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매출 증가세 뚜렷…판관비도 소폭 상승

연구개발(R&D)은 글로벌 진출을 꾀하는 제약사들이 제시하는 비전 1순위다. 신약개발의 중요성만큼 발전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국내사들이 올해도 신약개발을 통한 글로벌 진출을 목표로 '도전'을 강조한 가운데 수익 악화에도 불구하고 R&D 투자 강화 기조는 여전했다. 아울러 상품 매출도 여전히 뚜렷한 증가추세를 보였고 부정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에도 불구하고 판매관리비도 소폭 상승했다.

본지는 연결매출 기준 상위 9개사가 공시한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R&D 비율, 상품·제품 판매 비중, 판매관리비율 등을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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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악화에도 R&D 꿋꿋하게

지난해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투자는 강세를 보였다. R&D 투자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R&D 강화 기조를 이어간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상위 9개 국내사의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2015년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R&D에 쏟았던 한미약품을 비롯해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 등은 지난해에도 연구개발을 위한 노력을 쉬지 않았다. 

지난해 연구개발에 가장 많은 금액을 투자한 곳은 한미약품이다. 2015년 전체 매출의 18%에 달하는 1680억원을 R&D에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도 1429억원을 쏟아부었다. 

한미약품은 1600억원을 투자한 2015년과 비교할 때 약 15% 감소한 R&D 투자금액이지만, 전체 매출액에서 R&D에 투자한 비중은 16.2%로, 상위 9개사 중 가장 높은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보였다. 게다가 최근 신약개발 집중을 위해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하면서 올해 연구개발 투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지난해 연구개발에 1123억원을 투자하며 한미를 추격했다. 녹십자는 2015년 98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는데, 이를 14.4% 증가시켰다.  

특히 대웅제약의 공격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눈에 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977억원을 R&D에 투자하면서 전년 대비 3배(297.2%)에 가까운 금액을 확대했다. 게다가 8840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연구개발비가 11%를 차지해 상위 9개사 가운데서도 손가락 안에 꼽혔다.

LG생명과학과 동아ST의 약진도 두드러진다. LG생명과학과 동아ST는 각각 전체 매출의 13.4%, 12.4%에 해당하는 714억원, 695억원을 연구개발에 쏟아부었다.

이 같은 R&D 투자비중은 LG생명과학의 경우 전년 대비 16.1%, 동아ST의 경우 21.1% 증가한 수치다. 또 종근당도 지난해 672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전년보다 16.3% 비중을 높였다. 다만, 전체 매출 대비 R&D 비중은 8.1%에 불과해 아쉬움을 남겼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달성했지만, 비교적 낮은 R&D 투자 비율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기록한 매출의 4%에 불과한 527억원만 연구개발에 투자했다. 하지만 이는 전년 대비 35.1%나 증가한 것이라 향후 행보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아울러 JW중외제약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4.1%에 해당하는 190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지만, 전년 대비 0.4%에 불과, 미미한 증가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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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대행 '상품매출' 여전한 증가세 

국내사들이 다른 회사의 물건을 팔아주는 상품매출은 여전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 비율을 분석한 결과, 평균 34.1%로 나타났다.

아직 2016년도 사업보고서가 공시되지 않은 대웅제약을 제외한 8개사가 지난해 올린 전체 매출액은 연결기준 6조 8501억원으로, 전년도 6조 4950억원에 비해 5.5% 성장했으나, 상품매출은 지난해 2조 4550억원 규모로 전년(2조 69억원) 대비 22.3%나 늘었다. 상품 매출이 전체 매출규모보다 무려 16.8%p 높은 것이다. 

제약기업에서 상품매출이 증가한다는 것은 일종의 도매업 비중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국내 제약사는 다국적 제약사의 도매상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상품매출이 가장 큰 국내사는 유한양행이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7364억원의 상품매출을 올렸다. 이는 전년(6567억원) 대비 12.1% 증가한 수치로,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인 55.8%에 달했다. 

이는 길리어드의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HIV치료제 스트리빌드를 비롯해 베링거인겔하임의 당뇨병치료제 트라젠타와 트라젠타듀오, 고혈압복합제 트윈스타 등과 함께 화이자 폐렴구균백신 프리베나13 등 코프로모션의 결과로 보인다. 뒤이어 5328억원의 상품매출을 올린 녹십자는 전체 매출의 44.5%를 상품매출이 차지했고, 전년(4435억원) 대비 20.1% 늘었다. 

