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 김현표 빅데이터실장

심평원 김현표 빅데이터 실장

 

4차 산업혁명시대로의 진입은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4차 산업의 핵심자원은 데이터이며 더 많은 데이터를 가진 개인, 기업, 나라는 새로운 성장을 위한 훌륭한 토양을 가진 것이다. 비옥한 디지털 토양을 갖추기 위해 정형화된 데이터 외에도 비정형 데이터, 이미지 등 그동안 관심 밖에 있던 다양한 정보의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며 새로운 데이터의 수집과 기존 데이터와의 융합, 그리고 데이터의 활용으로 순환돼야 한다.

정부는 금년부터 디지털 뉴딜 정책을 추진하며 디지털 경제 전환을 위해 D.N.A(Data, Network, AI) 생태계 조성 등에 향후 몇 년간 집중 투자한다. 또한 개인정보보호법 등 데이터 3법 개정으로 가명정보의 활용, 가명정보 간의 결합 등이 가능토록 하여 데이터 활용이 활성화되도록 했다.

전 국민 단일 건강보험 체제인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건강보험 청구자료를 기반으로 한 보건의료 빅데이터가 매우 잘 축적돼 있다. 또 많은 의료기관들이 일찍이 전자의무기록(EMR)을 도입해 디지털 의료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공공과 민간의 보건의료 빅데이터는 쌓여가고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한 활용은 초기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데이터의 소유권, 의료정보의 개인정보 보호, 데이터의 표준화 부족 등 많은 이슈들이 산재해 있지만 이제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한 데이터의 활용에 보다 주목하는 추세다.

실제로 정부는 작년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발표하며 5대 빅데이터 플랫폼 구축 계획 등 보건의료 빅데이터 활용 체계를 마련하고 있다. 따라서 최근의 보건의료 빅데이터 환경 변화를 살펴보고, 빅데이터 활용 사례와 활용 방법 등을 안내해, 의료기기를 포함한 산업계 측면에서 준비하고 나아갈 방향을 언급하고자 한다.

 

디지털 환경과 빅데이터 플랫폼

정부는 혁신신약, 의료기기 개발 등 바이오헬스 R&D에 2025년까지 연간 4조원 규모로 투자를  확대하는 바이오헬스 산업 혁신전략을 작년 5월 발표했다. 특히 최대 100만 명 규모로 국가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등 5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심평원을 포함한 4개 공공기관 정보시스템을 연계한 보건의료 빅데이터 플랫폼을 2019년 개통해 공익 목적의 연구자를 대상으로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또 올해부터는 민간병원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의료기술 개선 및 신약 개발을 지원하기 위해 보건의료 데이터 중심병원 지원 사업을 추진해 민간분야 보건의료 플랫폼도 만들어 질 수 있다.

심평원은 자체 보건의료빅데이터개방시스템을 통해 의료기관 현황 정보, 코로나19(COVID-19) 관련 선별진료소, 마스크 정보 등을 Open API방식으로 실시간 제공하고 있고, 학계 및 산업계 등 맞춤형 연구자료를 2015년부터 제공하고 있으며, 정부, 의료계와 함께 헬스케어 분야 공통 데이터 모델(Common Data Model, CDM) 구축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가명정보의 활용 등을 반영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시행으로 각 기관 및 기업이 보유한 가명정보의 결합·활용이 가능해지면서 개별적으로 보유하던 데이터의 활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추진되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복지부에서 보건의료분야 가명정보 결합기관 출범식이 있었으며, 심평원, 국민건강보험공단,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전문기관으로 지정돼 보건의료분야의 데이터 댐 구축이나 데이터 밸리 조성 등 데이터의 수집·저장과 활용 극대화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

 

보건의료 데이터의 활용

보건의료분야의 데이터는 크게 건강보험 청구자료, 건강검진, 암환자 등록정보 등 공공기관 보유 데이터와 의료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환자의 임상 데이터로 구분할 수 있다. 병원의 임상정보는 보통 정보주체인 환자의 동의와 연구윤리심의위원회(IRB) 승인 등을 받아야 활용이 가능해 연구자 외에 활용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실제 데이터 기반(RWE)인 심평원의 빅데이터는 다양한 방식으로 수요자에 맞게 데이터를 제공하고 있다. 학계 연구자에게는 맞춤형 질병·치료정보를, 제약회사·의료기기업체에는 약과 치료재료의 청구실적 등을 분석할 수 있게 한다.

