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C, 16~24세에서 275명 보고…남성이 대부분 차지
美, 12세 이상 백신 계속 접종하도록 권고
VAERS에 심근염/심낭염 보고해야
국내 심장 전문가 "백신 접종 두려워할 만큼 데이터 많지 않아"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 "청소년 대상 백신 접종에 이견 많지만 접종 필요"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mRNA 기술을 기반으로 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코로나19(COVID-19) 백신의 안전성 문제 도마 위에 올랐다.

미국에서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서 심근염(myocarditis)/심낭염(pericarditis) 사례가 예상보다 높게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심근염은 심장근육에, 심낭염은 심장을 둘러싸고 있는 이중막인 심낭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10일(현지시각)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16~24세에서 2차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사례가 275명 확인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남성에게서 보고됐다. 단, 화이자·모더나 백신과 심근염/심낭염이 연관됐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두 가지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중 국내에 도입된 화이자 백신은 국내에서 만 16세 이상에게 접종하도록 허가받았다.

현재 30세 미만 군 장병에게 접종되고 있고, 15일부터 30세 미만의 사회필수인력과 만성 신장질환자, 유치원·어린이집·초등학교 1·2학년 교사와 돌봄인력 등 20만명이 화이자 백신을 맞는다.

고등학교 3학년과 졸업생 등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앞둔 수험생은 여름방학을 이용해 화이자 백신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발생 보고와 관련해, 정부는 해외 사례를 면밀하게 모니터링하면서 주의를 기울이고 있으며 국내에서 해당 백신을 접종한 젊은 연령대가 많지 않아 지속적인 이상반응 감시가 필요하다고 11일 밝혔다.

CDC "접종 완료한 12~24세, 심근염/심낭염 사례 '52.5%'"

CDC 예방접종안전국 Tom Shimabukuro 부국장은 지난달 31일까지 백신부작용신고시스템(VAERS)에 보고된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사례는 총 789명으로 집계됐다고 미국식품의약국(FDA) 백신자문위원회에 전했다.

▲5월 31일까지 mRNA 백신 접종 후 VAERS에 보고된 심근염/심낭염 사례 특징. CDC 예방접종안전성부서의 Tom Shimabukuro 부회장 발표 내용 재구성.
▲5월 31일까지 mRNA 백신 접종 후 VAERS에 보고된 심근염/심낭염 사례 특징. CDC 예방접종안전성부서의 Tom Shimabukuro 부국장 발표 내용 재구성.

1차 접종 후 216명, 2차 접종 후 573명으로 대부분 2차 접종 후 발생했다. 백신에 따라 화이자 백신은 372명, 모더나 백신은 201명이었다. 2차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이 발생한 이들의 중앙값 나이는 24세였고 남성이 79%를 차지했다. 

30세 이하에서 심근염/심낭염 증상이 나타났거나 진단된 사례는 475명이었다. 가장 흔한 증상은 △흉통 △심장효소 증가 △ST 또는 T파 변화 △호흡곤란 △비정상적인 심초음파/영상 등이었다. 

475명 중 검토 당시 예후가 확인된 285명에서 퇴원한 환자는 270명이었다. 중환자실에 입원한 3명을 포함해 15명이 입원 중이었다. 퇴원한 환자 중 81%는 완전히 회복했다. 그 외에는 증상이 진행 중이거나 상태를 알 수 없었다.

주목할 결과는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완료한 12~24세인 청소년과 젊은 성인은 전체 연령의 약 9%였지만, 심근염/심낭염 사례는 52.5%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5월 31일까지 mRNA 백신 2차 접종 후 VAERS에 보고된 심근염/심낭염 사례 분석. CDC 예방접종안전성부서의 Tom Shimabukuro 부회장 발표 내용 재구성.
▲5월 31일까지 mRNA 백신 2차 접종 후 VAERS에 보고된 심근염/심낭염 사례 분석. CDC 예방접종안전성부서의 Tom Shimabukuro 부국장 발표 내용 재구성.

연령대별로 보면 12~15세 2명에 그쳤으나, 16~17세는 79명, 18~24세는 196명으로 16~24세에서 총 275명이 확인됐다. 예상했던 심근염/심낭염 사례는 16~17세 2~19명, 18~24세 8~83명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높은 수치가 실제 백신 접종 후 보고된 것.

