2012년 3705억원 정도로 4000억원 전후를 오갔다.
 
 
연구원 측은 외국에서는 제네릭 처방이 활발하다는 근거 자료도 제시했다. 영국은 수량으로는 83%, 금액으로는 25%가 제네릭으로 조제됐고, 병원 내 약국에서는 의약품이 어떻게 처방됐든 제네릭으로 조제하고 있었다.
 
벨기에에서는 성분명처방이 아니면 제네릭으로 대체조제가 허용되지 않았지만, 동일성분 내 참조가격제, 거자의약품 처방 의무를 도입해 제네릭 사용이 활발히 이뤄졌다. 다른 OECD 국가에 비해 약제비가 높은 포르투갈은 제네릭 사용활성화를 위해 의사·약사·환자에게 모두 인센티브를 주고 있었다.
 
 
 
이같은 근거자료를 바탕으로 연구원에서는 제네릭 의약품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놨다.
 
제네릭 의약품의 제품명은 △성분명과 제형 함량을 모두 포함시키거나(유한 세프라딘 캡슐 250밀리그램), △급여목록상의 명칭을 처방전에 기재하고 제품명·성분명 병기하는(현대 테놀민정 25밀리그램(아테놀올)) 방안을 제시했다.
 
성분명 자체를 제품명으로 하면 환자의 안전성과 알권리가 강화되며 약사 역시 제네릭을 대체하기 용이해진다고 했다. 다만 처음의 방식은 인지도가 낮은 일부 제약사들의 반발이나 기허가 제네릭과 신규 제네릭 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두 번째 방식은 규제기관이나 제조사에서는 별다른 노력이 들지 않지만 처방전 명칭이 길어져 소비자의 정보제공 효과가 떨어질 수 있고, 기존에 처방전을 입력하는 시스템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특허만료 의약품에 대한 약품비 절감 방안도 발표했다. 현 대체조제 장려금 제도 유지하고 보완하는 것은 물로 동일성분 의약품에 대한 상환기준을 조정하고, 보험상한가 왜곡요인 제거토록 요청했다.
 
연구를 맡은 이진이 연구위원은 "주요 외국에서는 동일성분 내 비용효과적인 의약품을 사용, 약제비 절감에 힘을 쏟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해당사자들의 지나친 반발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물론 관련 제도의 추진에 있어서 이해당사자간의 사전의견 수렴이 필수적이지만, 경우에 따라서 이해당사자들이 함리적이지 않은 주장을 펼치면 보험자와 정부는 가입자를 대표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며 정책 시행이 반대에 부딪혀도 추진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공단의 연구, 왜 문제가 되나?,..정책 시행의 시발점이기 때문
 
 
공단의 정책연구 보고서가 문제가 되는 것은 건보공단의 정책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심사평가연구소와 마찬가지로 복지부의 정책시행 전 기초연구, 근거자료 보완 등의 업무를 맡는 곳이기 때문이다.
 
곧 이곳에서 연구 결과를 도출해 보고서로 나왔다는 것은 복지부의 정책시행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셈이다.
 
지난해 복지부는 절대로 '성분명처방' 정책 시행을 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추진하게 된다면 의료계와 협의 하에 진행한다고 약속한 바 있어 이번 연구 보고서가 약속을 파기한 것인지, 아니면 이와 별개로 진행된 것인지 의문을 자아내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이영찬 차관은 "대체조제를 활성화하고 궁극적으로는 성분명 처방으로 가야한다"면서 "우선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해 생동성시험을 강화하고 사후통보를 개선하며, 소비자 교육과 홍보를 강화하는 등 활동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제네릭 대체조제 활성화를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목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여러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발언을 두고 의료계에서 많은 논란이 일었고 의협에서는 성명서를 통해 "국감에서의 발언은 복지부의 정책 기본방향이다. 싼약으로의 바꿔치기 하는 약국을 처벌하기는 커녕, 건보재정을 줄이려는 명목으로 이를 활성화한다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하는 복지부가 할 일이 아니다"라고 발언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국감 다음날 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원칙적인 얘기만 했을 뿐 추진하겠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잠재웠으나, 같은 기간 산하기관인 건강보험공단에서 이같은 정책 시행을 위한 근거자료를 만든 것으로, 향후 의-정 간 '성분명처방'논란이 다시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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