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AT 연구 결과, CER-001 투약 시 위약 대비 죽종용적 차이 없어

인공적으로 만든 고밀도 지단백(high-density lipoprotein, HDL) 유사체(mimetic) 신약 연구가 임상에서 쓴맛을 봤다.

CARAT(CER-001 Atherosclerosis Regression Acute Coronary Syndrome Trial)로 명명된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HDL 유사체인 CER-001을 투약 시 위약 대비 죽종용적(atheroma volume)을 의미 있게 줄이지 못했다.

이번 결과는 18일 제66차 미국심장학회 연례학술대회(ACC 2017) Late-Breaking 세션에서 공개됐다.

CER-001은 콜레스테롤 대사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Apolipoprotein A-I(apoA-I)과 인지질 일종인 스핑고미엘린(sphingomyelin)으로 구성된 pre-베타 HDL 유사체다. Pre-베타 HDL은 조직에서 콜레스테롤을 받아들여 비로소 HDL을 만드는 역할을 한다.

남부 호주 보건의학연구소(SAHMRI) Stephen J Nicholls 박사팀은 "HDL이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다는 점은 여러 역학연구에서 입증됐다"면서 "그러나 HDL-콜레스테롤(HDL-C)을 증가시키는 약물이 심혈관질환 사건을 줄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임상시험에서 규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연구팀은 초기 연구에서 잠재적으로 죽종 퇴행(regression) 효과를 보인 CER-001을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투약했을 때 죽상동맥경화증 예방 효과가 있는지 분석했다.

연구는 기존 시장에 없었던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에 이를 검증하는 개념증명(proof-of-concept) 연구로 진행됐다.

33곳 의료기관에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301명이 연구에 포함됐다. 평균 나이는 60세였고 약 80%가 남성이었다.

이들은 기존 치료와 함께 CER-001 3mg/kg(CER-001 투약군) 또는 위약(위약군)을 병용했다. CER-001 투약군과 위약군에 각각 151명, 150명이 무작위 분류됐다. 등록 당시 28%는 스타틴을 복용 중이었고, 양 군 모두 60% 이상이 고혈압 환자였다.

연구팀은 연구 시작 전 및 종료 후에 혈관내 초음파(intravascular ultrasound, IVUS) 검사를 시행했다. 1차 종료점은 죽종용적 비율 변화(중앙값)로 설정했다. 

환자들은 CER-001 또는 위약을 10회 투약받았다. 연구를 모두 마친 환자는 CER-001 투약군 135명, 위약군 137명이었다.

최종 분석 결과, 죽종용적 비율은 위약군에서 0.41%, CER-001 투약군에서 0.09% 감소했다. 두 군간 0.32%p 차이가 있었으나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P=0.15).

이와 함께 전체 혈관에서 총 죽종용적 변화는 위약군에서 6.6㎣, CER-001 투약군에서 5.6㎣ 줄었다. 그러나 두 군간 차이에서는 통계적 유의성이 나타나지 않았다(P=0.51).

죽종 퇴행 효과가 나타난 환자 비율은 위약군이 CER-001 투약군보다 3~4%p가량 많았다. 죽종용적 비율에서 죽종 퇴행을 보인 환자는 위약군과 CER-001 투약군에서 각각 57.7%와 53.3%였고(P=0.49), 총 죽종용적에서는 각각 70.8%와 67.4%를 차지했다(P=0.5).

이상반응은 두 군 모두 거의 나타나지 않았고, 확인된 이상반응은 유사했다.

Nicholls 박사는 "CER-001을 단기간 10회 투약 시 내약성은 좋았으나, 이는 스타틴 등의 다른 치료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본다"면서 "이번 연구를 통해 CER-001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유망한 치료 전략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잇따른 HDL 유사체 연구 실패…"향후 연구 위한 중요한 과정"

PCSK9 억제제 등 LDL-콜레스테롤(LDL-C)을 조절하는 신약 연구가 잇따른 승전보를 울리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HDL 유사체 신약 연구는 암흑기를 겪고 있다.

지난해에는 또 다른 HDL 유사체인 MDCO-216의 MILANO-PILOT 임상2상이 좌초된 바 있다. 최종 결과에 따르면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에게 MDCO-216 투약 시 위약 대비 죽종 퇴행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 결과는 지난해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6)에서 발표됐다.

연구를 주도한 Nicholls 박사팀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20명을 대상으로 이중맹검 위약 대조군 연구를 시행했다. 매주 MDCO-216 20mg/kg 또는 위약을 투약한 결과, 죽종용적 비율은 위약군에서 0.8%, MDCO-216 투약군에서 0.5% 감소했다. 두 군간 0.3%p 차이가 있었지만 통계적으로 의미 있지 않았다(P=0.1).

이와 함께 총 죽종용적도 위약군에서 6.9㎣, MDCO-21 투약군에서 4.7㎣ 줄었으나, 이 차이 역시 통계적 유의성은 없었다(P=0.77).

Nicholls 박사는 "HDL 유사체 연구가 기대에 못 미치고 있지만, HDL 유사체와 다른 약물을 병용했을 때 영향을 줄 수 있는 증상이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계속 이뤄져야 한다"면서 "아직은 가능성이 있는 신약이기에 부정적인 결과 역시 향후 연구를 위한 중요한 과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피력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HDL 유사체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오로라 헬스케어그룹 Paul Weisman 박사는 한 외신(TCTMD)과의 인터뷰에서 "HDL-C를 증가시키는 신약에 대한 연구가 잇따라 실패하면서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며 "환자 예후를 개선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없기 때문에 HDL 유사체 신약 연구는 중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