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 3일 개최
韓·美 AI 기업, 심방세동·심근경색·심부전 식별 알고리즘 개발
의료 AI 기업 전문가들 "AI 출력값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 의사 역할"

▲메디컬에이아이 이학승 박사는 3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열린 심장대사증후군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Novel Electrocardiogram Generating Technique using Artificial Intelligence: from 2-lead to 12-lead'를 주제로 발표했다.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의료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면서 심혈관질환 분야에 AI를 활용한 새로운 관리 전략에 학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상리듬 심전도(ECG)에서 심방세동을 예측하거나 ECG만으로 좌심실박출률을 탐지하는 등 AI는 심혈관질환 관리 전략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에 심장대사증후군학회는 3일 스위스그랜드호텔에서 추계학술대회를 개최, 국내 벤처기업과 AI 기술의 장·단점 및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AI로 심혈관질환 식별…어디까지 왔나?

AI 연구가 가장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심혈관질환은 심방세동이다. AI로 ECG를 분석해 심방세동 발생을 예측하고 위험을 판단하는 것이다. 

미국 메이오클리닉에서 스핀오프한 AI 기업 아누마나(anumana)는 정상리듬 동안 심방세동 환자를 식별하기 위한 AI 기반 ECG 알고리즘을 개발해 심방세동 예측력을 평가했다. 

아누마나는 메이오클리닉에서 20년 동안의 ECG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방세동이 한 번도 없었던 사람이라면 그대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심방세동이 한 번이라도 생겼다면 이전 ECG를 확인했다.  

심방세동 환자 18만여 명, 정상리듬인 65만여 명의 데이터를 토대로 AI 기반 ECG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평가한 결과, 진단검사 정확도를 나타내는 AUROC는 0.87이었고 한 명이 여러 번 ECG를 촬영한 데이터까지 포함하면 0.90까지 높아졌다.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좌심실박출률이 35% 미만으로 떨어진 심장 수축성 기능장애 환자를 확인하는 AI 기반 ECG 분석을 진행한 결과, AUROC는 0.93으로 높게 나타났다.

긍정적 결과를 바탕으로 아누마나는 응급실에 내원했거나 중환자실 입원, 질환 환자, 일반인 대상 등 특정 상황에서 AI 기반 ECG의 진단력을 검증하는 연구를 진행했다. 

우리나라 AI 기업인 메디컬에이아이(Medical AI)도 AI를 이용해 심혈관질환을 찾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난 2020년에는 6유도 ECG로 심근경색을 진단하는 AI 알고리즘을 개발, 진단 정확도 평가에서 긍정적 결과를 얻었다. 연구에서는 약 40만 명의 ECG가 사지유도 6개 ECG를 이용해 흉부유도 6개 ECG를 재구성하는 변이형 오토 인코더(variational autoencoder) 개발에 사용됐다. 이를 1만여 건 데이터에서 검증한 결과, 심근경색은 15.3%에서 확인됐고 AUC는 0.854로 조사됐다.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에서 근무하다 지난 3월 메디컬에이아이로 자리를 옮긴 이학승 박사는 "앞으로 휴대용 기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돼 12유도가 아닌 6유도로 질환을 진단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자 이러한 AI 기술을 개발했다"며 "데이터 신빙성에 있어서는 논쟁이 있을 수 있지만, 생성된 모델의 결과는 12유도만큼 좋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박사는 "6유도 ECG는 2개의 유도만 있으면 만들 수 있으므로, 2개의 유도를 통해 12유도를 생성(from 2-lead to 12-lead, T2T)하는 ECG 모델을 개발하고 테스트를 진행했다"면서 "오픈소스에서 심근경색을 감지한 결과, 예측력이 좋았고 기존 12유도 ECG와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고 밝혔다.

긍정적 결과를 기반으로 메디컬에이아이는 다기관에서 수집한 2만 2000여 건의 ECG 데이터에서 관상동맥조영술 보고를 토대로 모델 검증 과정을 진행한다. 이와 함께 20여곳의 응급의료센터에서 흉통 또는 급성 심근경색 증상으로 내원한 환자 약 9000명을 전향적으로 모집해 모델 정확도를 검증하는 연구를 시행하고 있다.

아울러 메디컬에이아이는 AI 기업인 뷰노와 함께 ECG를 이용해 심부전을 선별하는 AI 알고리즘도 개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박출률 감소 심부전(HFrEF) 진단에 12유도 ECG뿐 아니라 단일유도 ECG를 이용해도 AUROC가 0.9 이상의 높은 정확도를 보였고, 박출률 보존 심부전(HFpEF)에서도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다. 

이 박사는 "이러한 좋은 결과를 얻어, AI가 12유도 ECG를 생성해 스마트워치 ECG로 HFrEF를 감지할 수 있는지 전향적으로 확인했다. 스마트워치를 착용해 측정하면 1개의 유도, 스마트워치를 하지 또는 왼쪽 배 아래에 두면 2개의 유도가 생성되는데 이를 당일에 찍은 12유도 ECG와 비교했다"며 "결과적으로 갤럭시워치, 애플워치 모두 AUROC가 높다는 좋은 결과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뷰노 생체그룹 의학총괄책임자인 장민옥 이사는 'Future of AI in Diagnosis and Treatment of Heart and Metabolic Disease'를 주제로 발표했다.

환자가 혜택 얻을 수 있도록 AI 활용 방안 고민해야

AI의 장점에 따라 심혈관질환 분야에서 좋은 성과를 얻고 있지만 한계도 분명하다. 특히 AI 모델의 윤리성, 과적합, 모델 해석의 불가능 등은 실제 임상에 AI 적용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 박사는 "실제 연구에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높은 질의 라벨링 된 ECG 그리고 규제 극복이 필요하다"며 "AI와 딥러닝이라는 큰 패러다임 변화를 순환기내과에서 피할 수 없다면, 투명하고 합리적인 데이터 활용이 가능하도록 기반을 공고히 다지고 기술과 실제 차이를 좁히려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순환기내과 전문의이자 뷰노 생체그룹 의학총괄책임자인 장민옥 이사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정확도는 표본수가 많을수록 손실(loss)을 줄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화됐고 정확한 데이터가 쌓인다면 표본 수가 적어도 비교적 비슷한 범위 내에서 성능을 구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AI의 출력값을 받아들이고 환자 관리에 적용하는 방안에 대한 의료진의 고민도 필요하다.

장 이사는 "AI와 의사는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 다르다. AI 출력값은 단순 정보로, 여기서 의미를 찾는 것은 의사의 역할"이라며 "임상에서 치료 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AI 출력값과 예후의 연관성을 조사하는 것이 AI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장 이사는 "AI는 이미 가까이 와있다"며 "AI의 장단점을 이해하고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 최대한 환자들이 혜택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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