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상준 기자

최근 대형병원 입구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공통적인 문구가 있다. 바로 로봇수술 000례 달성이란 문구다. 국내 도입한 지 10년이 넘어서면서 해마다 증례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병원마다 1000례, 2000례, 5000례 달성 등의 문구를 쉽게 볼 수 있는 것은 기본이고 홍보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최초, 최다라는 수식어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보도자료를 배포해 널리 알리는 것은 기본이다.

이를 접한 대중들은 로봇수술의 시대가 정착되고 있음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또한 잦은 노출은 환자가 병원에서 로봇수술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거부감없이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그러나 이러한 홍보 이면에 감춰진 부분이 있다. 환자에게 중요한 것은 로봇수술의 증례 달성이 아니라 이후 예후와 성적이다.

환자가 기존 수술비보다 10배 이상의 비용을 내고 로봇수술을 선택하는 이유는 대부분 효과와 안전성이라는 두 마리토끼를 잡기 위함이지만 어느 병원도 로봇수술 이후 환자의 생존율과 사망률 그리고 합병증 등 부작용 발생 등을 담보해주는 곳은 없다. 대체적으로 안전하다고 말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간혹 발생하는 사고는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2011년 배우 박주아(69세)씨가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신우암 진단을 받은 후, 로봇수술을 받다가 십이지장이 파열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결국 사망했다.

당시 취재과정에서 한 대학병원 교수는 "수술 시 서명을 받기 때문에 쇼크로 사망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드러나지 않을 뿐 더 많을 수 있다"며 의미심장한 말을 남겨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이런 평가는 겉으로 드러나는 로봇수술의 증례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환자를 잘 선별해서, 좋은 예후를 만들어냈을 때의 증례가 진짜 증례인 것이다. 1000명의 환자를 수술했는데 절반의 환자가 합병증을 경험했다면 결코 좋은 수술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로봇수술은 의료계 환경을 바꾸는 새로운 기술임은 분명하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좀 더 정확하고, 안전한 수술을 받는 시대의 도래는 막을 수 없다. 그러기 위해서는 쌓여가는 증례만큼 정확한 치료 성적도 공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병원들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정부가 나서서 적정성평가를 해야하는데 비급여 영역이라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있다. 하지만 의료과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은 필요하다.  

국가에서도 로봇수술의 비용효과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고, 미국과 일본 등은 우리보다 더 먼저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선택률이 높지 않는 상황에서 증례만 강조하면 장기적으로 로봇수술은 단순히 비싼 수술방법이라는 인식밖에 남지 않는다.

증례에 집착하기 보다는 회복률, 생존률, 합병증 개선률 등에서 장점을 보여줘야만 환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심평원 암수술 적정성평가 1등급과 단순히 로봇수술 5000례를 달성이라는 소식을 접했을 때 어떤 방법을 더 신뢰할 수 있을까 되묻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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