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감염증은 혈액응고 장애를 일으켜
혈액응고 장애는 인종에 따라 다르게 일어나....인종에 따라 치사율이 다를 수도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한국인 혈액, 덜 탁해 코로나 사망율 낮을 수도"

[메디칼업저버 주윤지 기자] 전 세계 코로나19(COVID-19)에 의한 치사율이 나라마다 크게 차이가 나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19 감염증이 혈액응고 장애를 일으켜 혈액응고가 인종에 따라 다르게 발생하기 때문에 인종에 따라 감염병의 치사율이 다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는 "코로나19 감염증은 전형적인 염증-혈전 성향(thrombo-inflammatory syndrome)으로 생각되며, 적절한 항바이러스성 치료제뿐만 아니라 항응고 치료의 도입이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것으로 생각한다"며 "아직 디-다이머(D-dimer) 외에는 적절한 항응고를 측정할 수 있는 검사가 없어 이를 발굴 및 개발해야 하며, 이를 토대로 적절한 항응고제, 효능(potency)·기간의 적용을 통해 코로나19 항응고 예방과 치료가 향후 중요한 연구과제다"고 밝혔다.

이미지출처: 포토파크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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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작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처음 발생한 후 전 세계로 확산돼 6월 시점에서 700여 만명의 확진자와 40여 만명의 사망자를 기록했다. 과거에 SARS, MERS 및 H1N1 인플루엔자 등의 바이러스 질환이 발생했지만, 코로나19 감염증은 높은 변이 발생 및 전파력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전파가 됐고 상대적으로 높은 치사율과 더딘 치료제·백신 개발로 인해 인류에 큰 위협이다.

코로나19는 폐포세포에 있는 ACE2(angiotensin-converting enzyme 2) 수용체를 통해 인체에 전파되고 광범위한 염증 반응을 유발해 호흡기질환으로 진행한다. 그러나 호흡기질환 외에도 다양한 장기에 합병증을 유발하면 치명적인 상태로 진행한다.

특히, 폐렴에 동반된 급성 및 만성 심혈관계 질환은 다양한 기전에 의해 흔하게 발생한다. 아울러 코로나19 감염증 환자에서 혈전 질환 발생이 상당히 증가되고 있어 이의 관리가 향후 임상적으로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다. 

COVID-19와 관련된 심혈관계 합병증의 발생 기전. 사진 출처: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COVID-19와 관련된 심혈관계 합병증의 발생 기전. 사진 출처: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코로나19 감염증에 의해 합병증에 의해 사망에 이르는 가장 중요한 기전은 염증-혈전 성향의 급격한 증가다. 

정 교수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증은 전신 염증반응(systemic inflammation)을 증가시켜 일명 '사이토카인 폭풍(cytokine storm)'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혈전 성향(pro-coagulant effect)도 같이 증가시킨다.

코로나19는 단핵구(monocyte) 및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활성화를 유발시켜 결국 외인성 항응고 경로(extrinsic coagulation pathway)를 활성화시키고, 또한 내피세포에 혈소판 및 백혈구 부착을 증가시켜 내원성 항응고 경로(intrinsic coagulation pathway)도 결국 활성화시켜 전체적인 혈전 성향을 증가시킨다. 

이전 SARS, MERS 및 H1N1 인플루엔자 감염증 당시에도 일부 혈전 성향이 증가되는 것이 관찰되기는 했지만, 코로나19 감염증에서 유독 혈전 질환이 많이 관찰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이에 다른 바이러스 감염증에 비해 코로나19 자체가 염증반응을 더욱 유발하는 성향을 가지거나 바이러스 수치(viral burden)가 월등히 높다는 가설 등이 제시되고 있다.

COVID-19 감염증에 의한 혈전 성향의 증가 기전. 사진 출처: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COVID-19 감염증에 의한 혈전 성향의 증가 기전. 사진 출처: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정 교수는 "코로나19가 일으키는 응고장애의 임상적 중요성에 대한 힌트는 이미 초기 코로나19 감염증 환자의 부검 소견을 통해 알 수 있다"며 "즉 폐 전반에 걸쳐 염증 반응에 의한 광범위한 폐섬유화와 함께 폐포 출혈 및 상당한 fibrin 미세혈전(micro-thrombi)이 관찰된 것이다(PIC, pulmonary intravascular coagulopathy)"고 밝혔다. 