심평원은 산업계를 대상으로 Open R&D 센터를 운영한다. 의료기기나 신약 개발 계획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신규 R&D 과제를 발굴하고 데이터 제공·분석을 지원하는 것이다. 매년 의료기기업체의 센터 이용이 있긴 하지만 제약분야보다는 이용이 낮다.

HK이노엔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Open R&D센터를 이용해 신약개발 타당성 조사, 신규 복합제 발굴, 시장분석, 처방패턴과 환자군 분석을 통해 국산 30호 신약인 케이캡을 개발했다. 현재 다수의 제약기업들이 제2의 국산신약 개발을 위해 심사평가원의 빅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

심평원은 축적된 경험과 IT시스템,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평원형 디지털 뉴딜(H-뉴딜)을 금년 하반기부터 추진한다. 개인의 통합진료 정보제공 포털을 구축하고, AI 알고리즘을 활용한 의료영상 자동 판독 시스템 등을 구축할 예정이다. 이미 2017년부터 뇌동맥류, 폐암 등 의료영상 판독을 위한 레이블링 데이터를 구축하여 질환 판독 예측 알고리즘을 개방하고 있으며, 더 많은 질환으로 그 대상을 확대하는 것이다.

심평원형 디지털 뉴딜 체계도

심평원은 원주지역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 구축사업에 참여해 의료기기 개발기업을 대상으로 건강보험 등재 컨설팅 등의 지원 외에도, 앞으로 데이터 플랫폼을 통한 지역 의료기기 테크노밸리와의 협력을 강화할 것이다. 의료영상 등 AI 판독 가능한 휴대용 진단장비 개발, IoT 및 모바일 기반의 진단장비 등 제품 기획·연구개발 등에 지원하여 보건의료데이터의 결합·연계 허브기관이 되고자 한다.

 

변화와 한계를 극복하는 준비

헬스케어 분야에 있어서는 실험 데이터보다 실제 의료현장 데이터가 더 중요하고 많은 연구자 및 개발자 등이 다양한 의료데이터를 연계·결합하여 활용하고자 한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정책과 가명정보 활용 확대 등에 따라 데이터가 연구 및 제품 개발에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제도 개선과 데이터 이용자의 적극적 참여가 필요하다.

하지만 아직 이러한 논의의 장이 활발하지 않으며 시장 선도기업 또는 일부에 의한 참여에 국한되고 있다. 제품개발 계획 및 세부 연구계획서 작성 등 준비해야 할 것이 많고 여러 사유로 인해 인력이 적은 영세 의료기기업체나 소규모 기업에서는 보건의료빅데이터 활용에 적극적이지 않다.

의료기기협회나 유사 분야별로 어떤 데이터의 제공이 필요한지, 어떻게 이용할 수 있는지 등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 또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한 데이터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등의 다양한 시도는 혁신적인 의료기기 개발에 기여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질병정보 등을 포함한 보건의료빅데이터의 활용에 있어 지켜야 할 사항을 준수해야 한다. 데이터의 활용목적 외에 다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허가받지 않은 데이터의 유통·거래 등은 디지털 경제로의 전환에 나쁜 영향을 준다.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기업윤리를 실천하는 것은 더 양질의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새로운 제품 개발의 가능성을 증가시킨다.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은 기본적 시스템 등을 구축하고 이제 실질적 활용과 성과 도출을 위한 성장기에 진입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와 심평원 및 관련 기관은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플랫폼 구축, 데이터의 안전한 분석시스템 제공 등을 지속적으로 보완하며 더 나은 디지털 환경을 조성할 것이다. 이제 의료기기업체, 제약사 등을 포함한 산업계, 의료기관 등의 적극적 참여로 국민건강 증진을 위한 새로운 제품 및 기술이 개발되는 성과가 빈번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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