녹십자 역시 BMS로부터 블록버스터 약물인 만성B형간염치료제 바라크루드, MSD의 대상포진백신 조스타박스 등을 도입하면서 전체 매출에서 상품매출 비중이 높았다. 실제 바라크루드는 지난해 974억원(유비스트 기준)의 매출을 올리기도 했다. 

특히 종근당은 지난해 3088억원의 상품매출을 올리며 전년(1222억원) 대비 152.8%나 증가했다. 이는 MSD의 고지혈증치료제 바이토린, 인지장애 개선제 글리아티린, DPP-4 억제제 계열 당뇨병치료제 자누비아 패밀리 등 대형 품목의 잇따른 도입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체 매출액 대비 상품판매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37.1%에 그쳤다. 

광동제약과 JW중외제약은 지난해 각각 2580억원, 2330억원의 상품매출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1.2%, 14.1% 증가했다. 다만, 광동제약은 매출대비 상품매출 비율은 24.4%였던 반면, JW중외제약은 49.8%에 달했다. 동아ST는 지난해 1940억원의 상품매출을 기록, 전년 상품매출인 1632억원보다 18.8% 늘었고, 이는 전체 매출 가운데 34.6%의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상품매출이 전년보다 줄어든 제약사도 있었다. 한미약품과 LG생명과학은 각각 전년 대비 8.7%, 0.6% 상품매출이 감소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1225억원의 상품매출을 기록하며 매출액 대비 상품매출 비중을 13.9%까지 낮췄고, LG생명과학도 지난해 695억원의 상품매출을 기록, 13%까지 그 비중을 감소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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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법 여파 없나? 판관비 소폭 증가 

청탁금지법, 이른바 '김영란법'의 영향은 미미했던 것으로 보인다. 국내사들의 지난해 판매관리 비율은 전년 대비 소폭 상승했기 때문이다. 

상위 9개사의 연결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판매관리비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올린 총 매출 7조 7340억원 가운데 판매관리비로 2조 1240억원을 투입, 평균 29.4%로 집계됐다. 

기업별 판관비를 보면 대웅제약이 지난해 3478억원을 투입하면서 가장 많았다. 이는 전년도 2590억원에 비해 34.3% 증가한 것으로, 증가율 측면에서도 가장 높았고, 전체 매출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도 39.3%로 높은 편에 속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2912억원의 판매관리비를 투입하면서 대웅제약의 뒤를 이었다. 다만, 전년에 투입한 5395억원에 비해 46% 감소한 것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율도 33%로 낮아졌다.

뒤이어 지난해 매출액 1조원을 기록한 녹십자, 유한양행이 판관비 투입 순위권에 포진했다. 우선 녹십자는 지난해 2736억원의 판매관리비를 투입하며 2473억원을 지출한 전년보다 10.6% 증가했고, 유한양행은 지난해 2390억원의 판관비를 지출하며 녹십자의 뒤를 이었다. 유한양행 역시 전년도 판관비로 투입했던 2158억원 대비 10.8% 늘었다. 

하지만 녹십자와 유한양행의 전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율은 사뭇 다른 모습이다. 녹십자는 지난해 전체 매출액 1조 1980억원의 22.8%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한 반면, 유한양행은 지난해 전체 매출액 1조 3208억원의 18.1%만 판관비로 지출하는 데 그쳤다. 유한양행의 판매관리비율은 상위 9개사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아울러 지난해 LG생명과학, 종근당, 광동제약도 비슷한 수준의 판매관리비를 지출했다. LG생명과학은 지난해 2168억원, 종근당은 2065억원, 광동제약은 2033억원의 판관비를 투입했다. 

하지만 세 회사의 전년 대비 판관비 증가율과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율은 다르다. LG생명과학과 광동제약은 전년보다 각각 12.0%, 11.8%가 증가한 반면, 종근당은 5.5%의 증가율에 불과했다.  

아울러 전체 매출액 대비 판매관리비 비율을 살펴보면, 광동제약이 19.2%로 세 회사 가운데 가장 낮았고, 종근당이 24.8%의 비율을 보인 반면, LG생명과학의 판관비 비중은 40.7%에 달했다. 

이와 함께 동아ST와 JW중외제약은 지난해 각각 1924억원, 1530억원을 판관비로 투입하며, 전년대비 5.1%, 10.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두 회사는 각각 34.3%, 32.7%의 매출액 대비 판관비 비중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사의 판관비 지출 비중이 지난해 소폭 상승했지만,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판관비는 기업의 전반적인 관리유지를 위해 부담하는 비용으로 계상하는데, 기업 활동을 위해 필수적으로 발생하는 영업비용이라는 주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관비에는 신약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용이 포함된다"며 "제약산업 특성상 다른 산업군에 비해 판관비 비중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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