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의대 특성 살린 연구소 운영
의학과 다양한 분야 협업 통해 ... 기초연구 확장시키고 미래 사회 준비

최근 의학은 깊고 광활해졌다. 과거에는 인간의 질병과 치료에만 관심을 뒀지만 이제는 질병 예방, 인간의 심리, 사회와 환경 등 다양한 측면으로 의학이 확장되고 있다. 게다가 사회와의 소통도 중요해졌다.

빠르지는 않지만 국내 의과대학에서도 이런 흐름에 발을 맞추기 시작했다. 예방을 위한 건강센터를 비롯해 통일을 준비하기 위한 센터 등이 설립됐다.

또 기존의 기초연구소를 강화하는 등의 움직임도 포착되고 있다. 각 의대에서 운영하는 연구소(센터)는 각양각색이다. 대학의 이념과 특성에 맞게 설립된 연구소도 있고, 수익을 포기하고 공익적 이익을 위해 운영되는 연구소도 있다. 

본지는 창간 19주년 특집호를 맞아 각 의대에 있는 의미 있는 의학연구소(센터)를 소개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사회와 소통하는 의료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 

대부분 사람은 질병, 병원, 어떤 의사가 그 질병에 권위가 있는지 등의 건강정보를 네이버에서 찾는다. 병원이나 전문가들이 제공하는 건강정보가 있음에도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대 국민건강지식센터는 이런 건강에 대한 개념을 변화시키기 위해 출발했다. 건강정보는 그야말로 홍수다. 따라서 근거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예방의 중요성도 강조하기 위해 2012년 5월 설립됐다. 현재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가 소장을 맡고 있다. 

센터에서 진행하는 사업 중 '건강 집현전 사업'을 눈여겨볼 만하다. 우선 잘못 알려진 건강정보나 잘 알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한 후 서울의대와 체육학+영양학+보건 등 분야별 전문가가 건강정보를 생산하고, 마지막으로 올바른 건강정보를 확산시키는 프로세스다. 또 센터에서는 국민건강나눔포럼, 여성건강문화포럼, 직장인 대상 건강증진사업인 건강고백프로젝트, 아동안전사고예방 등의 건강문화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 고려의대 좋은의사연구소 

많이 좋아졌다지만 의료는 여전히 한 방향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고, 무언가를 지시하는 등 직선적이다. 또 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은 환자의 아픔에 공감하기보다는 바쁜 업무를 처리하는 데 급급하다. 한마디로 의료는 환자에게 거칠다.

고려의대가 2015년 개설한 좋은의사연구소. 말 그대로 좋은 의사란 어떤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곳이다. 좋은의사연구소에서는 의학과 관련된 교육학, 사학, 철학, 윤리학 등 인문학도 다룬다. 또 의료 종사자가 스스로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통찰능력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안덕선 고려의대 좋은의사연구소장 ⓒ고민수 기자
안덕선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

연구소를 설립한 안덕선 소장(현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좋은 의사를 배출하려면 의학지식 하나로는 부족하다. 그래서 연구소에는 의대 교수는 물론 의철학을 전공한 교수, 의학윤리를 전공한 교수, 디자인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참여해 좋은의사상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 결과는 어땠을까? 대학에서 은퇴한 후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을 맡은 안 소장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희망은 있다"고 답했다.

의대 내 인문학교육이나 임상에서의 윤리교육, 의철학 등이 의학교육 모델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서 이런 기준을 세움으로써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각 대학에서 의료인문학을 교육할 교수나 전임교수 등을 채용하고 있는 것도 좋은 조짐이라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순수연구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임상을 하면서 윤리교육을 하는 의사가 많아야 한다는 점이다. 전공의들에게도 이런 교육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충분한 인력이 없는 상황"이라며 "서울의대, 연세의대 등 여력이 되는 의대에서 먼저 이끌어 다른 대학들도 따라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협도 의사윤리 등에 대해 싫어했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며 "꼭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고, 먼저 나서서 법안이 필요하다고 움직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연구소 

사회 속에서 의료는 어떻게 상호작용해야 할까? 이 문제에 천착해 세워진 곳이 2008년 개소한 가톨릭의대 인문사회의학연구소다. 

역사학, 윤리학, 사회학, 인류학 등을 의학과 접목한 공동 연구를 의료에 적용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표다. 특히 다각적 차원에서 의료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의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것도 연구소의 주요 임무다. 

임상에 있는 의사에게 윤리와 법은 어려운 문제다. 이에 임상 현장에서 환자와 의료진이 경험하는 윤리적 갈등을 이해하고, 원칙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하는 훈련 프로그램도 진행하고 있다.

여러 분야가 접목되는 분야이니만큼 신학, 정신건강의학과, 철학, 교육학 등을 전공한 전문가들이 포진하고 있다.  

더 건강한 미래를 위해

- 서울대병원 통일의학센터  

서울의대에는 국립대병원답게 맏형다운 연구소가 많다. 통일의학센터와 국민건강지식센터, 노화고령사회연구소 등이 그것이다. 

북한과의 관계가 온탕과 냉탕을 왔다갔다 하는 상황에서 통일의학센터가 눈에 띄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인 것 같다. 통일의학센터는 남북한 보건의료체계 통합 및 구축을 위한 목적으로 2012년 창립됐다. 

현재 통일의학센터 소장은 신희영 교수(소아과학교실)가 맡고 있다. 신 교수는 보건의료 관리나 의료인 양성 체계, 질병관과 질병 행태 등에 대해 반세기 동안의 단절만큼 멀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통일의학센터가 북한의 보건의료를 이해하고, 남과 북의 시각 차이를 좁히는 시작점이 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통일의학센터는 북한의 보건의료 실태를 파악, 모니터링하고 통일을 대비해 남북보건의료를 어떻게 통합할 것인가를 연구하고 있다. '젊은이를 위한 통통統通 열린강좌'를 비롯한 통일보건의료 리더십 아카데미, 통일의학포럼 등을 통해 북한과의 접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성균관의대 항생제 내성 치료제 연구소

항생제 내성 문제는 의료계의 오래된 숙제다. 하지만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풀기 위해 노력하는 곳은 많지 않다. 최근 성균관의대 항생제 내성 치료제 연구소 출범이 더 반가운 이유다. 

2018년 3월 연구소는 첫발을 내디뎠는데, 항생제 내성균에 대처하기 위한 것이 연구소의 큰 목표다. 구체적으로 항생제 내성 발생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이를 바탕으로 내성균을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항생제 내성과 관련된 기관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산업협력도 이끌어 내는 것이다. 

현재 성균관의대 김경규 교수(분자세포생물학교실)가 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2017년 한국연구재단에서 공모한 '국제협력 기반 다제내성균 제어 원천 기술 개발 사업'에 '국제협력 기반 마스터 독성인자 발현 신호타깃 다제내성 제어기술 개발'이라는 제목의 과제를 지원해 선정됐고, 항생제내성 치료제 연구소를 통해 해당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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