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대한정신약물학회, 최근 개발된 정신약물 임상결과 소개
FDA 승인 브렉사놀론에 이어 에스케타민과 MDMA도 임상시험 순항 중

[메디칼업저버 김상은기자〕 산후우울증 치료제 신약 등장에 이어 저항성 우울증,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정신건강의학과 분야의 신약이 출격을 준비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최초 산후우울증 치료제 브렉사놀론(제품명 줄레쏘)을 승인했다. 또 비강 스프레이제제인 에스케타민, PTSD에 효과를 보인 MDMA 등도 임상시험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22일 서울 힐튼밀레니엄 호텔에서 대한정신약물학회가 2019년 춘계학술대회를 개최하고 최근 개발되는 약물의 임상적 의의와 앞으로 한국에서의 실용화 방향을 논의했다.

22일 서울 힐튼밀레니엄 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정신약물학회'에서 우영섭 총무이사(여의도성모병원)가 최초로 FDA에 승인된 산우우울제 '브렉사놀론(제품명 줄레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2일 서울 힐튼밀레니엄 호텔에서 개최된 '대한정신약물학회'에서 우영섭 총무이사(여의도성모병원)가 최초로 FDA에 승인된 산후우울제 '브렉사놀론(제품명 줄레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브렉사놀론은 GABA-A 타입 조절제 역할 해 진정효과↑

학술대회의 관심은 단연 브렉사놀론이었다.

정신약물학회 우영섭 총무이사(가톨릭 여의도성모병원)는 산후우울증을 호르몬의 변화 때문으로 분석하고, 이에 대한 브렉사놀론의 기전을 설명했다. 

브렉사놀론이 신경전달억제물질인 GABA(γ-aminobutyric acid) A 타입의 양성 알로스테릭 조절제로 작용하고, 프로게스테론이 대사돼 생성된 뉴로스테로이드로 산후 기간에는 분비량이 조절되지 못하고 수치가 낮아져 뇌 신경전달물질에 교란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기전 때문에 산후우울증 산모에게 브렉사놀론을 투여하면 GABA-A 타입이 활성화되고,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이 억제돼 안정을 되찾게 되는 원리다. 

중증 산후우울증 산모군(해밀턴 우울척도(HAMD-17; 26점 이상)에게 시간당 브렉사놀론 90㎍/kg(BRX90), 60㎍/kg(BRX60)을 투여했고, 위약을 각각 60시간 동안 투여했다.

또 중등도 산후우울증 산모군(HAMD-17; 20~25점)에게도 BRX90과 위약을 각각 60시간 투여해 결과를 측정했다.

우 총무이사는 "두 군 모두 위약 대비 브렉사놀론 투여량이 많을수록 높은 우울개선효과를 보였다"며 "중증과 중등도 환자의 90㎍/kg 투여군을 합산한 결과, 12~24시간 이내로 위약 대비 임상적으로 우울증세가 유의미하게 완화됐고 그 효과가 30일 정도 유지됐다"고 말했다.

두통, 졸림, 어지러움, 과도한 진정 등이 부작용으로 보고됐고, 투여환자 30%가량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고됐다.

우 총무이사는 "과도한 진정이 가장 심한 부작용이었는데, 브렉사놀론 투여 후 15분 내에 의식이 돌아오고 90분 이내로 완전히 깨어난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에서 브렉사놀론은 1 바이알에 840만원이고, 1회 치료 과정(약 60시간 동안 주사)에 여러 바이알이 필요해 1회 총 치료 비용이 34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정현강 교수가 대한정신약물학술대회에서 에스케타민 비강용 스프레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구로병원 정현강 교수가 대한정신약물학술대회에서 에스케타민 비강용 스프레이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비강용 에스케타민, 저항성 우울증에 즉각적 효과

뒤이은 세션에서는 케타민을 비강스프레이로 개발 중인 신약이 발표됐다.

케타민은 글루타메이트 분비를 자극하고 시냅스 신경전달 강도를 높이는 AMPA 수용체를 활성화하고, 뇌세포를 사멸시키는 NMDA 수용체는 억제해 항우울 효과를 높이는 약물이다.

고대구로병원 정현강 교수(정신건강학과)는 "SSRI는 약물이 반응하는 속도가 늦어, 환자에게 빠르게 반응하는 약물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비강으로 투여하는 에스케타민은 기존 경구용 항우울제와 다른 신경전달경로를 이용하기 때문에 즉각적이고 강력한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고 기대를 보였다. 

에스케타민을 비강으로 투여하는 임상시험이 진행된 건 2018년이다.

연구팀은 에스케타민을 28mg, 56mg, 84mg으로 나눠 중등도와 중증 우울증 환자군에 투여했다.

그 결과 에스케타민 투여량에 상관없이 경구용 항우울제와 위약군에 비해 우울개선도가 높았다. 투여량이 높을수록 개선 효과가 높았고, 56mg, 84mg을 투여한 경우 반응이 더 오래 지속됐다(JAMA Psychiatry 2018 Feb 1;75(2):139-148).

정 교수는 "에스케타민은 40년 동안 마취제로 사용했던 약물이다. 따라서 비강스프레이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 남용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에스케타민을 치료에 사용한다면 진료실 안에서만 처방한다는 제약을 둬야 하며 의사의 관찰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에스케타민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어지럼증, 해리증상이 대표적이며 구토, 혈압 상승 등 다른 증상도 보고됐다. 임상에서 부작용 발생이 37%로 높게 측정됐지만 경미하고 지속기간이 짧아 2시간 후에는 위약군과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좌장인 동대경주병원 이광헌 교수(정신건강의학과)는 "브렉사놀론과 마찬가지로 에스케타민도 1회 흡입에 80만원이 책정돼 국내에서 허가될지 의문"이라며 "응급시에는 사용할 수 있겠지만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계요병원 박주언 전문의가 대한정신약물학술대회에서 PTSD 치료제인 MDMA와 케타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계요병원 박주언 전문의가 대한정신약물학술대회에서 PTSD 치료제인 MDMA와 케타민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마약 성분 MDMA, PTSD에 효과

현재 PTSD 치료제로 임상 시험이 한창인 MDMA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MDMA는 엠파토겐(empatogen)에 속하는 항정신약물로 공감, 애착 등을 느끼게 하는 효능이 있다. 

계요병원 박주언 전문의(정신건강의학과)는 MDMA는 마약으로 지정돼 국내에서는 허용되지 않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치료제로 사용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박 전문의는 "PTSD 환자는 마음을 열고 의사와 라포를 형성하기가 매우 힘들다. 이때 MDMA를 투여하면 환자가 기분이 살짝 좋아지는 상태가 돼  치료 시작에 도움을 준다"며 "미국 내에서 MDMA는 환자에게 치료약물로 쓰일 수 있도록 추진하는 MAPS와 같은 비영리단체가 결성돼 있다"고 말했다. 

또 "MDMA는 현재 임상 3상이 진행 중이고, 이러한 속도로 볼 때 한국에는 1년 안에는 도입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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