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모니터링 기준 의사 5인 이상→2인 이상' 또는 '세미나 하지 말라'
노조, "개선안 아니다...직원들 의견 반영 가능성 낮아"

MSD 노동조합은 지난 10일 본사 앞에서 근무여건 개선을 위한 집회를 열었다.

[메디칼업저버 이현주 기자] 무리한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Self-Assurance program) 운영으로 논란이 된 한국MSD가 관련 정책을 내부적으로 더 강화할 것으로 알려져 노동조합과 마찰을 빚고 있다.  

뿐만 아니라 작년 12월 노조가 설립됐지만 단체협약 체결이 순탄치 않은 등 내홍이 계속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MSD 노조는 지난 10일 서울역 부근 본사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노조가 만들어졌음에도 근무 여건이 나아지기는 커녕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은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로 논란이 됐음에도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MSD는 의사 5명이 참석하는 세미나 혹은 제품설명회의 경우 컴플라이언스 규정을 준수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시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무리한 녹취, 개인정보 동의 요구 등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 4월 논란이 된 바 있다.

당시 회사 측은 "투명성 제고나 법규 준수 등 좋은 의도로 도입된 만큼 취지와 목적에 맞게 진행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노조에 따르면 최근 회사 측은 세미나 참석 의사 '5인 이상'의 기준을 '2인 이상'으로 변경하거나 세미나를 없애는 두가지 선택지를 제시했다. 2인 이상으로 변경될 경우 사전공지 제도도 없어진다.  

MSD 한 직원은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시행하는 세미나 기준이 5인 이상에서 2인 이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있는 데다 사전공지도 없애려고 한다"며 "지금까지 진행된 세미나가 컴플라이언스 관련 문제가 없었다면 완화돼야 하는데 오히려 강화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2인 이상으로 변경하는 것이 싫다면 세미나를 하지 말라는 식"이라며 "앞으로 한달간 직원들 의견을 듣겠다고 했지만 반영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전했다. 

또 다른 직원은 "외부 모니터링이 언론 등을 통해 논란이 되자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지금 회사 방침은 아예 세미나를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노조가 설립된 지 반년이 지났지만 체불임금 건만 얘기가 오갔지 사실상 단체협약 논의가 진행되지 못했다는 것이 노조 측 얘기다. 

노조 관계자는 "150조에 이르는 단체협약 중 실질적으로 1조에 대한 논의가 시작도 안 됐다"며 "노조가 생겼지만 근무 여건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약 한달간 10여 명 수준의 소규모 집회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며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 운영에 직원들 의견이 반영되는지 여부를 따져 집회 연장도 검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사측은 "외부 모니터링 시스템은 회사 윤리 규정과 컴플라이언스 가이드 상 필요한 프로그램"이라며 "자세한 것은 회사 내부 사항이라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또한 "회사는 노조와 임금인상을 포함한 단체협약 의견을 전달했고 노조와 성실하게 대화를 나눴다"면서 "일련의 일들이 상호 이해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이라고 본다. 현재 진행 중인 단체협상을 빠른 시일 안에 마무리 짓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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