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결과 두고 '눈 가리고 아웅' 언제까지?
임상 결과 두고 '눈 가리고 아웅' 언제까지?
  • 박선혜 기자
  • 승인 2019.10.18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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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부 박선혜 기자.
학술부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지난달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럽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는 기대를 모았던 두 가지 치료제의 희비가 엇갈렸다. 다파글리플로진(제품명 포시가)과 사쿠비트릴/발사르탄(제품명 엔트레스토)이 그 주인공이다. 

두 치료제는 탑라인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최초' 타이틀을 거머쥘 수 있을지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두 치료제의 운명은 '1차 종료점'에서 갈렸다. 

다파글리플로진은 제2형 당뇨병과 관계없이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환자의 1차 종료점 위험을 통계적으로 의미 있게 낮췄다. 

반면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 환자 치료를 목표로 한 사쿠비트릴/발사르탄은 1차 종료점 위험을 낮추는 경향만 확인하고 유의성을 입증하지 못했다.

사쿠비트릴/발사르탄 임상 결과를 발표한 미국 교수는 불행히도 1차 종료점에 도달하지 못했고 하위분석에서 일부 의미 있는 결과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1차 종료점 도달 실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1차 종료점은 임상연구의 1차 목표라고 부를 정도로 갖는 의미는 상당하다. 이 때문에 전체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ITT(intention-to-treaat) 분석에서 유의한 1차 종료점 결과를 얻지 못하면 중도 탈락자를 제외하고 연구에 충실히 참여한 환자만을 대상으로 PP(per protocol) 분석을 진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국내 제약사가 배포하는 연구 관련 보도자료를 보면 '눈 가리고 아웅'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대다수 보도자료의 제목은 '성공'이다. 그러나 연구 결과를 보면 통계적 의미를 배제한 채 단순 수치상 결과만으로 연구가 성공했다고 알린다. 또 연구 발표자가 유효성에 대한 1차 종료점을 통계적으로 달성하지 못했다고 말했을지라도 안전성이나 다른 평가지표를 더 부각한다.

뿐만 아니라 다른 치료제의 임상연구에서 1차 종료점 데이터만 비교해 본사의 치료제가 더 좋았다고 홍보하기도 한다. 치료제를 직접 비교한 연구가 아니고 환자군도 차이가 있지만 이를 고려하지 않는다. 

이미 임상에 도입된 네 가지 비-비타민 K 길항제 경구용 항응고제(NOAC)는 최근에서야 동일한 환자군에서 약물 간 유효성 및 안전성을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결국 서로 다른 임상연구의 1차 종료점 데이터를 인용해 본사 치료제가 더 좋다고 알리는 것은 짜맞추기식 결론이라고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사례를 두고 제약사 내부에서는 국내 제약산업 전체가 부정적인 평가를 받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1차 종료점의 통계적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성공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도달하지 못한 다른 이유가 있거나 하위분석을 통해 일부 환자군에서 유효성을 입증했다면, 그에 맞는 근거를 학술대회에서 공개하거나 논문으로 제시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성과에 급급한 부풀리기식 결과 해석은 더이상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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