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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향한 한국 의료기관 '연료'가 부족하다정부의 전문성과 자금 지원 부족 ... 해외시장 꿰뚫는 전문가 도움 절실
박선재 기자  |  sunjaepark@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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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호] 승인 2017.03.20  06: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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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우리나라 의료기관 해외진출 현황은 21개국 155건으로 연평균 14.4%라는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미래를 장밋빛으로 보지 않는다. 2013년 이후 22%였던 성장률은 2014년 13%, 2015년 13%로 점차 하락세를 보여서다. 수치적 하락보다 더 나쁜 지표로 정부의 미흡한 운영 능력을 지목하는 이들이 더 많다. 

보건산업진흥원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병원을 지원하고자 'GHKOL(Global Healthcare Key Opinion Leaders)'을 만들었다. 여기에서 활동하는 한 위원은 정부의 의료기관 해외진출에 점수를 준다면 '낙제점'이라고 잘라 말한다. 그는 병원 자체의 역량도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정부는 길잡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병원은 우왕좌왕하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의료기관의 역량 부족, 빈곤한 자금, 정부 전략 부재, 전문인력 부족 등을 의료기관의 해외진출 부진 이유로 꼽는다. 우선 우리나라 병원들이 과연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는지를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료기관 역량  부족…"현지시장 제대로 파악 못 해"

GHKOL의 한 전문위원은 "현재는 병원의 잘못이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병원들은 해외 비즈니스를 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그래서 역량을 키울 기회를 얻지 못했다"며 "결국 해외에 진출하려 해도 전문인력이 없고, 관리나 운영 능력도 갖고 있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진출 경험이 없어 실패는 어쩔 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국내 의료기관이 가장 많이 진출하는 곳은 중국이다. 지난해 56건으로 전체 진출 국가 중 36.1%를 차지했다. 거리상으로 가까운 곳에 있고 진출 시도도 많았지만 여전히 현지시장을 파악하지 못해 패배의 쓴잔을 맛보고 있다.  

중국 진출 전문가인 아시아덴탈파트너 이유승 대표는 국내 병원들이 아직도 중국인과 중국 기업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여전히 중국을 낮게 보는 경향이 있다. 그 생각을 버리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우리는 기술을 제공한다는 생각에 로열티를 강하게 요구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자신들이 아니면 한국 병원이 중국에 들어올 수도, 허가를 받을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 사람들의 생각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HM&컴퍼니 이용균 대표도 국내 의료기관이 중국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 대표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로열티에 높은 가치를 주고 이를 팔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자본을 투자하지 않고 기술료만 받는다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며 "우리나라는 로열티를 주장하고, 중국은 받아들이지 못하면서 결국 MOU를 맺는 병원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기관도 전문성 미흡…"비전문가 수두룩"

해외진출을 주도하는 진흥원의 전문성 부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GHKOL의 한 전문위원은 "병원이 해외로 진출할 때 진흥원이 그 국가에 대한 정보와 지식 등을 제공해야 함에도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진흥원 자체가 비전문가로 구성돼 있다"며 "지금 팀장급은 어느 정도 전문가 수준으로 올라왔지만 나머지 구성원은 아직도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비전문가라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8일 열린 의료 해외진출 프로젝트 지원사업 설명회에서 진흥원 양지영 해외의료기획팀장은 2011년부터 총 241개 프로젝트 중 89개 프로젝트를 설정했다고 발표했다. 양 팀장은 2011년 9건이던 신청 건수가 2013년 12건, 2016년 17건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 서울대병원의 UAE왕립칼리파병원, 서울의과학연구소의 모바이오병원, 예송이비인후과의 남경동인예송음성센터 등을 성공사례로 제시했다. 흥원이 제공하는 정보가 너무 학술적이란 얘기도 나온다. 외국의 현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학술정보 등만 제공해 실제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진흥원도 억울한 측면이 있다. 의료서비스를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하고 해외진출을 꾀한 것은 박근혜 정부의 중점사업이었다. 하지만 전문인력이나 조직 등을 갖추지 않은 채 무작정 밀어붙인 결과 진출 국가 수나 MOU를 맺은 국가 등을 실적으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진흥원이 성공사례로 꼽았지만 현장 온도는 조금 다르다. 세세하게 따지면 진흥원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한 인사는 "서울대병원이 진출한 UAE왕립칼리파병원은 위탁운영을 하는 것으로 손익분기점을 맞추지 않아도 되는 곳이다. 선병원의 가즈프롬메디컬센터는 신도시를 만들 때 사회간접자본으로 같이 들어간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현재까지 성공사례로 제시하기에는 부끄러운 부분이 있다"고 말을 아꼈다. 

