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관연구회, 국제심포지엄서 아시아 혈관질환 예방전략 컨센서스 모아
박정배 회장 "사후관리 아닌 혈관건강 지키는 쪽으로···혈관 구조·기능장애 관리부터"

▲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회장 박정배)는 지난 10일 제주에서 '혈관건강 미래: 다학제적 접근(Vascular Health for Tomorrow: Multifaceted Approach)'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 혈관질환에서 혈관건강으로 새로운 어젠다를 제시했다.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당뇨병, 고혈압성 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국민보건의 최대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이들 질환의 공통점은 기본적으로 혈관질환의 특성을 나타낸다는 것.

심혈관 위험인자의 발현, 노화 등으로 인한 혈관의 구조·기능적 장애가 원인으로 작용해 심혈관사건에 의한 사망 및 장애를 야기하고 있다.

혈관질환은 전세계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로 여전히 위협적인 위치를 고수하며 사회 전반에 치명적인 공격을 가하고 있다. 또한 지속적으로 환자를 양산, 장애로 인한 과도한 사회·경제적 비용부담을 요구하며 나라의 기반이 될 국민건강과 삶의 질을 흔들고 있다.

혈관은 장기의 모든 부위에 분포하기 때문에 혈관질환을 제대로 예방하면 여러 장기가 건강을 유지하면서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혈관질환은 현대 성인병의 종착역이라고도 불린다.

여러 가지 성인병의 위험인자들이 수렴되면 결국 심·뇌혈관질환으로 표출된다. 심·뇌혈관질환과 말초혈관질환 외에도 신장, 망막, 폐 등 각 장기에 만성 성인질환을 유발한다. 따라서 대혈관이든 모세혈관이든 혈관질환을 예방해 심장, 뇌, 신장 등 인체 장기가 정상적인 기능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 혈관질환 예방

혈관질환을 일으키는 주요 위험인자가 바로 고혈압, 지질이상, 고혈당, 비만, 흡연 등이다. 이들 외에도 유전적 배경이나 노화 등 교정이 불가능한 위험인자까지 합쳐져 혈관이 녹슬고 딱딱해지며 기름이 끼게 된다.

이 과정을 거치며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가 초래되는데, 이를 죽상경화증이라 하며 심혈관질환의 기저병태로 작용한다.

결국 혈관질환은 혈관벽에서 지방선조 - 섬유성 경화반 - 불안정형 경화반으로 이어지는 죽상동맥경화증을 거쳐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심혈관 원인 사망 등의 심혈관사건을 통해 일생을 마치는 병태생리학적 기전을 갖고 있다.

혈관벽에 경화반이 축적돼 협착이 진행되면 혈류를 저해하게 되고, 이는 곧이어 저혈류 혈관폐색으로 이어진다. 또 경화반이 파열될 경우 혈전이 발생하고, 이것이 혈류를 흘러가 뇌혈관이나 관상동맥을 막아버리면 혈전색전성 사건으로 치닫게 된다.

따라서 혈관질환의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죽상경화증의 초기단계 또는 발생 이전, 즉 혈관의 구조·기능적 장애가 발행하기 전부터 위험인자들의 작용을 원천적으로 봉쇄 및 차단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편 노화나 유전적 배경 등은 교정이 불가능한 인자들이다. 때문에 교정 가능한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고혈압, 지질이상, 고혈당, 비만 등의 치료목적은 광범위한 측면에서 혈관질환을 막는 것이다.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경동맥질환,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말초혈관질환 모두가 이에 해당한다.

△ 혈관건강

혈관질환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와 관련해 기초부터 임상까지 아우르는 광범위한 연구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처럼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에 따른 혈관질환 발생과정 전반에 대해 기초·중계·임상연구 등에서 학술활동에 매진해 온 단체가 바로 대한심장학회 혈관연구회다.

혈관질환이 발생한 이후보다는 발생까지의 과정을 파악하고 그 경로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연구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혈관연구회는 혈관질환이라는 최종 아웃컴도 중요하겠지만, 혈관의 구조·기능적 변화를 막아 혈관건강을 유지하는 쪽으로 어젠다(agenda)에 무게를 실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혈관연구회 국제 심포지엄의 주제를 '혈관건강 미래: 다학제적 접근(Vascular Health for Tomorrow: Multifaceted Approach)'로 잡은 것도 이 때문이다.

△ 아시아 컨센서스

제주 국제 심포지엄은 한국·중국·일본·대만의 혈관학 석학들이 한자리에 모여 '혈관건강'의 개념을 명확히 정립하는 자리였다. 혈관연구회 박정배 회장(단국의대 제일병원 순환기내과)은 이들과 머리를 맛대고 아시아인의 고혈압 병태생리(유병특성)에 기반해 심혈관질환으로 가는 길을 어떻게 막을 것인가에 대해 장시간 끝장토론을 펼쳤다.

석학들은 이 자리에서 아시아 지역 혈관학계의 학술 네트워크를 정례화해 향후 혈관건강을 위한 전략적 접근법의 컨센서스를 도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아시아인의 혈관질환 특성을 고려한 독자적인 심혈관질환 위험도 평가모델 정립의 필요성도 제기돼, 큰 호응을 얻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심혈관 위험인자의 발생패턴의 서양과 차이를 보이는 만큼, 이에 기초한 위험도 평가모델을 개발해 예방전략에 적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정배 회장은 '혈관건강의 미래'를 심혈관질환 예방으로 제시, "심혈관질환이 발생하기 전단계에서 혈관의 건강상태를 미리 파악해 이를 관리하는 것이 향후 기초·임상의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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