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병원 이상열·박소영 교수 연구팀,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 발표
DPP-4 억제제 비복용군·일반 성인 대비 골절 예방 효과 없어
이상열 교수 "긍정적 결과 기대했으나 유의한 골밀도 개선 효과 없어"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항당뇨병제인 DPP-4 억제제가 골절 예방 효과를 검증한 연구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

경희대병원 이상열·박소영 교수(내분비내과) 연구팀은 기존 연구 결과들을 근거로 DPP-4 억제제가 골절 예방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DPP-4 억제제의 골절 발생 위험을 평가했다.

그러나 국민건강보험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DPP-4 억제제 치료를 받은 제2형 당뇨병 환자의 골절 발생 위험은 치료받지 않은 환자군 또는 일반 성인과 비교해 다르지 않았다. 즉 DPP-4 억제제는 골절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지만 골절 예방 효과도 없었다.

▲대한의학회지 8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경희대병원 이상열·박소영 교수 연구팀 논문 결과 재구성.
▲대한의학회지 8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경희대병원 이상열·박소영 교수 연구팀 논문 결과 재구성.

이번 분석에는 2009~2014년 건보공단 데이터에서 50세 이상의 성인 총 1만 164명의 자료가 포함됐다. 제2형 당뇨병 환자로 DPP-4 억제제를 복용한 군(DPP-4 억제제군)은 1410명, 비복용군은 4172명,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성인은 5582명(대조군)이었다. 

1차 종료점으로 골다공증 진단, 골다공증성 골절, 척추 골절, 비척추 골절, 대퇴골 골절 등에 대한 종합적인 발생률을 평가했다. 

최종 결과, DPP-4 억제제군의 골절 발생률은 비복용군 또는 대조군과 비교해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모두 P>0.05). 

1차 종료점 발생률은 1000인년(person-years)당 DPP-4 억제제군 0.089명, 비복용군 0.099명, 대조군 0.095명이었다. 게다가 DPP-4 억제제군과 비교한 골절 발생 위험은 비복용군 1.063배, 대조군 1.035배로 모두 의미 있게 높지 않았다(각각 P=0.507; P=0.704).

이 같은 결과는 1차 종료점을 구성하는 각 평가요인을 따로 분석한 결과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또 성별 또는 나이에 따른 하위분석 결과 역시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한편 이번 연구 결과는 대한의학회지 8월 7일자 온라인판에 실렸다. 

DPP-4 억제제와 골절의 연관성은 제2형 당뇨병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연구마다 일관된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28개 연구를 메타분석한 결과에서는 DPP-4 억제제가 골절 발생 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보고됐다(Diabetes Care 2011;34(11):2474-2476).

이와 유사하게 2016년 건보공단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메트포르민을 기반으로 DPP-4 억제제를 복용한 환자군이 설포닐우레아 치료를 받은 군보다 골절 위험이 감소해, DPP-4 억제제가 골절 예방 효과가 있음을 시사했다(Osteoporos Int 2016;27(9):2709-2715). 

하지만 이러한 결과와 달리 DPP-4 억제제가 골절 예방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연구 결과도 혼재된 상황.

본 연구는 DPP-4 억제제가 골절 예방 효과가 있다는 가정하에 시작됐지만 최종적으로 긍정적인 결과에 도달하지 못했다. 연구를 주도한 이 교수를 만나 연구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은?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DPP-4 억제제가 골절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데 과거 본 연구실에서 세포실험을 진행한 결과, DPP-4 억제제가 골밀도 개선에 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세포실험에서 DPP-4 억제제가 항산화 효과가 있고 골대사와 관련된 세포에 영향을 미치는 세포독성 작용을 역전(reverse)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 

이와 함께 2016년 건보공단 데이터 분석 결과에서도 DPP-4 억제제가 골절 발생 위험을 낮추는 데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이러한 연구들이 이번 연구를 진행하게 된 배경이 됐다.

사실 이번 연구 결과가 긍정적일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DPP-4 억제제는 다른 새로운 항당뇨병제와 비교해 뼈에 대한 안전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아주 긍정적이거나 임상적으로 유의한 골밀도 개선 효과가 없었다. 절반의 성공에 해당하는 결론을 얻은 것이다.

- 2016년 발표된 건보공단 분석과 다른 결론을 내렸다. 그 이유를 추정하면?

기존 연구의 경우 건보공단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해 질병분류코드나 약물 처방 등 정보가 확실하게 기록되지 않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골절에 대한 질병코드를 보다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 연구에서는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ICD)-10 질병코드에 따라 골절에 대한 정의를 내렸다. 이로 인해 처음에는 성인 100만명 데이터가 포함됐지만, 대상자를 세분화해 선정하면서 많은 데이터가 제외됐고 최종 1만여명의 자료가 포함됐다. 

- DPP-4 억제제 복용군, 비복용군과 함께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성인도 분석에 포함한 이유는?

제2형 당뇨병 환자 중 DPP-4 억제제 복용군과 비복용군을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에 더해 제2형 당뇨병이 없는 성인과 골절 위험을 비교하는 것도 필요하다. 세포 또는 동물실험에서 음성 대조군(negative control)을 설정하는 것처럼 이번 연구에서는 일반 성인을 음성 대조군으로 정의했다. 즉 DPP-4 억제제 복용군과 일반 성인을 비교해 보다 더 확실한 근거를 만들었다.

- 골절 위험은 남성보다 폐경 후 여성이 높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분석에서 남성 비율이 더 높다. 이 차이가 결과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지?

남성 비율은 DPP-4 억제제 복용군 66.67%, 비복용군 64.55%, 대조군 55.28%로 남성이 더 많았다. 하지만 통계분석에서 여러 요인을 보정했기에 성별에 따른 차이는 어느 정도 해결이 됐을 것으로 생각한다. 남녀에 따라, 그리고 폐경 여부에 따라 엄밀히 분석하면 좋았겠지만 이번 연구에서는 하지 못했다. 연구가 가진 구조적인 한계다. 

연구에서 DPP-4 억제제가 골절에 미치는 영향이 중립적(neutral)이라고 나왔지만, 폐경 후 여성은 골밀도가 감소하고 골다공증성 골절에 취약하므로 이들을 대상으로 연관성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폐경 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와 다른 결론이 나온다면 본 연구가 부정될 수 있겠으나 이를 뛰어넘는 더 좋은 데이터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 이번 연구의 한계점이 있다면?

먼저 건보공단 자료를 100%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질병코드에 따라 골절을 잘 정의하고 괜찮은 표현형(phenotype)을 가진 환자 자료만 모으려고 했지만 한계가 있다. 질병코드가 정확하게 입력됐고 자료가 잘 축적됐다면 더 많은 환자 자료를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DPP-4 억제제가 골절에 미치는 기전에 대해 정확하게 답할 수 없다. 세포실험에서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는데 이번 연구에서는 다른 결과가 나온 이유와 그 기전에 대해 질문한다면 '알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향후 기전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이와 함께 국외 연구와 비교해보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았다. 개인 연구자 역량으로 어려운 부분이 있으니, 향후 다학제팀 또는 국외 연구자들과의 공동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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