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서울병원 이진화 교수팀, 과거 ICS 노출 제외 후 국민건강보험 분석
기존 관찰연구·임상연구에서 상반된 결과 도출
"ICS의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 재조명돼…단, 흡연할 경우 ICS 효과 무효화됨에 주목해야"

[메디칼업저버 허희윤 기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환자의 관상동맥질환 예방에 실패했던 흡입형 코르티코스테로이드(ICS)가 디자인을 수정한 관찰연구에서 효과를 보여 논쟁이 다시 시작됐다.

이대서울병원 이진화 교수팀(호흡기내과)이 국민건강보험 자료를 이용해 COPD 환자의 ICS 사용과 관상동맥질환 발생을 분석한 결과, ICS 누적 사용량이 많을수록 관상동맥질환 발생 위험이 32% 감소했다(P=0.004).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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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PD 환자가 ICS 사용하면 관상동맥질환 예방될까?

COPD의 합병증으로 심혈관질환이 흔히 발생하고 COPD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 예방전략이 중요하다. 이런 가운데 몇몇 관찰연구에서 ICS를 사용하는 COPD 환자의 심혈관질환 발생률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ICS의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를 보고한 관찰연구 중 하나는 캐나다 로열 빅토리아 병원 Samy Suissa 교수팀이 2003년에 발표한 연구이다.

Suissa 교수팀이 서스캐처원 보건(Saskatchewan Health) 자료를 사용해 천식 약물 사용자를 분석한 결과, ICS 사용자에서 비사용자 대비 심근경색 발생위험이 44% 감소했다(95% CI 0.32-0.99). 

2005년에 같은 데이터베이스를 사용한 관찰연구에서도 ICS는 급성심근경색 예방효과를 보였다. 프랑스 레위니옹의대 L. Huiart 교수팀이 COPD 치료를 처음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저용량 ICS(50~200μg) 사용군의 급성심근경색 위험이 32% 낮았다(0.47-0.99).

반면 이를 바탕으로 다국적 제약사인 GSK가 진행한 임상연구(SUMMIT)는 ICS의 심혈관질환 예방효과 입증에 실패했다.

SUMMIT에서 영국 맨체스터의대 Jorgen Vestbo 교수팀은 COPD 환자 중 심혈관질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ICS 사용에 따른 심혈관질환과 모든 원인 사망을 평가했다.

모든 환자는 1년의 휴약기간을 거쳤으며, ICS 사용군과 지속성베타-2작용제(LABA)군, 또는 병용군과 위약군으로 분류됐다.

그 결과, 4 군 모두 복합 심혈관사건 발생률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ICS군은 복합 심혈관 사건 상대위험이 10%(0.72-1.11), LABA군은 1%(0.8-1.22), 병용군은 7%(0.75-1.14)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고 모두 유의하지 않았다.

관찰연구가 아닌 무작위 3상 임상에서 효과 입증에 실패하며 ICS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드는 듯했으나, 최근 디자인 보완 후 시행된 관찰연구에서 ICS의 관상동맥질환 효과가 다시 부상했다.

이진화 교수팀, SUMMIT 연구 디자인 수정 보완한 연구

이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이진화 교수
이대서울병원 호흡기내과 이진화 교수

논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진화 교수팀이 SUMMIT 연구 디자인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보완한 디자인으로 국내 코호트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Scientific reports 11월 4일 자에 발표했다.

이 교수팀이 지적한 SUMMIT 연구 디자인의 한계점은 ▲이전 ICS 사용자 포함 ▲짧은 휴약기간이었다. 즉, 사용 중인 약물이 연구하려는 약물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일정 기간 약물을 중지해 효과를 제거하는 기간인 휴약기간이 1년으로 너무 짧다는 주장이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이전 ICS 사용력이 있는 환자도 포함됐기 때문에 ICS 단독 효과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짧은 휴약기간을 보완하기 위해 이 교수팀은 2002년부터 2003년까지 2년으로 설정했으며, 이전 ICS 사용력이 있는 환자는 제외했다.

국민건강보험과 건강보험청구 연계 표본자료를 사용해 2004년부터 2013년까지 COPD가 처음 발생한 후 흡입기를 사용한 환자 4400명을 포함했고, 관상동맥질환이 있는 참가자는 배제했다.

이 교수는 "2년의 휴약기간을 두고 처음 COPD를 진단받고 흡입기를 처방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했기 때문에 ICS 단독효과 분석에 유리하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연구 결과, ICS 누적사용량이 많을 때 관상동맥질환 발생 감소와 유의한 연관성을 보였다(P=0.004). 그러나 본 연구에서도 ICS를 사용군 비사용군으로 분류했을 때는 유의한 예방효과가 관찰되지 않았다.

이 교수는 "ICS 사용량이 극히 적어도 사용군으로 분리되기 때문에 결과에 정확성이 낮다"라고 추정됐다.

아울러 ICS 누적사용량을 비 사용군(누적사용량=0)을 포함해 사분위 수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사분위 수에서 전체 연구 모집단 대비 관상동맥질환 발생률이 30% 낮았다(0.55-0.88).

이 교수는 "ICS 누적사용량이 많을 때 관상동맥질환 발생이 감소한 것이 1회 ICS 사용량이 높아야(고용량) 예방효과를 갖는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장기 사용할 경우 누적 사용량이 높아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임상현장 적용 가능성에 대해서는 무작위 임상연구가 아닌 후향적 관찰연구라 아직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COPD 환자에서 ICS의 관상동맥질환 예방효과를 재조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향후 COPD 진단 후 처음으로 흡입제를 처방받는 환자를 대상으로 고용량, 저용량, 대조군을 모집해 최소 5~10년간의 임상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표했다.

한편, 연령·성별·흡연력에 따른 하위분석에서 현재 흡연할 경우 ICS 사용과 관상동맥질환 발생률 간 유의한 연관성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강력한 염증 유발자인 흡연을 지속하면 ICS의 효과가 발휘될 수 없다. 금연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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