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구팀, 21일 JAMA Network Open에 연구 결과 발표..."고혈압 약물 계열 간 비슷한 효과"
분당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 "어느 한 약물이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어"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ACE 억제제, 디히드로피리딘(DHP) 칼슘채널차단제, 티아지드 이뇨제,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베타차단제 등은 고혈압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약물들이다. 이들 약물이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데 계열 간 차이가 있을까?

미국 조지워싱턴대 Jingkai Wei 교수팀 지난달 21일 JAMA Network Open에 네트워크 메타분석 연구를 발표하면서 이 논쟁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고혈압 약물은 심혈관 사건을 예방하는 데 사용되지만, 고혈압 약물 계열을 비교한 연구는 없기 때문이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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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고혈압 약물 간 차이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고혈압 전문가에 따르면 이번 메타분석의 결과는 약물 간 우월성을 입증하지 못 해 새로운 발견이 아니다.

미국 연구팀,  46개의 고혈압 약물 연구를 메타분석

Wei 연구팀은 동반한 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 약 24만 8887명을 포함해 최소 6개월 동안 추적관찰한 46개의 개별 연구를 메타분석했다. 

포함된 연구 중 15개는 ACE 억제제, 13개는 티아지드 이뇨제, 12개는 안지오텐신수용체차단제(ARB), 8개는 베타차단제, 4개는 DHP 칼슘채널차단제의 효과를 검토했다. 

메타분석은 2017년 10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진행됐다. 1차 종료점은 심혈관계 사망, 심근경색, 뇌졸중 및 재관류술을 포함한 연구에서 발생한 첫 심혈관 사건으로 정의됐다. 참가자 평군 나이는 65.6세, 52.8%는 남성이었다.

그 결과, 모든 5가지 고혈압 약물 계열이 위약보다 심혈관질환 발생의 더 큰 감소와 연관됐었다. 

연구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위약과 비교했을 때 ACE 억제제, DHP 칼슘채널차단제, 티아지드 이뇨제는 심혈관 사건(25%), 심혈관계 사망(20%) 및 뇌졸중(25%) 사건 발생을 줄이는 데 비슷한 효과를 냈다.

이 중 ACE 억제제는 심근경색 발생을 줄이는 데 가장 효과적이었고(28%), 이뇨제는 재관류술을 줄이는 데(33%) 가장 효과적이었다. 

또 메타희귀분석에서 수축기혈압 10mmHg 감소와 이완기혈압 5mmHg 감소가 심혈관 사망, 뇌졸중 및 전반적인 심혈관 사건의 위험을 낮추는 것과 크게 연관됐다.

연구를 이끈 Wei 교수는 "동반 질환이 없는 고혈압 환자에 대한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 고혈압 약물 계열이 심혈관계 사건을 감소시키는 데 유사한 이점이 있었다"며 "추가 연구는 심혈관 사건을 감소시키는 데 항고혈압 약물의 조합의 효과를 비교해야 한다"고 밝혔다. 

단기 효과 검토뿐, 장기 안전성은 검토하지 않아...우월성 입증 못 해

이번 메타분석은 여러 제한점이 있다고 고혈압 전문가가 설명했다.

먼저 이번 연구는 약물들의 단기적 효과만 검토하고, 보고 장기 안전성을 분석하지 않있다. 이는 메타분석의 제한점으로 한 약제가 우월하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다.

서울대병원 이해영 교수(순환기내과)는 17일 본지와 통화에서 "각각의 연구들이 유명하기 때문에 이러한 결과는 이미 가이드라인에 반영돼 있다"며 "이번 네트워크 메타분석은 잘 알려진 고혈압 연구들을 합쳐서 검토했기 때문에 새로운 데이터는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결국 네트워크 메타분석이다. 메타분석의 제한점은 대규모 연구의 결론에 영향을 많이 받게 돼 있는데, ACE 억제제, DHP 칼슘채널차단제, 티아지드 이뇨제 관련 대규모 연구가 베타차단제 혹은 ARB 약물과 관련된 연구보다 초창기에 많았기 때문에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이 교수는 "ARB는 연구 자체가 많지 않아 초록에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초록에서 거론된 3가지 약물과 심혈관 사건 예방 효과에 차이가 없어 이 네트워크 메타분석에서는 베타차단제의 약효가 많이 떨어지고 나머지 약제들은 비슷하다고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연구에서 확연하게 나타난건 베타차단제가 다른 약물보다 효과가 떨어지는 것인데, 우리나라 및 해외 고혈압 가이드라인에서는 베타차단제는 심혈관질환 사건 방어 효과가 떨어진다고 이미 반영돼 있어 이번 연구는 이러한 사실을 재증명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번 연구는 한 약물의 우월성을 입증하지 않았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약물 간 중단기 효과(2~3년)가 동등하게 나타났지만, 장기 안전성은 이번 연구에서 평가된 것이 아니다"며 "따라서 어떤 약제가 우월하다는 것은 이번 연구에서 검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작년에도 고혈압 약물들이 동등한 효과를 가졌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돼 이슈가 된 바 있다. 이러한 논란 가운데 약물 효과가 동등하면 저렴한 약을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그러나 이 교수에 따르면 이뇨제의 부작용 문제로 일컬어지고 있는 당뇨병 같은 경우에는 약물의 안전성 문제가 7~8년 지나야 나타나는데, 이번 연구는 관련 위험성을 낮춘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뇨제가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임상 연구는 평균 2년 정도 진행하는데 고혈압·고혈압 약물과 당뇨병에 대한 결과는 약 3년이 지나야 알 수 있다"며 "이뇨제가 괜찮다고 얘기한 이전 미국 연구에서도 4년 추적 결과 이뇨제를 사용한군에서 당뇨병이 더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뇨병이 생기고 1년 이내 문제가 없다고 계속 문제가 없을 것이라 말할 수 없다"며 "이번 연구 결과에 따라 이뇨제와 다른 약제와 효과가 같으니 이뇨제를 우선 써도 된다고 말할 수 없다. 효과가 균등하다는 것이지 이뇨제를 쓰라고 검증한 연구는 아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이 교수는 "약물 계열 간 혈압 낮추는 효과는 괜찮았지만, 장기적 안전성에 관해서는 이번 연구에서 검증된 바 없다"며 "특히 이뇨제의 부작용이라고 일컬어지고 있는 당뇨병 같은 경우에는 안전성 문제가 7~8년 지나고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그 위험성을 평가한 것이 아니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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