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대사수술, 뇌전증 위험요인?

[AES 2021] 캐나다 연구 결과, 비만대사수술군 뇌전증 위험 1.45배↑ 연구팀 "메커니즘 불분명…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 연관됐을 것"

2021-12-21     박선혜 기자

[메디칼업저버 박선혜 기자] 비만대사수술이 뇌전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캐나다 연구팀의 후향적 코호트 연구 결과,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환자군은 수술받지 않은 이들보다 뇌전증 위험이 의미 있게 높았다. 

역학연구로 진행돼 비만대사수술과 뇌전증 발생 간 잠재적 메커니즘을 확인할 수 없으나, 수술 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연관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캐나다 웨스턴대학 Jorge Burneo 교수는 이번 결과를 3~7일 온·오프라인으로 열린 미국뇌전증학회 연례학술대회(AES 2021)에서 발표했다.

Burneo 교수는 "진료 과정에서 갑자기 뇌전증이 발생한 많은 환자를 만났다"며 "이들의 병력에서 중요했던 점은 비만때문에 비만대사수술을 받았다는 것이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연구는 체중 감량을 위해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후 뇌전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근거가 있으나 연관성이 조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뤄졌다. 

비만으로 진단받아 입원한 환자 데이터를 바탕으로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군(비만대사수술군)과 비수술군으로 분류해 뇌전증 위험을 비교했다. 이와 함께 비만대사수술군의 뇌전증 발생과 연관된 위험요인을 확인했다.

뇌졸중 있었던 비만대사수술군, 뇌전증 위험 14배 높아

▲이미지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캐나다 임상평가학연구소(ICES) 데이터베이스에서 2010년 7월~2016년 12월 비만대사수술을 받은 18세 이상 성인 1만 6958명(2.7%)과 수술받지 않은 62만 2514명을 확인했다. 발작, 뇌전증 병력 또는 뇌전증 위험요인이 있는 성인은 제외했다.

전체 환자군은 뇌전증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았고 정신과적 동반질환이 없었다. 뇌전증 발생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뇌수술도 받지 않았다.

비만대사수술군과 비수술군의 나이, 성별, 체질량지수 등 환자군 특징은 비슷했다.

연구팀은 2019년 12월까지 추적관찰을 진행, 새로운 뇌전증 발생 사례를 확인했다. 새로운 뇌전증은 비유발 발작이 2회 이상 발생하는 경우로 정의했다. 

추적관찰 동안 비만대사수술군 73명(0.4%)에게서 뇌전증이 발생했다. 10만인년(person-years)당 발생률은 50.1명이었다.

분석 결과, 비만대사수술군은 비수술군보다 뇌전증 발생 위험이 1.45배 유의하게 높았다(HR 1.45; 95% CI 1.35~1.56). 이 같은 결과는 비만대사수술 종류에 따라서도 유사했다.

특히 추적관찰 동안 뇌졸중이 있었던 비만대사수술군은 비수술군보다 뇌전증 위험이 14.03배 크게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HR 14.03; 95% CI 4.26~46.25). 뇌졸중은 뇌전증 위험을 높인다는 근거가 있어 이 같은 결과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Burneo 교수는 "뇌졸중이 있었던 환자의 최대 6%에서 뇌전증이 발생한다"며 "출혈성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는 허혈성 뇌졸중이 발생한 이들보다 뇌전증 위험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비만대사수술군에서 발생한 뇌전증 종류는 이번 연구에서 보고되지 않았으나, Burneo 교수가 진료했던 비만대사수술 후 뇌전증이 발생한 모든 환자는 국소발작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급격한 체중 감소가 전해질장애 일으켜 발작 유발할 수 있어"

이번 연구는 비만대사수술이 뇌전증과 연관된 장기적 위험요인 중 하나임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비만대사수술과 뇌전증 발생을 연결할 수 있는 가능성 있는 메커니즘으로 비만대사수술에 따른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에 주목했다. 

Burneo 교수는 "장과 뇌 사이의 연관성에 대한 근거가 쌓이고 있다. 이를 보면 비만대사수술 후 장내 마이크로바이옴 변화가 뇌전증 발생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비만대사수술 후 급격한 체중 감소가 전해질장애를 일으켜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그러나 정확한 메커니즘이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이번 연구는 새로운 가설을 만든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하버드의대 BIDMC의 Daniel M. Goldenholz 교수는 "이번 연구는 흥미로운 대규모 분석이나, 많은 변수를 조절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가설을 만든' 연구로 볼 수 있다"며 "결과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이러한 결과가 검증된다면 원인 파악을 위한 더 많은 연구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