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환자, 한국에 수술장비 없어 해외로 간다
뇌전증 환자, 한국에 수술장비 없어 해외로 간다
  • 주윤지 기자
  • 승인 2019.08.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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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뇌전증학회,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 중간보고서 발표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
한국에 뇌자도 등 수술에 필요한 장비 없어 환자는 500만원 부담하고 일본에서 수술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로 뇌전증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br>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로 뇌전증 수술을 하고 있는 모습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우리나라에서 뇌전증 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매년 1000명씩 증가하는 가운데 수술에 필요한 장비가 국내에 없어 개인 돈 500만원을 부담해 일본 등 해외에서 치료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뇌전증학회는 8일 이같은 내용을 국립중앙의료원 공공보건의료연구소 용역연구에 대한 중간보고서 통해 밝혔다.

뇌전증은 치매와 뇌졸중과 함께 3대 신경계 질환 중 하나다. 뇌전증은 신경계 질환 중 뇌졸중 다음으로 생명을 단축시키는 사망원인 2위이고, 젊은 사람들에서 생명을 단축시키는 원인 1위이다.

학회는 "50억원 정부지원만 있으면 중증 뇌전증 환자들이 일본, 미국에 가지 않아도 수술을 받을 수 있다"며 "치매 지원의 100분의 1이라도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고 피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 결과, 국내 뇌전증 환자는 약 36만 명으로 추정된다. 그 중 약 10만명이 약물로 완전히 증상이 조절되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이다.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는 사망률이 10배 높고, 급사(急死)율은 27배 높다. 약물난치성 뇌전증의 유일한 치료법은 뇌전증 수술이고 생명을 구하는 치료이다. 

항경련제로 증상이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은 모두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국내 뇌전증 수술의 완치율은 평균 71%로 나타났다. 

학회에 따르면 뇌전증 수술이 시급한 환자 수가 3만 7225명이었다. 이들은 경련증상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매우 어려운 경우인 '중증 약물난치성 뇌전증'을 앓고 있다. 

뇌전증 수술 대기 환자는 2만 2335명이지만 국내에서는 뇌전증 수술을 1년에 300건도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매년 약 2만 명의 뇌전증 환자들이 새로 발생해 수술이 필요한 뇌전증 환자는 매년 1,000명씩 증가하고 있다. 

학회는 "한국에서 뇌전증 수술은 1년에 1,500~2,000건 이상 시행되어야 하지만 치매, 뇌졸중과 같이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한번도 없었기 때문에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장비들이 한국에 없다"고 꼬집었다.

뇌자도, SEEG 로봇시스템,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 "한국에 없어"

뇌자도
뇌자도

뇌전증 수술에 필요한 3가지 진단 및 수술 장비는 뇌자도(MEG), 삼차원뇌파수술 로봇시스템과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다. 

뇌자도는 뇌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자기(magnetism)를 측정하는 최첨단 진단장비다. 뇌파검사는 뇌표면의 굴곡과 두개골에 의하여 크게 왜곡되지만 뇌자도는 왜곡이 전혀 없고, 공간해상도가 뇌파검사에 비하여 10배 이상 높다. 

뇌자도는 전 세계적으로 179대가 설치·운영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단 한 대도 없어서 중증 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이 500만원 자기 돈을 써가면서 일본 교토대학교병원에 가서 뇌자도 검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일본, 미국에는 40대 이상 뇌자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다. 

학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뇌자도 검사가 필요한 뇌전증 환자 수는 1년에 약 2500명으로 한국에 3~4대의 뇌자도가 필요하다. 뇌자도 한 대의 값은 약 30억원이다.

또 뇌전증 수술에 꼭 필요한 수술장비가 삼차원뇌파(SEEG)수술 로봇시스템이다. 

SEEG 수술은 약 15년전에 새롭게 개발된 뇌전증 수술로 더욱 안전하고 효과적이어서 뇌전증을 치료하는 수술법이다.

학회는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활성화되어 뇌전증 수술의 70% 이상이 SEEG수술로 시행되고 있다"며 "한국에서는 SEEG 로봇시스템이 한 대도 없어서 1%도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는 "로봇시스템이 없이 맨손으로 하다 보니까 수술시간이 2배 이상 걸리고 정확도가 떨어져서 수술 중에 뇌출혈이 발생하고, 전극이 다른 곳으로 들어가고, 수술 후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로 필요한 장비는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이다. 두개골을 열지 않고 조그만 구멍을 뚫고 내시경적으로 뇌전증 병소를 제거하는 최신 뇌전증 수술이다.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의 값은 약 5억원이다. 

깊은 곳에도 접근이 가능하며 병변이 여러 개 있을 때에도 쉽게 제거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약물난치성 뇌전증 환자들에서 레이저 열치료 수술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뇌전증 수술의 약 20~30%가 레이저 열치료 수술로 이루어진다. 

학회는 "전세계적으로 215대의 레이저 열치료 수술장비가 뇌전증 수술에 활용되고 있지만 한국에는 한 대도 없어서 외국에서는 수술이 가능한 뇌전증 환자들이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학회는 "100세까지 전 연령층이 알고 있는 뇌전증 환를 국가가 돌보지 않으면 누가 하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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