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A수련병원 전공의, 초과근무수당 소송 1심에서 승소해 5100여만원 지급 받게 돼
법원 조정 및 합의 형태 아닌 판결로 확인된 사례…업무 강도 인정해 준 것으로 해석
A수련병원은 항소…전공의 근로자성·당직근무 대기시간 등 다툼의 소지가 아직 있다고 판단
대전협 성경화 고문 변호사, "야간근무의 강도와 부담감을 인정했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어"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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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칼업저버 김민수·정윤식 기자]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A수련병원의 B전공의가 병원을 상대로 한 초과근무수당 및 당직비 미지급 소송에서 승소, 의료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단순히 전공의 한 개인과 병원간의 소송을 넘어 제대로 된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는 일선 전공의들과 병원에게 주의를 환기시키고, 추후 비슷한 시비가 생길 경우 어떤 영향을 끼칠지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제1민사부는 최근 B전공의가 A수련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임금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당직비 5100여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는 1심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2016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 중 11개월가량 B씨의 초과근로시간에 해당하는 가산임금 총 5768만7990원에서 이미 병원이 지급한 618만원을 공제한 나머지 5150만7990원의 지급이 정당하다고 인정한 것.

대전협은 "지난해 2월 인천 소재 대학병원 전공의가 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이후 승소한 사례"라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A수련병원은 항소…대전협 이승우 회장, "결국 전공의 노조가 답"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현재 전공의 회원들의 각종 민원에 법률자문을 제공하고 있는 중이다.

이번 소송도 대전협 고문 변호사를 통해서 진행됐는데, 비슷한 유형의 민원이 많다는 게 대전협 이승우 회장의 설명이다.

이승우 회장은 "민원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장의 전공의들에게 가장 큰 이슈는 급여, 당직비, 초과근로수당, 주말근무수당 등의 임금문제"라며 "하지만 대전협 차원에서 단위병원 별로 급여 조절 및 인상률에 개입하기는 애매해 법률자문을 통해 최대한 도움을 주려고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즉, 수련병원마다 근로계약 방식이 다르고 전공의와 병원간에 대화가 잘 되는 곳이 있는 반면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곳도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전협이 지난해 총 82개 수련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8년 전국수련병원 만족도 및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평일·주말야간 당직비 액수는 병원 별로 천차만별이었다.

또한 조사 당시 기준으로 최근 6개월 간 실제 당직근무를 했음에도 당직비를 지급받지 못한 경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평균값의 차이는 있으나 82개 모든 병원 전공의들이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전공의들은 당직근무의 스트레스 수준이 매우 높으며, 초과 근무는 대부분 일상화 된 것으로 드러난 설문조사도 있다.

지난 4월 대전협이 진행한 '전공의 업무 강도 및 휴게시간 보장에 관한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들이 야간당직으로 겪는 스트레스 수준이 10점 만점에 평균 7.7점으로 확인됐다. 

특히, 설문 응답자 중 91.6%가 지난 6개월 동안 하루 평균 1시간 이상의 초과 근무를 한다고 답했고 3시간 이상 초과 근무를 경험한 전공의도 41.1%에 달했다.

사진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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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도 전체 수련기관 244곳 중 94곳(38.5%)이 ▲휴일 ▲주당 최대 수련시간 ▲최대연속 수련시간 ▲야간당직일수 등을 일부 준수하지 않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승우 회장은 "계약서를 작성할 때 합의를 통해 공정하게 임금을 조율해야 하는데 보통 통보 형태"라며 "전공의들이 병원측에 문제제기를 해도 관행이나 관습을 따라가는 경향이 아직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회장은 임금과 관련해서만큼은 복지부나 국회를 통한 입법 외에 정부의 도움을 받기 힘들기 때문에 결국 전공의 노조 결성이 해답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정부가 수련병원을 지원해야 한다는 식의 프레임으로 가더라도 일선 전공의들의 임금 문제 해결과 직결된다는 보장이 없다"며 "정책 쪽으로는 소송 관련 판례를 많이 쌓아가면서 궁극적으로 전공의 노조 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전했다.

한편, 피고인 A수련병원은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차원에서 현재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한 상황이다. 

보훈복지의료공단 관계자는 항소를 한 이유에 대해 "전공의의 근로자 특성이 인정되는지 여부와 당직근무 대기시간을 근로시간으로 볼 수 있는 지가 쟁점"이라며 "시간외 수당의 근거가 되는 통상임금에 산입된 임금항목 중에서 상여금 등이 제외될 수 있어 여러모로 항소 실익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전공의는 최초 7000만원가량을 청구했고, 법원이 1심에서 지급하라고 판결한 금액은 5000만원대로 약 2000만원 밖에 감소하지 않았다.

