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 피·가해자 즉시분리 등 현장조치 강화...응급기관 순찰·비상벨 설치도 검토
醫, 반의사 불벌규정 삭제·처벌규정 정비 등 법 개정 촉구...시민사회는 '글쎄'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응급의료현장 폭력추방'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정부와 사법당국이 응급현장에서의 의료인 폭행사건에 대해 엄중 대처해 나간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다만 의료계가 요구한 반의사불법조항 삭제와 폭행 가해자 처벌 하한선 설정 등에 대해서는 의료계와 시민사회의 의견이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13일 국회에서 '응급의료현장 폭력추방'을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열었다. 잇따르고 있는 응급실, 진료실 의료인 폭행사건의 재발방지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다.

이 자리에서 정부와 사법당국은 의료인 폭행사건에 대해 엄중대처하는 한편,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청 최주원 형사과장.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경찰청 최주원 형사과장은 "미온적 경찰이라는 비판 속에 어떤 함의가 들어있는 것인지 깊게 고민했고, 그것이 경찰에 대한 기대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생각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며 "의료인 폭행은 의료인 개인에 대한 권익 침해가 아니라 공익적 침해이며, 의료인의 역할을 볼 때 공익적인 차원에서 보호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고 했다.

최 과장은 이날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경찰청 차원의 구체적인 대책과 각오도 내놨다.

구체적으로는 ▲의료인 폭행 예방활동을 강화하며 ▲의료인 폭행 발생시 최대한 신속히 출동해 피·가해자 즉시 분리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며 ▲가해자 저지 불응시 법 테두리 안에서 가용할 수 있는 장비를 모두 동원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했다.

또 ▲경찰 순찰지역에 응급실을 추가하고 ▲응급의료기관 비상벨 설치 등 비상시설 구비도 검토해 나가기로 했다.

최 과장은 다만 응급의료시설 내 공권력 상주요구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일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폭행사건과 관련해서는 처벌은 형사과, 예방은 범죄예방과, 주취자와 관련해서는 생활질서과가 각각 그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나 관련 전문가들을 모아 현재 팀을 운영 중"이라며 "다만 의료계의 요구대로 응급실에 경찰인력을 직접 투입하기 위해서는 연간 1400명가량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하다. 국민과 의료계가 생각을 맞춰 합의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했다.

사건 재발방지를 위해 복지부, 의료계와의 협력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최 과장은 "복지부와 의료계의 요청 사항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부분을 깊이 고민하겠다"고 했고, 복지부 박재찬 응급의료과장 또한 "하반기 응급실 이용문화 개선에 방점을 두고 적극적으로 정책홍보를 진행해 나가겠다. 관련 기관들과도 협조해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노력을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의료인 폭행방지법 등 법률 개정과 관련해서는, 관계자들의 의견이 다소 엇갈렸다.

의료계는 반의사불법 조항을 삭제해 경찰의 수사권이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발동할 수 있도록 하며,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 규정을 정비해, 처벌의 실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대한의사협회 김해영 법제이사는 "의료인 폭행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 5년 이하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돼 있는데, 벌금과 징역을 함께 부과할 수 있는 병과규정이 아니라 선택규정이다 보니 실제로 의료인 폭행으로 실형을 받는 사례는 없다"며 "처벌 규정을 정비해, 처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법제이사는 "반의사불벌 규정도 삭제해야 한다"며 "반의사불법 규정이 없는 경우, 수사당국 입장에서는 항상 수사해야 하는 사건이 되기 때문에 수사권이 보다 즉각적이고 강력하게 발동한다. 성범죄에 반의사 불벌규 정을 없앤 것도 같은 이유"라고 강조했다.

환자단체는 그보다는 환경의 개선에 방점을 찍는 분위기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반의사불법 규정을 없애고 벌금죄를 폐지해야 한다는 것은, 폭행의 범위가 매우 넓고 애매한 상황에서 과도한 주장일 수 있다"며 "의료현장에서의 폭행 문제는 법의 문제라기 보다는 제도와 문화, 정책의 문제로 이번 기회에 이를 위한 사회적 합의를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편 대한응급의학회와 병원응급간호사회, 응급구조사협회는 이날 토론회 말미 응급의료현장 폭력방지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들은 "응급의료현장에서 응급의료인의 안전은 곧 국민의 권리이고, 응급환자의 생명"이라고 강조하고 "응급의료인들이 안전한 응급의료환경에서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법 제도적, 행정적, 재정적 지원을 요청하며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응원과 지지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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