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상태 고려해 1차 예방으로 적용 가능" vs "대부분 연구에 임상에서 만나는 환자 제외돼"

고령 환자에게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을 적용해 지질을 강력하게 조절할 수 있을까? 2035년이면 한국이 전 세계에서 최장수 국가가 된다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늘어나는 고령 환자의 지질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지가 논란이다. 

특히 국내 65세 이상 2명 중 1명은 이상지질혈증이라는 진단이 나오면서 학계 내에서는 최적 지질치료 전략 논쟁에 불이 붙은 모습이다. 더욱이 국외 가이드라인마다 고령의 기준이 다르고 치료전략도 각양각색으로 제시하고 있기에 명확한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상황. 

이에 2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년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고령 환자에게 강력한 지질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 21일 경주 화백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7년 춘계심혈관통합학술대회'에서는 고령 환자에게 강력한 지질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실제 나이≠신체 나이, 환자 상태에 따라 고강도 스타틴 가능"

먼저 성균관의대 이종영 교수(순환기내과)는 고령 환자에게 강력한 지질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는 점에 힘을 실었다.

이 교수는 "고령 환자라도 실제 나이와 신체 나이가 다르다"면서 "여러 가지 요인을 고려해서 심혈관질환 1차 예방을 위해 고용량 스타틴 치료전략을 진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즉 고령 환자에서 고강도 스타틴 복용에 따른 혜택과 위험을 비교해 지질치료 전략을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 근거로 이 교수는 2002년 발표된 PROSPER 연구를 제시했다(Lancet 2002;360(9346):1623-1630). 연구에서는 70~82세 고령 환자 약 5800명을 대상으로 프라바스타틴(pravastatin) 또는 위약 복용 후 예후를 비교했다. 이들은 혈관질환 발생 고위험군이거나 혈관질환을 진단받은 환자였다.

그 결과 프라바스타틴을 3년간 복용한 고령에서는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 위험이 19% 감소했다. 아울러 허혈성 뇌졸중 발병 위험도 25% 낮아졌다.

이에 더해 TNT(Treating to New Targets) 연구에서는 65세 이상의 관상동맥 심장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아토르바스타틴(atorvastatin)의 안전성 및 효능을 분석한 연구에서도 LDL-콜레스테롤(LDL-C)을 강력하게 낮췄을 때 임상적 혜택이 큰 것으로 확인됐다(Ann Intern Med 2007;147(1):1-9).

이 교수는 "이상적으로 죽상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는 80세 전에 이상지질혈증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심혈관질환 위험, 평균 수명, 신장 기능, 합병증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지질치료 전략을 결정해야 할 것"이라며 "아직 80세 이후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 치료전략에 대해 분석한 무작위 대조군 연구가 없기에, 환자 개개인의 특징에 따라 치료를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장질환·운동기능 문제 있는 환자 배제…임상에 적용하기 어려워"

하지만 이에 대한 반론이 있다. 대부분 연구에 심장질환, 운동기능 등 문제가 있는 고령 환자가 제외됐고 대부분 건강한 환자들을 대상으로 했다는 것이다.

서울의대 김광일 교수(내과)는 "75세 이상이더라도 심장질환, 운동기능에 문제가 있는 환자는 대부분 연구에서 제외됐다"면서 "임상에서 만나는 모든 환자에게 연구 결과를 적용할 수 있을지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김 교수는 고령에서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이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던 연구들의 하위분석에서는 통계적인 유의성이 감소했다고 피력했다.

김 교수는 "PROSPER 연구에서는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 시 심혈관질환 2차 예방에서 효과를 보였지만 1차 예방에서는 통계적인 차이가 없었다"면서 "고령 환자에게 1차 예방을 목적으로 스타틴을 복용하도록 하는 것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TNT 하위분석에서도 65세 이상에서 고강도 스타틴의 1차 예방 효과가 있다고 단정 내릴 수 없다는 것이 김 교수의 부연이다.

이어 그는 고령 환자에서 스타틴의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스타틴 복용에 따른 근육병은 고령의 신체 기능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고강도 스타틴으로 당뇨병 발병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스타틴이 고령의 인지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확실한 근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모든 고령, 특히 80세 이상 및 노쇠 환자에게 고강도 스타틴이 도움되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특히 노쇠한 고령에서도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면서 "모든 고령이 스타틴을 복용해야 한다는 연구가 없기 때문에 고강도 스타틴 치료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 안전성에 관한 보다 많은 근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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