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살예방협회 오강섭 회장 ... "자살 유가족 관리 필요"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우리나라 인구 10만 명당 자살률은 25.6명으로 13년 연속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 국제적 불명예를 벗기 위해 정부가 여러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데 최근 이웃 국가인 일본이 자살률을 크게 낮추면서 우리에게도 해법을 제시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일본은 1990년 중반부터 후반까지 자살률이 많이 증가해 사회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다. 그런데 2003~2015년 사이 인구 10만명당 자살률을 18.7명으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12년 동안 자살률을 30%나 낮춘 것이다. 

자살에 대한 언론 보도지침도 만들고, 생명존중 캠페인 실시 등 자살 문제를 해결하려고 오랫동안 천착해 온 한국자살예방협회 오강섭 회장(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 회장은 최근 일본의 성과를 높게 평가하며, 일본 정부의 역할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본이 자살률을 크게 낮출 수 있었던 원동력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자살 유가족들이 활발한 사회활동을 꼽고 싶다. 대부분 유가족은 자살한 가족 얘기를 숨기거나, 고통을 말하지 않는다. 사회적 낙인이나 불이익을 걱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유가족들은 국가를 상대로 자살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강하게 폈다. 이에 국회의원들이 움직였고, 결국 국회에서 '자살예방포럼'을 만들었다. 포럼에 참석한 의원들이 2016년 '자살예방법'을 만들었고 이후 정부가 움직일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최근 자살 유가족 관리가 중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자살한 가족을 둔 유가족에 대한 관심이 거의 없었다. 유가족은 여러 심리적 문제를 겪을 뿐 아니라 자살 고위험군임에도 말이다. 자살에 대한 인식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등은 심리부검을 통해 유가족 관리를 하고 자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방법은 조기치료나 자살예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유가족 지원사업으로 심리적 지원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도움을 주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제라도 유가족에데 심리지원이나 법적, 경제적 지원을 해야 한다.

-일본처럼 유가족들의 요청으로 자살특별법이 만들어졌다고 해서 이것이 곧 자살률 감소로 이어진다고 볼 수 없다. 
물론이다. 우리나라도 법이 없어 자살률 1위를 달리고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일본 국회의원들이 특별법을 만든 후 많은 것이 달라졌다고 한다. 소관 부처를 후생노동성에서 총리실 산하로 옮기고, 여기에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를 만들었다. 총리실에서 모든 자살 관련 정책을 컨트롤 하게 해 자살 정책에 대한 힘을 실어줬다. 우리나라가 올해 보건복지부 내에 '자살예방정책과'가 신설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 힘 있는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얘기인가? 
자살 문제는 노동부, 교육부, 국방부 등 여러 정부 부처가 연관돼 있다.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가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각 부서 간 유기적 협력을 위해서는 대통령 산하 직속 기관으로 배치됐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정부의 재정 투입도 필수적이다. 일본은 자살 예방 활동을 위해 2003년 300억엔(약 3100억원), 2015년에는 700억원(약 7200억원)을 투입했다. 그 노력의 결과로 자살률 30% 감소라는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올해 105억원 정도에 머물러 있다. 일본은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 내에 자살을 연구하는 연구원만 9명일 정도다. 

- 일본의 자살종합대책추진센터가 구체적으로 한 일은? 
우선 자살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이었다. 지역별 자살자 수, 자살 특성, 자살 경로, 자살원인, 지역별 특성 등 자살자에 대한 정확한 통계를 산출해 자살률을 줄이려고 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발표한 '자살예방 국가행동계획' 5가지 중 첫 번째 사업으로 최근 5년간 자살한 사망자 7만명에 대해 전수조사를 하는 프로젝트도 일본을 벤치마킹 한 것이다.   

일본이 자살률을 많이 줄일 수 있었던 핵심은 전체 인구를 대상으로 자살 정책을 추진하지 않고 도도부현(우리나라 군 정도) 중심으로 정책을 폈다는 점이다. 지역의 단체장이 자살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그 지역의 자살 동향 등을 파악했다고 알려졌다. 

▲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 우리나라도 국회의원 32명이 참여한 자살예방포럼이 2월 27일 출범했다. 앞으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더불어민주당 원혜영 의원,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 바른미래당 주승용 의원이 공동대표로 참여하는 등 많은 의원이 포럼에 참석했다. 일본처럼 특별법을 만들어 활동하는 건 아니더라도 현재 선언적으로 돼 있는 법을 구체화하는 노력을 하려고 한다. 
또 자살예방을 위한 법과 제도 개선, 지자체별 자살예방조례 제정 권고, 시민사회 차원의 자살예방 활동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일본이 자살률을 포럼을 통해 이뤄낸 것처럼 우리도 좋은 성과가 있길 기대한다. 

- 청소년 자살도 심각한 사회 문제다. 이를 예방하려면? 
청소년 자살은 대체로 학교에서의 왕따, 성적 부진, 집안 불화 등이 원인이다. 개인적으로 학교에서 성희롱 방지 교육은 받으면서 자살예방 교육을 받지 않은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법을 개정해 학교에서 의무적으로 자살은 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교육을 받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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