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세원교수·윤한덕 센터장의 안타까운 죽음, 의료현장 민낯 들추다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의료전달체계 개편 단기대책 수립
1년여만에 재개된 의정협의 시작, 2020년 의료제도 개선에 대한 희망을 품다

[메디칼업저버 신형주 기자] 바라던 일이 뜻대로 잘 된다는 '마고소양(麻姑搔痒)'의 희망을 품고 시작된 의료계의 2019년을 되돌아보면,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전한 의료환경 조성과 1년 만에 재개된 의정협의, 대형병원 쏠림현상을 막기 위한 의료전달체계 단기대책 수립 등 2020년을 기대할 수 있는 작은 희망의 불씨는 살아나고 있다. 올해 주요 이슈였던 임세원 교수와 윤한덕 센터장의 비보로 인한 안전한 진료환경 구축,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과 의료전달체계 개편 단기대책 수립, 1년 만에 재개된 의정협의를 통해 지난 1년을 되짚어 본다.

의료계의 2019년은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1년만에 재개된 의정협의를 통해 2020년은 의료계가 희망하는 의료제도 개선과 적정수가가 달성되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의료계의 2019년은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의 한 해로 기억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1년만에 재개된 의정협의를 통해 2020년은 의료계가 희망하는 의료제도 개선과 적정수가가 달성되는 만사형통(萬事亨通)의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안타까운 죽음, 의료환경의 민낯을 들추다
지난해 연말 강북삼성병원 임세원 교수의 비보로 의료계를 비롯한 전 국민이 충격에 휩싸였다. 故임세원 교수는 지난해 12월 31일 재직 중이던 강북삼성병원에서 자신이 담당하던 조울증 환자 박 모씨에게 피살됐다. 임 교수의 피살은 사회적 충격을 안겼고, 의료계를 비롯한 국회, 정부 등은 추모와 함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과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 결과 국회는 지난 4월 임세원법으로 불리는 정신건강복지법 및 의료인 폭행에 대해 가중처벌 할 수 있는 의료법을 통과시켰다.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에 따르면, 의료기관이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의료인 및 환자안전을 위한 보안장비를 설치하고, 보안인력을 배치하도록 했다.

또 의료인을 폭행해 상해에 이르게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중상해는 3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며,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복지부는 국회를 통과한 의료법 시행에 맞춰 하위법령을 개정했다.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수술실, 분만실, 중환자실에 허용되지 않은 외부인은 출입할 수 없도록 했으며, 병원급 의료기관의 보안장비 설치 및 보안인력 배치 기준도 마련했다. 1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은 경찰청과 연결된 비상벨을 설치하고, 1명 이상의 보안인력을 의무적으로 배치하도록 했다.
 

한편, 과중한 업무에 심정지로 사망한 국립중앙의료원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역시 의료현장과 응급의료 현실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줬다.
윤 센터장은 지난 2월 4일 의료원 집무실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설 연휴에도 자신과 가족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이 먼저였던 윤 센터장의 사망 소식은 응급의료의 열악한 환경을 재조명하게 했다.

복지부와 국립중앙의료원은 민관 합동 응급의료체계 개선 협의체를 구성하고, 응급의료 기본계획 정책 방향을 토대로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했다. 이에 국회는 지난 11월 1일 응급의료기관 운영 기준에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를 의무 설치하는 응급의료법을 통과시켰다. 개정된 응급의료법은 응급의료기관 운영 기준에 보안인력 및 보안장비를 포함하고, 응급구조사 업무범위에 대한 적정성 조사 실시 및 응급구조사 업무범위가 조정된 경우 응급구조사 업무지침에 반영하도록 했다.

또 자동심장충격기 등 심폐소생을 위한 장비를 구비해야 하는 시설에 의료기관 구급차를 포함했다.

불난 집에 기름 부은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복지부는 지난 5월 1일 자로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공식화했다. 종합계획은 필수의료 중심의 단계적 비급여의 급여화와 1차의료 강화 및 의료기관 기능 정립을 위한 건강보험 수가 개선이 주요 내용이다. 또 합리적 적정수가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건강보험 누적 적립금을 최소 10조원 이상 유지하는 방향을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 같은 건강보험종합계획에 대해 의료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을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며, 정부의 보장성강화 정책 방향이 우리나라 보건의료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비필수의료행위를 급여화하면 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어 필수적인 의료행위부터 단계적으로 급여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건강보험종합계획을 추진할 경우, 의료계는 집단행동까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엄포를 놨다.

대형병원 쏠림현상 막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수년 동안 대형병원 쏠림현상으로 중소병원과 개원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다. 지난 2017년 복지부와 의협, 병협은 의료전달체계 개선협의체를 구성, 최종 합의안을 도출하려고 했지만, 의협의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2년이 지나 정부는 의료전달체계 개편을 단기 대책과 중장기 대책으로 나눠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9월 4일 발표했다.

상급종합병원 쏠림현상을 제어하기 위해 상급종합병원 경증외래환자 진료 시 의료질 수가와 종별가산 적용을 배제하고, 의사 판단에 따른 의뢰-회송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단기대책의 골자다. 특히 4기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을 강화했다. 상급종합병원으로 지정되려면 기존 21%의 중증환자와 입원환자의 비율을 최소 30% 이상 충족해야 하며, 최대 44%까지 중증환자를 더 많이 진료하는 병원은 평가점수를 더 받을 수 있도록 해 중증환자 중심 진료 노력을 유도할 방침이다.

