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 "당뇨병 환자 인슐린저항성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동반"
'ECLIPSE-REAL' 연구서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요법 심혈관 혜택 확인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제2형 당뇨병(이하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은 동반 위험이 높은 만성질환으로 서로 뗄 수 없는 인과관계를 갖는다.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가 9월 발표한 '2020 이상지질혈증 팩트시트'에 따르면, 2018년 기준 당뇨병 환자 6명 중 5명이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하고 있다.

당뇨병은 질환 자체가 이상지질혈증 위험인자로 △중성지방 증가 △HDL-콜레스테롤 감소 △크기가 작고 밀도가 높은 small dense LDL(sdLDL) 증가 등과 연관됐다. 이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내분비내과)는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성공적인 관리를 위해서 혈당조절뿐 아니라 지질관리도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그를 만나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치료목표와 관리전략을 들어봤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강남세브란스병원 안철우 교수(내분비내과). ⓒ메디칼업저버 고민수 기자

- 당뇨병 환자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는?

이상지질혈증 발생의 병태생리학적 기전에 인슐린저항성이 있기 때문이다. 인슐린저항성은 인슐린이 제대로 분비되지 않거나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태다. 인슐린저항성이 있다면 혈당이 높아지고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한다.  

그런데 과거에는 단순히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것이 문제였지만, 지금은 콜레스테롤의 밸런스가 무너지는 게 문제가 된다. 인슐린저항성이 있다면 총콜레스테롤과 관계없이 좋은 콜레스테롤이라 불리는 HDL-콜레스테롤은 감소하고, 중성지방이 증가한다. 이를 이상지질혈증이라고 부른다. 

즉, 병태생리학적으로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저항성 때문에 이상지질혈증이 발생하게 된다. 당뇨병은 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질환이다.

-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치료목표는?

당뇨병과 이상지질혈증은 각각의 치료목표가 있다. 당뇨병 환자의 당화혈색소는 6.5% 이하, 이상지질혈증 동반 환자의 LDL-콜레스테롤은 100mg/dL 이하이면서 심혈관질환을 동반했다면 70mg/dL 이하다. 중성지방은 150mg/dL 미만으로 낮춰야 하며 HDL-콜레스테롤은 남성 40mg/dL 이상, 여성 50mg/dL 이상으로 조절해야 한다.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 관리 시 각 질환의 치료목표에 맞춰 따로 관리하면 환자가 복용해야 하는 약제 수가 늘게 된다. 이는 복약순응도 저하로 이어지고 두 질환을 함께 치료했을 때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줄어들 수 있다. 

결국 이상지질혈증과 당뇨병은 따로 치료할 수 없고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개별적인 치료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의료진과 환자가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한다.

-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 관리에서 중성지방 조절이 강조된다. 이유는?

당뇨병 관리의 목표는 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데 중성지방이 합병증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지면서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중요한 항목이 됐다. 당뇨병 환자의 혈관 합병증은 고혈당 상태가 지속되면서 혈관에 염증이 나타나 발생한다. 

이를 더 악화시키는 것이 지질상태이며 그중에서 중성지방의 역할이 크다. 그러므로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는 혈당을 기본적으로 조절하면서 동시에 간과하기 쉬운 중성지방도 관리해야 한다. 

- 페노피브레이트는 FIELD, ACCORD-Lipid 등 연구에서 추가적인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를 확인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페노피브레이트가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 관리에 유용할지?

두 연구는 전체 환자군에서 실패한 경향이 있지만, 중성지방이 200mg/dL 이상인 환자군에서는 심혈관질환 위험을 경감시켜주는 효과가 있었다. 게다가 국내 대사증후군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ECLIPSE-REAL' 연구에서는 HDL-콜레스테롤이 낮고 중성지방이 높은 환자가 스타틴+페노피브레이트 병용요법을 진행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36% 감소했다.

페노피브레이트와 같이 중성지방을 적절하게 개선할 수 있는 치료제가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심혈관질환 위험을 낮추는 것은 확실하다고 본다.

페노피브레이트의 가장 흔한 이상반응으로 위장장애가 보고된다. 페노피브레이트가 난용성 물질이라 과거에는 위장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난용성을 개선하는 제형들이 임상에 도입됐다. 현재 장용 코팅을 통해 위장장애를 줄인 페노피브레이트 제제가 개발됐는데, 수용성을 증진해 불필요한 성분을 줄여 위장장애 이상반응을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고 알려졌다. 

고중성지방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는 복용하는 치료제 개수가 많아 위장장애에 예민할 수 있는데, 이들 환자에게 수용성을 개선한 페노피브레이트 제제를 고려할 수 있다.

- 임상에서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 관리전략을 정리한다면?

혈당만 잘 조절하는 것은 성공적인 당뇨병 관리라고 할 수 없다. 당뇨병 환자에게 혈당조절은 필요조건이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필요충분조건이 되기 위해서는 혈당조절에 더해 지질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즉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는 혈당조절과 지질관리 모두 중요하다. 

그런데 이상지질혈증은 증상이 없으며 혈압처럼 가정에서 지질수치를 평가할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결국 환자는 이상지질혈증이 잘 관리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병원에서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이상지질혈증 관리에는 환자의 몫보다는 의료진의 역할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의료진은 여러 방법을 강구해 이상지질혈증 동반 당뇨병 환자의 지질수치를 적극적으로 확인하면서 개선 정도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의료진은 당뇨병 환자 관리 시 항상 이상지질혈증을 염두에 둬야 한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