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입되면야 좋지요"

10곳의 서울시내 주요 대형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자상거래운영 현황 조사 결과 대다수 병원 관계자들은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특징으로 투명하지 못했던 기존 병원 구매관행의 투명화와 비용절감, 구매시스템 개선을 통한 진료 영역으로의 집중 등을 꼽았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10개 병원 중 전자상거래시스템 혹은 전자적거래를 도입한 의료기관은 7개였으며, 1개 기관은 일부 의료소모품과 의료기기에 대한 공급사와의 자체시스템 운영, 2개 기관은 도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전자상거래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는 서울대병원의 경우 전자상거래도입으로 구매 및 재고관리와 관련된 인건비의 33.7%, 구매예산 4.6% 감소 등 연간 25억여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삼성서울병원은 전자적거래형태로 지난 1996년부터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거래 시스템을 운영해오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자재·구매과 김종렬 과장은 "수년간 운영한 결과 비용 및 업무 체계 개선의 효과는 있지만 엄밀한 의미에서의 전자상거래는 아니다"며 "본격적인 전자상거래 도입을 위한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2년부터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운영중인 이대의료원은 구매관행의 투명성 확보와 업무 간소화 등의 효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의료원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의 최대 장점은 병원 물류시스템의 전 과정을 언제든 확인할 수 있다는 점으로 올 해부터 전자결재 시스템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5년전 전자적거래를 시작으로 현재 시스템을 구축한 경희의료원도 연내에 전자결재 도입을 검토중이라며, 각 병원별 사양이 다른 일부 의료기기를 제외한 모든 품목을 전자상거래로 구매하고 있다.
 새병원 개원과 함께 대대적인 의료정보시스템을 구축했던 건국대병원의 경우 진료재료 구매대행시스템이라는 형태의 전자상거래 시스템을 도입,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국대병원 구매팀 관계자는 전자상거래의 가장 큰 특징은 구매예산 절감, 관리비 및 인건비 절감, 납품기간 단축 및 재고비용 감소, 유지비용 절감 등이라며, 의약품을 포함한 전자상거래시스템 운영으로 전체 물류시스템의 완전 사무자동화가 이뤄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고대의료원은 병원과 공급사간 자체시스템을 통한 일부 품목과 세금계산서 전자결재 및 발행 등 단순화 된 형태로 시스템을 운영중이다. 이번 조사에 포함된 H의료원은 지난해 전자상거래도입을 집중 검토했으나 국내 의료계에 완전 정착되지 않은 시스템 도입은 병원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이유로 도입 검토를 철회했으며, C의료원의 경우 도입 논의나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대다수 병원 관계자들이 전자상거래 도입 효과와 장점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도입을 위한 여러 장애 요인들로 인해 전자상거래 도입에 선뜻 나설 수 없다는 점이다. 우선 투명하지 못했던 기존 구매관행 체계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 없는 병원 내외적인 환경, 의약품이 빠진 상태의 전자상거래시스템은 반쪽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 일관된 표준화체계 부족, 의료기관 경영 결정권자의 인식 부족 등이 그 원인으로 꼽혔다.
 한 병원 관계자는 "삼성서울병원은 물론 서울대병원도 표준화 포맷이 없는 것으로 안다"며 "의료전자상거래의 경우 소비자와 공급자가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과 의약품 도매업계가 사용하는 시스템이 표준화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정부가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민간 분야의 e-마켓플레이스 업체들이 이뤄온 성과를 인정하고 의료전자상거래 양적 성장 기반위에 표준화 체계 구축, 정부주도형 의료전자상거래 도입이 구현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삼성서울병원 김종렬 과장은 "공적인 성격이 강한 의료체계하에서 거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는 B2B 확립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라며 "의약품정보센터, 의약품물류센터 등 정부가 추진하는 다양한 의료전자상거래 시스템 구현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병원협회 병원정보화팀 정효만 팀장도 "병협과 민간분야의 e-마켓플레이스 모두 전자상거래의 단기적인 성과만을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내 의료기관들이 기존 구매 관행을 벗어나 B2B에 참여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국내 의료전자상거래의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외적 확장보다 내실다지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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