단, 이는 예비 보고서로 향후 분석 시 모든 사례가 심근염/심낭염으로 진단되지 않을 것이라는 게 Shimabukuro 부국장의 설명이다. 

화이자·모더나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사례는 드물게 보고됐으나 예상보다 16~24세에서 발생률이 높아, CDC 예방접종자문위원회(ACIP)는 18일(현지시각) 긴급회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mRNA 기반 백신 접종 후 보고된 심근염/심낭염 데이터를 평가하고 혜택과 위험을 판단한다는 방침이다.

미·이스라엘, 심근염 사례보고

CDC 발표에 앞서 mRNA 기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 사례가 주요 저널을 통해 보고된 바 있다.

미국 UMass 메디칼스쿨 Elisabeth Albert 교수 연구팀은 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젊은 남성에서 경도 심장염증 사례를 확인했다고 Radiology Case Report 지난달 18일자 온라인판의 사례보고(Case Report)를 통해 발표했다. 

사례보고에 따르면, 모더나 백신을 접종한 24세 남성은 2차 접종 4일 후 급성 흉골하 흉통이 발생했다. 심근염 진단에 활용하는 심장 MRI를 통해 심장근육과 심낭의 염증을 확인했다.

이어 지난 4일 Pediatrics에는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청소년 7명에서 증상이 있는 급성 심근염이 발생했다는 사례보고가 실렸다. 모두 남아였고 14~19세였다. 

심근염/심낭염 증상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2~4일 후 나타났다. 모두 흉통이 있었고, 5명은 발열이 있었다.

그 외 증상으로 숨가쁨, 피로, 양팔 통증, 구역, 구토, 식욕부진, 쇠약 등이 보고됐다. 모든 환자는 트로포닌 수치가 상승했고 심전도와 심장 MRI에서 비정상적인 결과가 확인됐다. 

심근염 진단 당시 코로나19에 감염됐거나 다기관염증증후군이 있었던 청소년은 없었다. 추가 치료를 받지 않은 3명을 포함해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로 치료받은 청소년은 6명이었다. 모두 2~6일 입원 후 회복됐다.

아울러 이달 초 이스라엘 보건당국은 16~30세 남성에서 보고된 적은 수의 심근염 사례가 화이자 코로나19 백신과 관련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보고에 의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백신을 접종한 500만명 이상 중 275명에게서 심근염이 확인됐다. 대부분은 병원에 4일 이상 입원하지 않았고 95%는 경증이었다. 이 같은 보고는 16~19세 남성에서 가장 크게 나타났고, 일반적으로 2차 접종 후 확인됐다. 

'원인'인가, '우연'인가?…백신-심근염 연관성 불명확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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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근염은 대부분 회복되지만 심각하면 심부전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질환이다.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청소년 그리고 젊은 성인에게서 보고된 심근염/심낭염 사례를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고대 구로병원 나진오 교수(순환기내과)는 "심근염은 심장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라며 "이로 인해 심장근육이 뛰지 않거나 뛰는 것이 약해지면서 급성 심장마비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 김기범 교수(소아청소년과)는 "심근염의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감염"이라며 "백신 접종 후 심근염 발생 위험이 어느 정도인지는 분석해야겠지만, 발생하면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화이자·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과 심근염/심낭염 발생 간 연관성은 명확하지 않다. 이번 CDC 보고는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 사례를 관찰한 것으로, 심근염/심낭염 발생 원인이 백신 때문인지 또는 우연인지 알 수 없다. 게다가 독감 백신을 포함한 다른 백신도 드물게 심근염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된다. 

나 교수는 "mRNA 기반 백신이기에 체내 어디서든지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이상반응이 심장에서 발생하면 치명적이기에 문제 되는 것"이라며 "현재 연관성을 판단할 수 있는 데이터는 충분하지 않은 것 같다. 심근염/심낭염 등 심장 관련 이상반응 사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두려워할 만큼 많다고 말하긴 어려워 보이며, 사례가 더 쌓여야 연관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교수는 "대부분 백신이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일으키면서 심근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아직 국내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이 많지 않아 심근염 위험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단,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심근염은 5세 미만 소아에게서 나타난다는 점에서 백신 접종에 따른 심근염은 (일반적으로 보고되는 심근염과) 다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CDC 보고에서 심근염/심낭염은 고령보다 청소년 및 젊은 성인에서, 여성보다 남성에서 더 많이 발생하는, 연령·성별 간 차이가 나타났다. 그러나 사례가 많지 않아 이들을 고위험군으로 정의하기에는 한계가 있어 보인다. 

