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중식 가천길병원 감염내과 교수, 폐렴구균보다 다재내성균 검출 여부가 더 중요
손덕현 요양병협 회장, 일반폐기물 전용 용기 사용 개선 필요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 요양병원 감염관리 의문 제기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요양병원 일반병동에서 배출되는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경우 감염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가운데,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감염 우려가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서울녹생환경지원센터는 한국의료폐기물공제조합이 의뢰해 지난해 12월부터 수행한 '요양병원 기저귀 감염성균 및 위해균에 대한 위해성 조사연구' 최종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국민 보건과 안전은 외면한 채 의료폐기물 발생량 증가 처리에만 몰두하고, 있어 안전성 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김성환 단국대 미생물학과 교수는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국 요양병원 10% 정도에 해당되는 152개 요양병원에서 배출된 일반의료폐기물 용기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일회용 기저귀가 없었던 11곳을 제외한 141개 요양병원 중 법정감염병 제2군 폐렴구균이 19.9%인 28개 기관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지난 2014년 법정감염병 제2군으로 지정된 폐렴구균은 감염과 사망률이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감염 우려가 있는 격리병동이 아닌 일반병동의 환자로부터 배출된 일회용 기저귀에서 폐렴구균이 검출됐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병원균의 유래에 대한 철저한 안전성 조사 및 감염 예방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국대학교 김성환 미생물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이 감염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요양병원 일반병동 환자 기저귀에서 폐렴구균 등 감염성 병원균이 검출돼 감염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단국대학교 김성환 미생물학과 교수는 요양병원이 감염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요양병원 일반병동 환자 기저귀에서 폐렴구균 등 감염성 병원균이 검출돼 감염 우려가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김 교수는 요양병원내 일반병동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는 폐렴 및 요로감염, 각종 염증, 피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감염 위험이 있는 병원균이 상당수 내재돼 있어 일회용 기저귀로부터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조사와 관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환경부가 입법예고한 폐기물관리법 시행령과 시행규칙 개정안대로 감염성 여부를 정확히 판단해 일회용 기저귀를 감염성이 있는 의료폐기물과 감염성이 없는 사업장일반폐기물로 철저히 분리, 배출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시료채취를 위해 개봉한 141개 일반의료폐기물 전용 용기 내 의료폐기물 이외의 폐기물이 있는 경우가 76개소로 절반 이상의 요양병원에서 철저한 분리, 배출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요양병원 내에서 의료폐기물과 생활폐기물의 분리, 배출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의료폐기물 발생량 대비 처리시설 용량 부족현상이 나타나는 데 일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요양병원 감염관리에 대한 의구심마저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입법 타당성 확보를 위해 이번 연구를 기초자료로 해서 전국 요양병원에 대한 감염관리 실태와 일회용 기저귀의 감염성 및 위해성에 대한 추가 조사를 수행해 환경적, 보건적, 사회적 안전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따르면, 135개 요양병원에서 발견된 폐렴간균은 법정감염병은 아니지만 최근 국내외 저명학술지에서 약물의 지속적인 사용 등에 의한 해당 균의 감염성과 내성 증가에 대한 내용이 발표됐다는 것이다.

또, 요로감염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프로테우스균과 포도상구균은 각각 95개소, 84개소에서 발견됐고, 각종 화농성 염증이나 식중독 등 다양한 감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황생포도상구균은 134개소에서 검출됐다.

피부질환을 일으키는 칸디다균 역시 5개소에서 발견됐다.

하지만 김 교수의 이 같은 지적과 주장에 대해 감염내과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일반병동에서 배출되는 기저귀의 폐렴구균과 감염성 병원균 검출은 당연하며, 감염 우려가 높지 않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가천길병원 엄중식 교수(감염내과)는 "요양병원 일반병동에서 배출되는 일회용 기저귀에서 병원성균이 검출되는 것은 당연하다"며 "단순히 일회용 기저귀에서 폐렴구균이 검출됐다는 것 만으로는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다. 중요한 것은 수퍼박테리아 등 다재내성균 검출 여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감염내과 전문의들은 폐렴구균, 황색포도상구균 등이 건강한 사람도 보유하고 있는 상재균이라며, 비감염성 환자의 기저귀에서 감염성균이 나왔다고 해서 타인에게 감염성균을 전파한다거나, 위험하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엄 교수는 "의료현장에서 어떻게 폐기물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것인지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기저귀에서 발견된 감염균에 대한 보균자를 찾고, 그 환자를 격리하는 등 감염관리에 대한 제반 절차에 대한 비용추계가 현재 없는 상황이다. 현행 보험체계에서는 의료폐기물과 일반폐기물을 처리하는 비용 보전이 없는 실정이다. 모든 비용을 병원들이 자체 비용으로 처리하면 요양병원들은 폐원할 수 있다. 현재 폐기물 처리 비용이 3배 이상 올랐다”고 전했다.

한편, 대한요양병원협회 손덕현 회장은 격리병동 및 감염성이 있는 환자에 대한 기저귀는 철저하게 의료폐기물로 처리하고 있다며, 일반폐기물로 처리할 수 있는 일반병동 일회용 기저귀에 대한 감염성 우려는 없다고 강조했다.

손 회장은 "일반폐기물로 전환된 일방병동 환자의 기저귀를 전용 용기에 담아 처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일반폐기물로 전환됐으면, 전용 용기를 사용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도록 정부가 조치를 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인플루엔자, 반코마이신내성황색포도알균, 반코마이신내성장알균 등 감염병 환자들이 배출하는 기저귀는 의료폐기물로 철저히 소각처리하고 있다"며 "이번 환경부 정책은 비감염성 기저귀를 일반폐기물로 전환하는 것으로 국민이 감염에 노출될 위험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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