그는 "전공의가 청구하면서 제시한 근무시간이 우리 측에서 인정하는 것과 달라 아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대전협 성경화 고문 변호사 인터뷰 일문일답

이번 소송은 대한전공의협의회가 B전공의의 민원을 받아 고문 변호사와 함께 진행했다.

대전협 성경화 고문 변호사(법률사무소 도윤)는 이번 소송이 전공의 당직비와 관련된 모든 쟁점을 다룬 사례라며 전공의 당직근무의 업무 강도를 법원이 인정해 준 것과 다름없다고 평했다.

특히, 앞으로는 당직비 보다는 전공의 근로시간을 두고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전공의법)'과 '근로기준법'이 상충되는 문제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성경화 고문 변호사
대한전공의협의회 성경화 고문 변호사

- 전공의가 병원을 상대로 한 당직비 소송에서 승소한 첫 사례인가?

판결문으로 공개된 사례가 처음이다. 이전에도 대전협을 통해 진행한 당직비 소송에서 병원이 전공의에게 당직비 상당의 금액을 지급한 경우는 있지만 이는 법원 조정에 의한 것으로 일종의 합의였다. 보통 합의를 하면 병원쪽에서 공개하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이 무슨 의미인가?

사실상 패소인데 패소하기 싫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결과가 공유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번 소송은 피고가 공공기관이어서 중간에 합의를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보통 사학 재단에 소속된 병원들은 병원장이나 의료원장 등 결정권자가 합의하고 끝내는 것이 가능한데 공공기관 병원은 소송 자체가 공시되고 국정감사 등에서 지적될 수 있기 때문에 판결이 나기 전에 합의를 하면 책임소재 등의 문제가 걸려 합의하기 어렵다.

- 이번 소송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한다면?

2017년 6월에 B전공의가 업무량에 비해서 당직비 등 급여가 적다며 문의를 해왔다. 특이했던 것은 다른 전공의들은 보통 수련기간이 끝난 후 퇴사한 다음에 전문의 시험을 치르고 나서 소송을 하려고 하는데 B전공의는 A병원에 아직 소속돼 있는 상태였다는 부분이다. 

알고 보니 평소에도 전공의 근로환경 등에 관심이 많아 병원에 문제제기를 했다고 한다. 조금이라도 바꿔보겠다는 열망이 강했고 재직 중이었기 때문에 입증 자료를 확인하기가 수월했다. 

- 보통 전공의들이 병원에게 당직비를 어떤 방식으로 받나?

시간급 계산이 아닌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당직비를 4만원으로 책정하고 한 달에 15일을 당직했으면 60만원, 10일을 당직했으면 40만원을 받아가는 구조다. 이를 실제 시간으로 계산하면 3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이번 판결에서도 이 차이만큼을 병원이 전공의에게 미지급했다고 본 것이다.

- B전공의가 청구한 기간이 2016년 5월부터 2017년 5월까지인 이유가 있나?

B전공의가 일하고 있는 A수련병원은 2017년 중순에 보수체계 개편을 했다. 개편 이후에는 당직비가 정상적으로 지급됐고, A수련병원의 모든 전공의들이 바뀐 보수체계에 따르고 있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변경되기 전의 기간에 대해서 소송을 한 것이다. 이는 법원 판결에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법원은 병원이 보수체계를 2017년에 바꾼 것은 그 이전에도 바뀐 체계로 전공의에게 당직비를 줘야 한다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고 봤다.

- 당직비 소송에서 수련병원들이 주장하는 유형이 있나?

병원들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것은 크게 3가지 정도다. 하나는 굳건한 관행이다. 과거부터 시간급으로 계산해서 당직비를 지급하지 않는 관행이 있어서 지금도 유지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인데, 법을 위반한 관행을 관습법이라는 이유로 인정해달라고 하는 것은 받아들여지기 힘들다.

두 번째는 대부분이 대기하는 근로였기 때문에 당직시간 전부에 대해서 대가를 지급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세 번째는 병원이 이미 전공의에게 시간급이 아니라 하루에 3~4만원씩 당직비를 주기로 했고 합의가 있었으니 그 합의가 존중돼야 한다는 항변이다. 일종의 '포괄임금합의'인데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이 비슷한 주장을 한다.

- 당직비와 관련된 소송이 많은 편인가?

아직까지는 적은 편이 아니다. 전공의법 이후로 많은 수련병원들이 임금체계를 바꿨기 때문이다. 전공의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정상적인 당직비와 초과근로수당이 지급될 수 있도록 말이다.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건들도 임금체계가 바뀌기 전이다. 임금 청구 시효는 3년이다. 즉, 현재 2016년까지만 청구가 가능한데 2017년 12월 전공의법에 80시간이 명시되면서 병원들이 임금체계를 바꿨고 이에 시간이 지나면 과거 임금을 갖고 다툴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 앞으로 당직비 소송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인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한 수도권의 대형병원은 2015년부터 전공의들과 계약할 때 선제적으로 임금체계를 바꿨다. 전공의법이 만들어지고 공청회를 거쳐 입법예고가 됐을 때부터 준비를 했기 때문에 지금 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이런 준비가 미리 되지 않은 병원들 위주로 소송이 많다. 하지만 이들도 대부분 현재는 전공의 임금체계를 바꿨거나 바꾸고 있다.