반대로 경증환자의 입원과 외래 진료비율을 낮춰 경증환자는 가급적 동네 병·의원으로 되돌려 보내도록 한다는 것이다. 중환자실 등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에 대해서는 적정 수가를 지급하고, 다학제 통합진료료 등 중증환자 심층진료 수가도 합리적으로 조정해 상급종합병원이 중증환자 진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진료를 시행하는 병원에는 별도의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도 시행해 해당 의료기관의 운영 구조 자체를 중증·심층진료 위주로 변경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의료전달체계 단기 대책 이후 복지부와 의협, 병협은 의료전달체계 중장기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 의료전달체계 개편 TF를 구성했다. 복지부는 환자 만족도, 의료의 질을 높이면서 지속가능한 의료체계를 확립하기 위해 의료기관 간 진료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지역 완결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방침이다.

이에 의협은 자체 개선안을 마련했다. 의협안에 따르면, 현행 의원, 병원, 종합병원 등에서 상급종합병원으로 진료의뢰하는 사실상 2단계 의료전달체계 방안이다. 

1년 만에 마주 앉은 의정협의체. 지난 11월 13일 대한의사협회왼쪽 사진와 보건복지부 협상단이 의료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를 재개했다.
1년 만에 마주 앉은 의정협의체. 지난 11월 13일 대한의사협회왼쪽 사진와 보건복지부 협상단이 의료현안 해결을 위한 대화를 재개했다.

의정협 재개로 실타래 풀리길
‘만사형통’을 희망하다
정부-의협 성과 없는 투쟁과 협상 반복
재개된 의정협의로 합리적 수가 개선 등
2020년 의료제도 변화 기대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 수련병원,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을 2차 의료기관으로 두고 진료의뢰서 발급을 의무화하는 게 핵심이다. 자세히 보면 의원급 의료기관과 300병상 미만 중소병원을 1차 의료기관으로 묶고,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과 수련병원, 권역 내 상급종합병원을 2차 의료기관으로 묶는다. 권역 외 상급종합병원은 3차 의료기관으로 뒀다. 

의원과 중소병원은 2차 의료기관에 진료의뢰서를 통해 의뢰토록 하고, 2차 의료기관은 3차 의료기관에 의뢰하는 방식이다. 또 의사 의뢰에 의한 수가는 강화하되, 환자 의뢰 시에는 페널티를 적용하며, 의원 본인부담률은 20%로 인하하는 내용도 담겼다.

병협은 상급종합병원의 쏠림현상 해소를 위해 중소병원들의 역할과 기능 강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영호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은 "의료전달체계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소병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중소병원들에 대한 정부의 맞춤형 지원이 이뤄지도록 중병협이 제안한 방안을 정부가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종별가산제에서 기능가산으로 변경해야”
이런 상황에서 서울의대 김윤 교수는 중장기 의료전달체계 개편 방향으로 종별 가산제도를 기능 가산으로 전환하고, 다양한 형태인 중소병원들을 대도시와 소도시 병원으로 나눠 대도시 중소병원들은 기능을 세분화 및 전문화해 불필요한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도시 중소병원들은 지역거점병원으로 육성시켜 국민의 필수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1차 의료 강화를 위해서는 집단개원을 통해 복합만성질환관리 및 암생존자 진료 등 진료 기능 강화와 확대가 이뤄져야 상급종합병원들과 의뢰-회송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주장이다.

김 교수는 대도시와 소도시 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을 지적했다. 대도시에 있는 의료기관들은 공급과잉 상태로 과열 경쟁이 이뤄지고 있지만, 소도시는 공급부족으로 필수의료서비스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

김 교수는 "대도시 병원계는 기능적으로 센터화해야 한다. 예를 들어 심혈관센터, 뇌혈관센터, 소화기센터 등으로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며 "전문화를 통해 불필요한 경쟁을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도시에 있는 병원들은 거점병원으로 육성해야 한다"며 "거점병원화 해 필수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접근성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중소병원들의 형태는 다양하지만 포괄적 기능을 담당하는 병원계와 노인병원, 내과전문, 정형외과, 산부인과 등 전문적 기능을 담당하는 병원들이 있다"며 "이런 중소병원들을 기능적으로 분화 발전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의협의 끝없는 대치…의정협 재개로 변화 올까
문재인케어와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 진찰료 30% 인상을 비롯한 적정수가에 대한 인식 차이로 정부와 의료계는 끝 모를 대치상황을 이어가고 있다.
총파업까지 염두에 둔 의협이었지만 의료계가 빠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의 첩약급여화 등 의료계가 수용하기 어려운 정책들이 줄줄이 추진되면서 정부와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 결과, 의협과 복지부는 1년 만에 의정협의를 재가동하기로 합의했다. 의협과 복지부는 지난 11월 13일 첫 의정협의 회의를 열고, 합리적인 수가산정기준을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의협 박홍준 부회장(서울시의사회장)은 "첫 단추가 잘 끼워지면 두 번째와 세 번째는 수월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안이 나오는 유의미한 협상 진척이 있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김헌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공식적인 협의체 가동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다시 출발하게 된 만큼 발전적인 보건의료 정책을 모색하자"며 "주요 현안 중심으로 실질적인 개선 대책과 해결방안을 찾고 이를 실행할 수 있도록 활발한 협의가 되자"고 강조했다.

재개된 의정협의는 연말까지 합리적인 수가기준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할 상황이다. 그 성과 여부에 따라 2020년 새해 벽두부터 진전된 의료계와 정부 간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다.

올 한 해 의료계는 대정부 집회를 비롯한 강경투쟁 노선을 유지해 왔지만, 의료계가 희망했던 가시적인 정책 변화는 이뤄내지 못했다.

그야말로, 온갖 애를 썼지만 보람이 없는 노이무공(勞而無功)의 한 해였다. 하지만 재개된 의정협의의 성과물에 따라 2020년은 의료계가 희망해 왔던 의료제도 개선과 변화의 실타래가 풀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20년은 의료계의 모든 일들이 만사형통되는 한 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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