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지원 급감 시절 탓 고난도 수술 스태프 인력공백 눈 앞
오태윤 교수, 개원 전문의 재교육 후 수술현장 투입하는 아이디어 언급
개원가 일각, '구체적 방안 마련되면 논의 가능한 좋은 생각' 동의

[메디칼업저버 정윤식 기자]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전공의 지원율에 있어서 전성기였던 흉부외과. 그만큼 전문의를 취득하고도 대학병원 수술 현장에 남지 못한 흉부외과 의사들이 많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오태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
오태윤 강북삼성병원 흉부외과 교수.

이처럼 당시 대학병원 등에 남지 못해 수술의 꿈을 접어야 했던 흉부외과 전문의들을 활용하면 현재 흉부외과가 겪고 있는 인력난과 곧 다가올 대학병원 시니어 교수들의 은퇴 후 인력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직 일부 교수의 아이디어 수준에 머무른 단계이고 한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지만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의견이라는 데 개원가도 동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오태윤 강북삼성병원 교수(흉부외과)는 최근 메디칼업저버와 만난 자리에서 2000년대 중반 이후 장기간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이 감소된 탓에 현재 흉부외과 전문의 인력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이는 수도권과 지방을 막론하는데, 매년 배출되는 전문의보다 정년퇴임하는 전문의가 더 많아 수술이 가능한 흉부외과 의사를 채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다행인 것은 최근 흉부외과에 지원하는 전공의 숫자가 늘고 있다는 점이라는 게 오 교수의 설명이다.

오 교수는 "오랫동안 흉부외과는 지원하면 수련받기 힘든 과라는 인식이 컸지만 그보다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며 "하지만 곧 정년퇴임하는 교수들이 많아져 이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는 분위기 때문인지 전공의들이 다시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에 자리 없어 개원할 수밖에 없었던 흉부외과 전문의에 눈길

실제 1980년대 말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는 각 대학병원마다 흉부외과가 생겨나고 많은 전공의들이 지원을 하던 시기다.

하지만 대학병원 자리는 한정돼 있어 유능한 흉부외과 의사가 배출되어도 2명 중 1명은 전공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고, 이 시기가 지나고 나니 전공의 지원이 급감하면서 흉부외과 전문의 1명이 아쉬운 상황으로 입장이 역전된 것이다.

즉, 20~30년 전과 현재의 흉부외과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진 것.

결국, 오 교수가 우려하는 것은 다시 전공의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한 흉부외과가 제자리를 찾기 전까지의 인력난과 인력공백이다.

이에 오 교수는 과거 대학병원 교수 등 스탭으로 채용되지 못해 개원가로 간 흉부외과 전문의들 중 수술의 꿈을 갖고 있는 자들을 활용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음을 역설했다.

그는 "일각에서 1990년~2000년대 초반 사이에 취업난을 겪어 어쩔 수 없이 고난도 수술 현장을 떠나야 했던 흉부외과 전문의를 다시 투입하는 방안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이 방안은 흉부외과 인력공백이 생기는 시기에 한시적(약 10년)으로 사용될 수밖에 없고 아무런 준비 없이 당장 투입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위 빅5 병원 등에서 집중 심화 재교육 과정을 6개월~1년가량 받고 전국으로 분산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개원가, 구체적으로 논의할 의향 있어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

이 같은 의견에 일부 개원가 단체도 관심 있게 지켜볼 만한 아이디어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함과 동시에 구체적 논의를 할 의향이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회장은 "대승적 차원에서 흉부외과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굉장히 좋은 생각 같다"며 "구체적인 방법만 합의가 된다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어 "하지만 재교육 기간에 있어서 전문의와 펠로우 과정을 모두 거친 인력이기 때문에 3개월이면 충분할 것 같다"며 "아울러 개업 이상의 메리트가 있어야 관심을 보이는 개원 전문의들이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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