고대 안산병원 최원석 교수(감염내과)는 "백신 접종 후 나타나는 이상반응 대부분은 면역반응이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의 형태로 작용하면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령보다는 상대적으로 젊은 성인에서 많이 보고된다"며 "심근염/심낭염 발생의 성별 차이가 있는지는 현재로서 알 수 없다. 발생 수가 적으면 편향된 정보만 있을 수 있으므로 어떤 그룹이 고위험군인지 명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고 밝혔다. 

기대수명 긴 30세 미만, 장기적으로 괜찮을까?

그렇다면 기대수명이 긴 청소년과 젊은 성인은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심근염/심낭염이 발생해 치료받았다면 이후에 건강 문제가 없을까?

현재로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발생한 심근염/심낭염이 장기적으로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알 수 없다. 다만 CDC 보고에서 심근염/심낭염이 발생한 청소년과 젊은 성인은 대부분 회복됐고, 장기적으로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게 국내 심장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나 교수 "심근염 발생 후 회복 과정에서 심장근육의 섬유화가 나타나면서 딱딱해질 수 있다. 그러나 사람마다 같은 질환이 발생하더라도 예후가 다르기에, 청소년 또는 젊은 성인이 심근염 발생 후 회복되더라도 장기적으로 괜찮을지 알 수 없다"며 "단, 섬유화가 중증으로 나타날 것 같지 않으며 합병증도 심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10대 청소년에서 화이자 백신 접종 후 무시하기 어려운 심근염 사례가 보고된 만큼, 보호자들이 백신 접종을 걱정할 것 같다"면서 "그러나 심근염은 조기 진단돼 빨리 치료받으면 정상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美심장학계 "백신 혜택이 심근염 포함 심장 합병증 위험보다 커"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이미지 출처 : 포토파크닷컴.

화이자·모더나 코로나19 백신의 심근염/심낭염 사례가 보고되자, 미국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 권고안에 변경사항은 없고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미국심장협회·뇌졸중학회(AHA·ASA)는 지난달 성명을 발표, 코로나19 백신 접종의 혜택이 심근염을 포함한 희귀한 심장 관련 합병증 발생 위험을 크게 상회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모든 성인과 12세 이상의 청소년에게 가능한 한 빨리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하도록 강력하게 권고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 감염병위원회도 12세 이상의 청소년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권고안은 변경사항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CDC는 코로나19 감염 위험과 입원, 소아청소년에서 다기관염증증후군, 사망 등 코로나19 관련 심각한 합병증 위험을 고려해 모든 12세 이상에게 코로나19 백신을 계속 접종하도록 권장했다. 또 코로나19 백신 접종 후 모든 심근염/심낭염 사례를 VAERS에 보고하도록 했다.

구체적인 권고안으로, 의료진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청소년 또는 젊은 성인에게서 일주일 이내에 급성 흉통, 숨가쁨 또는 심계항진이 나타났다면 심근염/심낭염을 고려하도록 권고했다. 

초기평가로 심전도, 트로포닌 수치 및 C반응단백(CRP), 적혈구 침강속도 등 염증마커를 확인하는 검사를 고려하도록 제시했다. 또 심근염/심낭염이 의심된다면 소아심장, 감염질환, 류마티스질환 등 전문가와 논의하도록 했다.

"백신으로 감염병 발생 억제…청소년도 접종 필요"

국내 전문가도 30세 이하 젊은 성인, 특히 고등학교 3학년 등 청소년에게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교수는 "청소년에게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견이 많다"며 "개인적으로 가능한 한 청소년에게도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예로, 국내에서 모든 소아가 DTaP 백신을 접종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 디프테리아 감염 사례가 없는지 약 30년이 됐다. 만약 DTaP 백신 접종 후 이상반응이 한 건만 발생해도 우리나라는 디프테리아 감염 사례가 없는 나라이니 백신 접종의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볼 것"이라며 "하지만 백신 접종으로 감염병 발생을 억제시켰기에 모든 사람이 그 효과를 함께 누리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 백신 접종도 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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