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는 좀 더 자는 것보다 전문가 되길 원해"
신경외과학회 최우수 수련의국으로 선정된 분당서울대병원... 교육, 기획, 소통 강조
2014년 내내 전공의 수련문제는 의료계의 뜨거운 감자였다. 전공의 수련 시간 80시간을 법으로 정했지만 전공의들이나 병원들은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는 원망들을 쏟아냈다.
어두운 소식들이 뉴스를 장식하던 가운데 최근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의국이 대한신경외과학회 최우수 수련의국으로 선정됐다는 발표가 있었다.
권 교수는 "분당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서 4년 동안 수련을 받으면 개원을 하든, 봉직의를 하든 전문가로 활동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데 교수들이 마음을 같이 했다"며 "전공의들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별도의 강의 프로그램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고, 강제로 시간을 할당해 전공의들이 자기 연차에 배워야할 수술은 배울 수 있도록 체크시스템도 만들었다"고 소개했다.
또 "요즘 전공의들은 수술이나 시술 등을 직접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전공의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교수들에게 강제(?)하기도 하고, 토요일 점심은 모든 전공의가 함께 식사를 하면서 소통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4년차부터 주 80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려고 6시가 되면 칼퇴근을 시켰다고. 내년부터는 3년차 등 아랫연차에게도 적용할 계획이다. 그럼에도 전공의들의 만족도는 크게 높지 않았다는 게 권 교수의 설명이다.
결국 전공의 수련의 문제는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수련의 질 문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 두 시간 덜 근무하거나, 편안하게 근무하는 게 최고라 생각하는 게 아니라 자기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현재 신경외과에서 수련 중인 황기환 전공의도 같은 생각이었다. 황 전공의는 "80시간이 정해지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외과는 배워야 할 것은 많은데 시간은 없고, 게다가 시간을 지켜야 하는 등 전공의들이 더 힘들어졌다"며 "전공의들이 원하는 것은 시간이라기 보다는 제대로 배울 수 있는 기회이다. 지금처럼 시스템이 굳어지면 결국 팰로우를 더 많이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분당서울대병원은 의국에서 전공의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많이 진행하고 있고, 수술 케이스가 다양하고 많이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공의 수련 프로그램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는 게 권 교수의 주장이다. 전공의들이 병원에서 설자리가 점차 줄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시스템을 개혁해야 한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전공의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고 있다. 내가 4년차 일 때 개두술을 1년에 300개 정도 했는데, 지금은 4년차가 일년에 2번 정도가 고작"이라며 "교육받지 못한 전공의는 팰로우를 더 해야하고 결국 수련 시간이 점점 길어지는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 우려했다.
전공의들이 어디서도 반기지 않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오고 있다. 수련병원 입장에서는 과거 전공의들이 하던 일을 전임의들이 하게 되면서 인건비 절감이나 업무를 덜어주던 매력이 사라졌다.
권 교수는 "어쩌면 앞으로 전공의들이 병원에 돈을 내고 교육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정부가 사회적 변화를 읽고 전공의들이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수련병원이나 전공의들에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