- 그렇다면 늘어날 수 있는 소송은 무엇인가?

전공의법에서 명시한 80시간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것과 관련한 소송이 많아질 수 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법정근로시간이 1주에 40시간이고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최대 52시간이다.

이때 전공의들은 80시간이 넘어가는 시간에 대해서 연장근로수당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40시간을 넘기는 근로에 대해서 수당을 받아야 하는 것인가라는 새로운 쟁점이 생겼다. 

2017년 12월 이전에는 여기에 대한 고민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꽤 큰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이번 소송에서 눈에 띄는 점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전공의 당직비 소송과 관련된 주요 쟁점을 다 다뤘다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대기단속적근무라는게 있는데 이는 당직비 소송에서 늘 나오는 얘기다. 입증이 안되니까 전공의들의 당직근무가 대기단속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전공의의 당직근로가 대기단속적 근로에 해당하기 때문에 사용자인 병원과 한 포괄임금합의가 유효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그런데 전공의 사안에서는 유독 법원이 '전공의가 당직 시간에 통상 근로와 동일한 강도로 일 했다는 사실을 입증하라'고 요구해 왔다.

이번 소송에서는 원칙으로 돌아갔다. 전공의의 당직근무를 대기단속적인 근로가 아닌 통상의 근로로 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외에도 포괄임금제 여부, 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봐야하는지 여부, 전공의를 근로자로 봐야 하는지 여부 등 많은 쟁점들이 이 사안에서 다 다뤄졌다.

- 이번 판결의 의미와 시사점은 무엇인가?

근로를 제공한 것에 대한 정당한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한번 확인시켜준 사례다. 지난해 인천 소재 대학병원을 상대로 한 비슷한 소송에서 전공의가 패소한 이후 전공의들이 위축돼 있었다. 

높은 강도의 당직근로를 했음에도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한다는 인식이 커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로 전공의의 당직이 정당한 근로임이 인정됐다. 특히, 낮에는 많은 의사들이 있어 부담이 덜하지만 야간에는 혼자 책임을 져야 하는 업무적인 압박감이 인정됐다는 면에서 의미가 크다. 

의무기록 등 시간별로 기록된 경우만 가산임금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던 종전과는 달리, 당직표와 업무기록, 인수인계표, 전공의의 증언 등 종합적인 사정을 통해 당직근무를 통상의 근로와 마찬가지로 평가했다는 점도 시사점이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남아있는 병원과 전공의의 갈등 요소는?

임금 자체는 소송이 많아지니까 병원들도 많이 개편했지만 이 과정에서 전공의법 80시간을 교묘하게 이용해 수련계약서를 작성하려고 한다. 80시간이 기준이니 80시간을 넘긴 시간에 대해서만 당직비를 주겠다는 식이다. 소송을 원천적으로 못하게끔 말이다. 

예를 들자면 기존에는 기본급 200만원에 수당 100만원까지 총 300만원을 통상임금으로 주고 당직비를 추가로 지급해야 했는데, 기본급을 100만원으로 줄이고 당직비를 200만원으로 책정해 받는 돈은 300만원으로 똑같으나 추가근로수당을 청구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이다. 

병원이 보수체계를 이렇게 바꾸고 난 후에 들어오는 신입 전공의는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현재 2~3년차 전공의들은 병원 측에서 동의하라고 했을 경우에 '취업규칙의 불리한 변경'에 해당되고 병원 내 전공의 과반수가 동의해야 바꿀 수 있으니 강제사항은 아니다.

- 전공의에게 더 불리한 것 같은데?

매우 안 좋아 지는 것이다. 앞서 말했다시피 일부 대형병원들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 이 것이며, 이번 소송의 피고인 A수련병원을 비롯해 나머지 수련병원들도 보수체계를 개편한 이유다.

- 앞으로 전공의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이나 챙겨할 부분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모두 적혀있는 수련계약서 등을 꼼꼼히 읽고 각각의 수련병원만의 규칙과 보수규정을 확인해야 한다는 법적인 조언을 전한다. 아울러 전공의들 스스로가 '참고 버티면 끝나겠지'라는 식의 생각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도 당부하고 싶다. 

전공의들은 짧게는 1년 길어야 4년 정도만 해당 병원에 소속되기 때문에 문제점을 개선하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후배 전공의들을 위해서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대전협을 통해서라도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한 개인은 처음 겪는 일이지만 앞서 경험한 선배들이 있고, 병원 내에서 해결이 안 되면 외부에서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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