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및 제조 중지 해제대상 의약품 목록 수록]
219품목 중 115개 판매 중지 유지...식약처 미흡한 후속조치 비판

 

발암 가능 물질을 함유한 중국산 발사르탄 사용 고혈압 치료제가 600만 고혈압 환자를 공포에 떨게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이틀 동안 82개 업체의 현장조사를 완료해 문제된 품목들을 가려냈지만 불안감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지 않아 보인다. 

◆ 219개 품목 중 115개 항고혈압약, 중국산 발사르탄 사용

식약처는 지난 7일 유럽의약품안전청(EMA)이 중국 '제지앙 화하이'사의 원료 발사르탄에서 불순물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Nitrosodimethylamine, NDMA)'이 확인돼 이를 사용한 고혈압 치료제를 회수함에 따라 국내서도 해당 원료를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는 제품 219품목에 대해 판매 및 제조·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NDMA는 세계보건기구(WHO)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2A’군으로 정한 발암위험 물질이다. 2A군은 인간에게 발암물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동물실험에서는 발암 증거가 충분히 밝혀졌지만, 사람 대상으로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의미다.

식약처는 219개 제품의 NDMA 검출량 및 위해성에 대해 확인된 바 없으나, 소비자 보호 차원에서 잠정조치를 내렸으며 9일 104개 품목(46개 업체)에 대해서는 판매 및 제조중지를 해제했다.  

반면 해당 원료 사용이 확인된 115개 품목(54개 업체)은 판매 및 제조 중지를 유지하고, 회수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조사 과정에서 18개 업체는 해당 원료를 사용한 품목과 사용되지 않음 품목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병의원, 환자 문의 및 항의 쇄도...오리지널 등으로 처방변경

항고혈압약의 안전성 문제가 주말에 터지자 월요일 의료기관을 찾는 환자가 줄을 잇고 전화문의 역시 쇄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도 그럴 것이 대한고혈압학회 2018 고혈압 팩트시트에 따르면, 국내 고혈압 환자는 2016년 기준 1177만명으로 집계됐으며, 꾸준히 고혈압 치료를 받는 환자는 약 600만명으로 조사됐다. 

또한 의약품 시장조사기관인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작년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고혈압 치료제 시장은 1조 3800억원에 이르며, ARB제제 항고혈압약 단일제와 복합제를 포함해 전체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고혈압 환자 절반 이상이 자신이 복용하는 약의 안전성을 확인해야 하는 것은 물론 다른 성분의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내과 개원의는 "인근 내과들 모두 아침부터 문의와 항의가 빗발쳤다"며 "문제된 약은 발사르탄 오리지널 제품이나 피마살탄, 올메살탄 등 타 ARB 제제로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내과 개원의는 "리스트에 있는 제품들은 제네릭인 데다 인지도가 높지 않은 회사들 약"이라며 "타지에서 거주하는 환자가 문제된 제품을 가져와 변경해 달라고 해 오리지널로 처방해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상의 보조성분이 문제가 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발사르탄을 복용하면서 그동안 다른 문제가 없었던 환자라면, 주성분을 교체할 게 아니라 다른 발사르탄 제제를 계속 처방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 처방약 조제 약국도, 의약품 유통 도매도 '혼란'

처방약을 조제하는 약국가도 혼란을 겪었다. 

내과 문전약국 한 약사는 "아침부터 문의가 폭주해 조제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발사르탄 뿐만 아니라 ARB제제, CCB제제, 제네릭, 오리지널을 가리지 않고 자신이 복용하는 약이 안전한지에 대한 문의가 잇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오리지널 약으로 변경처방이 나오기도 해 해당 제품 재고파악은 물론 물량도 확보해야 한다"고 전했다.

약국들의 주문에 도매업체들은 문제된 제품들의 반품보다 오리지널 제품 확보에 더 바쁜 하루를 보냈다. 

서울 종합도매업체 관계자는 "문전약국 중심으로 발사르탄 성분 오리지널 제품인 엑스포지, 디오반 주문이 쏟아졌다"며 "보통 주문수량의 10~20배 정도로 보면 된다. 오늘 당장 모든 처방이 변경된 것은 아니지만 향후를 고려해 제품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리스트에 있는 약들 중 판매중지가 해제된 약을 가진 제약사들은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며 "그러나 도매업체들은 오리지널 제품 주문이 우선이다. 노바티스에서 요청한 수량을 보내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식약처, 미흡한 후속조치에 비난 '봇물'

 

식약처는 NDMA 검출량 및 위해성을 확인하지 않은 채 소비자 피해를 막는다는 이유로 판매금지 등의 조치를 감행했다.

그러나 사전조치도 좋지만 고혈압 치료제 판매중지 리스트만 발표하고 후속조치나 지침이 미흡해 비난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가 나서 처방 변경을 위해 내원한 환자들에 대한 지침을 안내했으며 보건복지부는 9일 저녁 8시에 후속조치 방안을 내놨다.   

후속조치에 따르면 기존 환자는 1회에 한해 본인부담금이 면제(공단부담금은 청구)되며, 재처방시 처방일수는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처방해야 한다. 재처방과 교환은 문제가된 의약품에만 해당된다.

서울의 한 개원의는 "환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사항은 '문제된 약에 NDMA가 언제부터 포함돼 있었냐는 것이다"라며 "무조건 판매금지 리스트만 발표하고, 그것도 하루 만에 다시 해제하는 경우는 면피를 위한 조치 아니냐"고 비난했다.

또 "사실 판매금지 해제라는 식약처 조사결과를 믿어야 할지도 의문"이라며 "국정감사 수준의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내사 한 관계자는 "식약처가 판매금지하고 만 하루 만에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해제를 했는데, 해당 원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였다"며 "회사는 신뢰를 잃었고 환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EMA 발표가 있었어도 환자가 병원을 찾지 않는 주말이었다. 회사에 전화해 최소한의 확인이라도 했으면 일이 이렇게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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