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위생적 주사행위로 간염·에이즈 감염 유발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주사제의 오남용 실태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 매년 주사기 사용으로 발생하는 B, C형간염 및 에이즈 바이러스(HIV) 감염이 130만 여명의 조기사망을 유발하며 이로 인한 수명시간의 단축이 2천600만년에 이르고, 치료에 소비되는연간 의료비용만 5억3천500만 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러한 폐해는 주사제에 대한 막연한 선호의식과 병·의원의 비위생적인 주사행위가 그 주원인으로 밝혀져 이에 대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위험한 주사처방의 대가(The Cost of Unsafe Injections)룑라는 제목의 이번 조사에 의하면 개발도상국의 경우 비위생적인 주사를 통한 B형간염 바이러스(HBV)감염자가 연간 2천100만 여명으로 신규감염자의 33%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형간염 바이러스의 경우는 주사기 감염이 연간 200만 여건씩 발생해 총 신규감염의 42%를 차지했고 HIV는 연간 9만6000명으로 2%로 조사됐다.

특히, 동남아시아의 경우 HIV 신규감염의 9%가 주사기를 통한 감염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했다.

WHO는 이러한 주사감염의 폐해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에서만 연인원 160억명 정도가주사제를 투여받고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특히, 일부 지역에서는 1차진료기관급 의원 환자들 중 90%가 주사제를 투여받고 있으나 이들 중 70%는 경구투여치료가 가능한 것으로 밝혀져 주사제 오남용 실태가 심각한것으로 전해졌다.

"환자들 스스로가 훨씬 효과적이며 빠른 치료법이라고 믿고 있는 주사를 선호하고 있으며 의사의 경우 또한 다른 치료법이 있다해도 주사가 환자를 가장 만족시킨다는 생각에 이를 과처방하고 있다"는 것이 WHO의 주장이다.

이와 더불어 적절한 소독과정을 거치지 않은채 재사용되는 주사기와 바늘로 인해 수백만에 달하는 환자들이 감염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조사에 의하면 주사기와 바늘이 미지근한 물에 몇번 담구어 졌다가 재사용되는 경우가많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소독 없이 재사용되는 경우가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WHO는 밝혔다.

이외에도 부주의로 의료인이 감염되거나 사용된 주사기들이 암시장에서 재거래 되는등의 관리소홀로 인한 주사감염의 문제점들 또한 제기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사제사용이 과거에 비해 줄어들기는 했지만 의원급의 주사제 경감효과는 아직 미약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의약분업을 시행하면서 내세운 명분 중의 하나가 바로 주사제 오남용의 방지였다.

지난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약 3만여 곳의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약제급여 적정성평가 결과에 의하면 총투약일수중 주사제투약일수 비중으로 분석한 주사제사용량이 1/4분기 3.48%에서 4/4분기 0.78%로 77.59%의 감소를 보였다.

하지만 심평원 측도 "주사제 평가방법이 원외처방주사제를 기초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원내투여로 전환될 경우 실제로 사용량이 감소되지 않은 부분도 평가자료상 감소량으로 나타나 실질적인 감소량을 측정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고 지난해 11월 15일 약사법 개정에 따라 주사제 원내투여가 허용된 이후로 사용량에 대한 평가결과가 아직없어 정확한 통계자료가 시급한 실정이다.

더불어 지난해 4/4분기 주사제사용량을 요양기관별로 비교하면 의원급(0.98%)이 종합전문요양기관(0.11%)에 비해 8.91배나 높아 1차진료기관급 의원의 주사제처방 개선 필요성이 여전히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주사제 오남용의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환자와 의사들의 의식전환이 우선되야 한다는 지적이다.

주사제에 대한 막연한 선호의식을 계몽하고 비위생적 주사기 사용이 초래하는 심각한 결과를 알려 환자들 스스로 이를 감시하고 개선요구토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WHO는 각국 정부차원에서 불법주사기 사용단속, 의료폐기물처리규제강화, 국민의식계몽 등 주사제 오남용 방지를 위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