중국, 네덜란드 및 프랑스 등의 코로나19 환자에서 흉부 CT 및 하지 도플러 검사 등을 통해 16-65%에 이를 정도로 흔하게 심부정맥 혈전증(deep-vein thrombosis) 및 폐동맥 혈전증(pulmonary thrombosis)이 관찰됐다. 또 50세 미만의 환자에서 큰 혈관의 뇌졸중 증례가 잇달아 보고되고 있다.

이런 증례는 특히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중증 환자에서 흔하게 관찰되고, 많은 경우에 헤파린 예방치료(heparin prophylaxis) 시행 중에도 관찰된다. 현재까지 알려진 일반적인 혈액학적 소견은 심한 염증반응 소견(fibrinogen, factor VIII 및 von Willebrand factor 증가)과 함께 D-dimer 수치가 매우 증가돼 있다는 것이다. D-dimer 수치가 사망률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분석이 중국 등을 포함한 여러 센터에서 보고되고 있다.

COVID-19 감염증의 전반적인 이해. 사진 출처: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COVID-19 감염증의 전반적인 이해. 사진 출처: 창원경상대병원 정영훈 교수.

메디칼업저버가 이전에 보도한 연구에 따르면 항응고제 치료가 입원한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율을 향상시켰다. 이번 연구에서 총 2773명의 환자 중 28%에서 항응고제 치료가 진행됐다. 

그 결과, 50% 생존률이 항응고제 치료를 받지 않은 환자군에서 14일, 항응고제 치료를 받은 환자군에서 20일째 관찰됐다. 또, 기계적 환기장치를 한 경우에는 비시행군에서 9일, 시행군에서 21일째 관찰됐다. 위중한 출혈은 두 군간에 차이가 없었다(1.9% vs. 3.0%). 후향성 분석이라는 한계가 있지만 미국 뉴욕 내 병원들의 경험은 코로나19 감염증에서 항응고제 치료의 유용성을 다시 한 번 지지했다.  

아울러 현재 여러 단체에서 항응고제 치료지침안을 제시하고 있고, 관련된 임상연구도 계획 중이거나 진행중이다. 대략적인 항응고제 치료의 맥락은 COVID-19 항응고 발생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기존 용법에 비해 단계적 증가(escalated-dose) 예방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것이다.

이에 정 교수는 "현재 흥미로운 사실은 전세계적으로 나라에 따라 COVID-19 치사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는 것이다"며 "또 같은 나라에 거주하더라도 인종에 따른 치사율 차이도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특히 흑인들은 다른 인종에 비해 2배 이상의 치사율을 보이고 있다. 이런 격차를 설명하기 위해,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문화적 배경 및 의료기관 접근성의 차이 등이 제시되고 있으나,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한다"며 "이전 연구를 보면, 미국 흑인들에서 높은 혈전 성향이 관찰되며, 심혈관계 질환(특히, 심부정맥 혈전증, 폐동맥 혈전증 및 심근경색)의 발생률이 높고 나쁜 예후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즉 코로나19를 "염증-혈전 성향"으로 설명하면, 미국에 거주하는 흑인에서 관찰되는 높은 치사율도 이들의 혈액이 다른 인종에 비해 "끈적하다"는 것이 일부 원인이 될 수 있으나, 향후 보다 많은 임상적 근거가 필요하다.

정 교수는 "정리하면 코로나19 감염증은 전형적인 염증-혈전 성향으로 생각되며, 적절한 항바이러스성 치료뿐 아니라 항응고제 치료의 도입이 환자의 예후를 향상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며 "항응고를 측정하는 시험을 발굴 및 개발이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한 적절한 코로나19 항응고 장애 예방 및 치료가 향후 중요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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