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필락시스 반응 거의 없어…문제는 순응도, 최소 3년은 치료해야

 

100년 역사 알레르겐 면역요법
사전검사로 환자 선별 효과 높아

알레르겐 면역요법은 1911년 Noon 박사가 꽃가루 알레르기비염 환자에서 피하면역요법(subcutaneous immunotherapy)을 시도한 것이 효시다. 치료법이 진화되면서 혀 밑에 넣어 복용하는 설하면역요법(sublingual immunotherapy)까지 추가됐고, 지금은 두 요법이 전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장점은 뚜렷한 효과다. 사전 검사를 통해 알레르겐 반응과 원인관계를 따진 후 치료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효과도 입증했다.

1980년 이후 알레르기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피하면역요법을 시행한 67개의 무작위대조군연구 결과를 보면, 치료받지 않을 때와 비교해 알레르기비염 증상이 39% 정도 줄어들었다(Allergy 2006;61:855-9).

설하면역요법은 잔디 꽃가루에 의한 알레르기비염 환자855명을 대상으로 18주 동안 시행한 무작위대조군연구에서 환자의 16%가 증상이 호전됐고, 28%에서는 약물 복용량 감소가 나타났다(J Allergy Clin Immunol 2006;117:802-9). 최근에는 두 치료법의 효과가 유사하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J Eval Clin Pract 2014;20:225-38).

무엇보다도 알레르겐 면역요법은 알레르기비염의 치료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질환의 자연경과에 영향을 주므로 새로운 알레르겐에 대한 감작과 천식의 발생을 예방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연세의대 김경원 교수(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는 "원인을 알고 치료하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나다는 점이 알레르겐 면역요법의 특징"이라며 "보통 알레르기질환은 식품알레르기로 시작해 아토피, 천식, 비염으로 진행하는데 면역요법이 이러한 질환의 ‘행진’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 적응증 선택 중요…치료의지도 높아야

누가 대상일까? 2015년 대한천식알레르기학회가 낸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알레르겐 면역요법은 증상이 심하고 지속적인 알레르기비염 환자가 주 대상이다.

구체적으로 계절성 비염은 2년 이상, 통년성 비염은 수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면서 원인 알레르겐에 대한 회피나 약물 치료로도 증상이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 또는 환자가 약물치료를 꺼리거나 부작용으로 장기적인 치료가 어려울 때  가능하다. 여기에  환자의 의지와 신뢰도 필요하다.

중요한 점은 알레르겐 반응과 더불어 이로 인한 질환의 연관성이 확실해야 한다. 이때 적정 치료기간은 최소 3년이며 길수록 좋다. 피하면역요법을 3년 이하로 시행한 경우에는 그 이상으로 시행한 경우에 비해 재발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설하면역요법도 피하면역요법과 마찬가지로 3년 이상 치료하는 경우 성적이 좋았다. 이를 근거로 모든 면역치료의 최소 기간은 3년이며, 그 이상 지속할수록 증상 개선효과가 오래 이어진다.

김 교수는 "단순히 알레르겐 반응이 나타났다고 시행하는 게 아니라 이로 인한 질환과의 인과관계가 뚜렷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알레르겐 면역요법의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장기간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치료 의지가 높은 환자가 시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려면 의료진과 환자 간의 신뢰도 중요하다.

호흡기질환·고혈압 환자는 제외

적응증이 있고 치료의지가 있다고 해도 중증 호흡기질환이 있거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경우는 불가능하다.

대부분 성인으로 중증천식(1초간노력성호기량이 예측치의 70% 이하), 심한 면역질환이나 악성 종양이 동반된 경우, 베타차단제 혹은 안지오텐신전환효소 억제제를 장기간 복용 중인 고혈압 및 심혈관질환 환자에게는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 시 에피네프린의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환자의 순응도가 낮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임신한 경우에는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어린이의 경우 크게 제한은 없다.

단일 알레르겐일 때 효과 가장 높아

지금까지 알레르겐 면역요법이 효과가 있는 것으로 증명된 알레르겐은 꽃가루(나무/잔디/잡초), 집먼지진드기, 동물털(개, 고양이), 곰팡이(Alternaria , Cladosporium)다. 최근에는 더 많아지며 세분화되고 있는 추세다.

