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페닙 실패 환자에서 생존율 개선...반응률 떨어져 기대는 작아

▲ 항암제 레고라페닙

표적 치료제인 레고라페닙이 간암 치료 성적을 얼마나 더 끌어올릴 수 있을 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레고라페닙은 경구용 다중표적항암제로 신생혈관생성, 종양생성, 종양 미세환경 유지와 같은 종양의 증식과 진행에 관여하는 다양한 키나제들을 억제한다. 

전임상 시험에서 종양의 신생 혈관 생성에 관여하는 몇 가지의 VEGF 수용체 티로신 키나제를 억제하는 것을 확인했고 또한 종양의 증식, 생성에 영향을 주는 KIT, RET, RAF-1, BRAF와 PDGFR, FGFR을 포함한 발암성 종양 미세환경 관련 키나제를 억제한다.

이러한 기전으로 여러 암종에서 항암효과도 입증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레고라페닙의 적응증 암종은 위장관기질종양과 직결장암이다.

직결장암은 이전에 플루오로피리미딘 계열 약물을 기본으로 하는 항암 화학 요법과 항 VEGF 치료제, 항 EGFR 치료제(KRAS 정상형 wild type의 경우)로 치료위장를 받은 적이 있는 환자이다.

또 위장관기질종양은 이전에 이매티닙과 수니티닙으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전이성 또는 절제불가능한 국소진행성 위장관기질종양(GIST) 환자가 대상이다. 이중 GIST는 지난해 중순부터 급여가 이뤄지고 있다.

간세포암 치료 효과 입증

최근에는 간세포암에 대해서도 효과를 입증하면서 추가 승인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소라페닙에 이어 나오는 두 번째 간암 치료제라는 점에서 관심이 높다.

현재 유일한 간암 표적 치료제인 소라페닙은 효과 측면에서 논란이 있는 약물이다.

진행성 간세포암 환자 602명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SHARP 연구에서 질병진행 위험 및 사망위험을 위약대비 31% 낮췄음에도(OS 10.7 개월 vs 7.9개월) 반응률이 너무 낮아 임상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SHARP 연구에 따르면 완전반응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고, 부분 반응은 0.66%(2명), 질병안정 상태는 23.7%(71명)으로 위약과 큰 차이가 없다. 즉 대부분의 환자들이 질병이 진행되지도 않고 작아지지도 않는 상태만 경험하는 것이다.

반응을 보이는 환자를 찾을 수 있는 뚜렷한 바이오마커도 아직은 없어, 효과가 나타나지 않아도 투약을 받고 있는 환자도 상당하다. 또 그 만큼 독성에 노출돼 있다. 때문에 학계에서는 대략 2개월 정도 써보고 효과가 없으면 치료 중단을 결정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 나올 레고라페닙의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이 약은 소라페닙에 실패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를 진행했고, 그 결과가 올해 1월 Lancet에 실리면서 화려한 데뷰를 마친 상태다.

총 573명의 환자를 진행한 결과 레고라페닙은 전체 생존기간은 10.6개월로 위약인 7.8개월보다 비교해 질병진행 및 사망위험을 위약대비 38% 더 낮췄다(HR 0.62; 95% CI, 0.50-0.78; P <0.001).

아울러 무진행 생존기간(PFS)도 각각 3.1개월과 1.5개월로  54% 더 길었고(HR, 0.46; 95% CI, 0.37-0.56; P <0.001), 질병진행시간(TTP) 또한 각각 3.2개월과 1.5개월로 56% 더 늦추는 것으로 나타났다 (HR, 0.44; 95% CI, 0.36-0.55; P <0.001).

이밖에도 질병조절률(완전반응+부분반응+질병안정)은 각각 65.2%와 36.1%로 나타났으며, 전체 반응률(완전반응+부분반응)은 각각 10.6%와 4.1%로 모두 통계적 차이를 벌렸다.

화려한 성적에도 불구하고 의사들은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있다. 전체 생존율을 개선시켰지만 질병안정 환자를 제외한 전체 반응률은 낮아 대부분의 환자는 효과를 경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생존 연장기간도 3개월로 소라페닙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반응이다. 

순천향의대 장재영 교수는 "레고라페닙은 소라페닙 치료에 실패한 환자들에게 쓰는 2차 약물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지만 데이터상으로 나타난 효과를 보면 크게 기대할 수 있는 약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이어 "생존기간 연장 효과는 약 3개월이지만 반응률이 10%인데다 이상반응 발생률이 79%로 매우 높은 편이라서 급여 과정도 순탄치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치료 과정에서 나타난 3등급 이상의 이상반응은 79.7%로 주로 고혈압, 손발 피부 독성, 피로, 설사가 많았고, 특히 고혈압은 3배 더 많이 발생했고 (15.2% vs 4.7%),  피부독성은 12배 이상이었다 (12.6% vs 0.5%).

앞으로의 관심은 이같은 다기관 대규모 임상결과가 실제 임상에서 어떻게 나타나고 평가될지에 달렸다.

기대는 로컬 치료와 병용시 개선

다만 기대도 있다. 학계는 간세포암 치료제들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은 로컬 치료법과 병용하는 것을 꼽고 있다. 방사선 치료, 색전술 시술 등과 같은 치료와 병용할 경우 반응률이 크게 올라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근거가 적다는 이유로 아직은 허용하고 있지 않다. 이렇다보니 색전술만 수차례 시행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장 교수는 "임상에서 경험을 해보면 로컬 치료와 표적치료제를 병용할 경우 환자들의 생존기간을 연장시킬 수 있고 간의 악화도 막을 수 있다"면서 "근거가 확보할 수 있도록 임상연구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