턱없이 모자란 자금 …"500억원 펀드 무용지물"

이용균 대표는 해외진출에 있어 자금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해외 진출 시 자금이 핵심인데 현재 국내 의료기관이 턱없이 적은 금액으로 도전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대표는 "올해부터 진흥원이 해외에 진출하려는 의료기관에 발굴단계에 3000만 원, 본격화와 정착단계에 각각 1억원을 지원하는 것은 좋은 시도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운 점이라면 금액이 너무 적다. 외국 병원과 협상을 할 때 정부에서 지원받은 돈이라는 명분 정도로 느낄 수 있는 금액이다. 정부가 해외진출을 중점사업으로 고려한다면 지원 금액을 더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정부는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을 돕기 위해 500억 원 규모의 민관합동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의료기관이 해외에 진출할 때 초기자금과 진출 후 안정적인 경영 및 수익창출을 위한 재원마련을 위해 지원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 펀드의 도움을 제대로 받은 병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료계 한 인사는 "펀드를 운용하는 곳에서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해외에 의료기관을 수출하는 것은 위험이 따르는 일인데, 위험을 인정하지 못하니 당연히 투자받는 병원이 없는 것"이라며 "500억 펀드조성이라고 했지만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해외진출 '베테랑급' 전문가 태부족

중국이나 중동 등 해외진출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진흥원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진흥원은 해외에 진출하려는 병원을 지원하려고 GHKOL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이 해외에 진출할 때  지역별 특화전략이 필요하기 때문에 지역 맞춤형 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해 전문가그룹을 구성한 것이다. 지난해 7월 1일 시작한 전문위원은 아시아에 10명, 중국 10명, 미주 4명, 중동 2명 등 총 47명으로 구성됐다. 사업화와 법·제도, 금융이나 투자 등의 분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전문위원을 구성했지만 실제 그 분야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 전문위원은 "그동안 정부는 병원 해외진출보다는 의료관광에 포커스를 맞춰왔다. 외국인 환자를 우리나라에 데려오는 것에 집중할 때는 중국이나 중동 등의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없었다"며 "현재 해외진출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전문가가 부족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높게 형성된 의사 비용도 해외진출의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분석한다. 현재 국내 의사가 베트남 의사보다 약 10배 더 많은 비용을 받는다. 베트남에 진출하려면 병원이 이러한 비용을 지불하고,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한 컨설팅 전문가는 "중국에 진출하려 할 때 의사에게 연봉 4억원을 제시해도 갈까 말까다. 그런데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하면 중국 내에서 수익분기점을 넘기 어렵다"며 "중동도 마찬가지다. 엄청난 의사 비용을 주고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성, 인력, 자본 등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의료기관의 해외진출은 성장세를 그리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다시 전략을 짜고, 성공사례를 만드는 등 궤도수정을 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각의 지적에 대해 진흥원 의료해외진출산업단 황성은 단장도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했다. 

황 단장은 "국내에서 의료가 비영리인데, 해외진출은 영리처럼 해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며 "중증질환을 다루는 도가 있는 대형병원을 해외에 진출시키고 싶지만 의사결정의 어려운 점 등 한계가 있다. 그렇다 보니 의사결정이 빠른 개원가가 중심이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일부 비판이 있지만 진흥원이 진행하는 의료 해외진출 프로젝트가 마중물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경험이 쌓이면 더 나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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