알레르겐을 선정할 때는 △피부단자시험 또는 혈청 특이 IgE 항체검사 양성반응으로 원인 알레르겐에 대한 감작이 입증된 경우 △일상생활에서 원인 알레르겐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원인 알레르겐에 대한 노출과 비염 증상 간의 연관성이 병력 청취나 알레르겐 유발시험을 통해서 증명된 경우 등 세 가지를 확인해야 한다.

알레르겐 면역요법에서 가장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경우는 단일 또는 5개 이하 알레르겐에 감작되어 증상이 유발되는 알레르기비염 환자다.

한림의대 이용주 교수(소아청소년과)는 "한 번에 시도할 수 있는 알레르겐의 수는 최대 5개이기 때문에 그 이상의 알레르겐에 감작된 환자들은 증상 개선도가 떨어질 수 있다"면서 "가장 좋은 경우는 단일 알레르겐에 감작된 환자"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다중 알레르겐에 감작된 환자에게 시도할 때는 목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하며 환자에게도 알려야 한다.

한편 알레르겐 선택에 있어서 유럽에서는 단일 혹은 가능한 한 적은 수의 알레르겐을 선택하는 데 비해, 미국에서는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이는 알레르겐을 대부분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이 두 방법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지는 논란이 있는데 현재까지는 알레르겐 선택 시 한 종류 혹은 가능한 적은 수의 알레르겐을 포함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권장된다.

이 교수는 "알레르겐 속에 포함된 효소에 의해 다른 알레르겐이 분해되거나 변형될 수 있어 유럽은 미국과 달리 제조형태가 아닌 단일 제형으로 나오기도 한다"고 부연했다.

피하요법-설하요법 효과 비슷…순응도는 피하요법 높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종류는 피하면역요법과 설하면역요법이다. 효과는 두 치료법이 유사하다. 일부 피하면역요법이 더 뛰어나다는 평가가 나오는 건 전문가들이 순응도와 관련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린이의 경우 간편하다는 이유로 경구용 면역요법을 선택하지만 여러 이유로 제때 투약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이런 점이 치료 실패로 이어진다.

반면에 피하주사는 내원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지만 한 달에 한 번만 맞으면 되기 때문에 순응도가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순응도가 매우 중요해 일부 의료진은 피하주사를 권한다.

피하면역요법 시 아나필락시스 반응 주의

알레르겐 면역요법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부작용은 아나필락시스 반응이다. 개원가에서 면역요법을 하지 않는 주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피하면역요법에서는 때때로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이 있으며 그 외의 전신적인 부작용도 0.7% 정도로 알려져 있다.

설하면역요법의 경우 아나필락시스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만 용량의 증가와 관련해 인두부의 자극 증상과 입과 귀의 가려움이 있으며, 간혹 오심과 구토 증상 등이 있다. 때문에 첫 치료 시에는 병원에 30분간 머물러 초기 반응을 살펴야 한다.

이 교수는 "아낙필락시스 반응을 염려하고 있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또한 주사 맞을 때 환자의 컨디션(감기, 피로, 심한 운동)이 나쁘면 부작용 반응이 더 잘 나타나므로 회피요법으로 예방 가능하다"고  말했다.

부작용 부담 적은 설하면역요법, 개원가에서도 시도

면역요법 치료는 나온 지 오래됐음에도 의사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그 배경은 면역치료가 감작반응 등을 해야 하는 전문적인 치료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아나필락시스 반응에 대한 대처가 어려운 것도 있다. 때문에 지금까지는 대부분 대학병원에서만 시행돼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개원가에서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게다가 앞으로 설하면역요법제들이 등장하면 관심은 더 커질 전망이다.

이 교수는 "설하면역요법은 부작용이 없어 의원들을 중심으로 시도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비급여 치료지만 삶의 질 개선 측면에서 보면 비용이 크게 비싸지 않아 시도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면역치료가 비싸다는 인식도 잘 치료하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그러나 실제로 대학병원에서 피하면역요법의 경우 1년 기준으로 40~50만원, 설하면역요법의 경우 150만원 수준이면 받을 수 있다"면서 "비염 때문에 삶의 질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하면 큰 부담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영역확대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면역요법으로 음식알레르기도 치료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 올해 미국천식알레르기면역학회(AAAAI 2017)에서는 이와 관련된 새로운 초기 연구가 대거 쏟아졌다.

이 교수는 "음식알레르기는 중증도 측면에서 매우 심각해 아직 치료하기 쉽지 않다"며 "아직은 연구단계지만 긍정적인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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