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뮌스터 어린이대학병원 Andreas H. Groll 박사

혈액암은 소아와 성인 모두에서 유의한 영향을 미치는 암종이다. 다행인 점은 생존율이 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임상현장에서는 혈액암 환자들의 진균감염 위험에 주목하고 있다. 독일 뮌스터 어린이대학병원 Andreas H. Groll 박사는 "혈액암 등 암환자들은 골수이식으로 인해 장기간 면역상태가 저하돼 있고, 스테로이드제제를 투여받는 경우도 많아 위험도가 높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다수 암환자에게 시행되는 중심정맥관 카테터 치료는 칸디다증 감염 위험을 높인다"며 진균감염 위험에 무게를 뒀다. 국내 의료진을 대상으로 ECIL-4(유럽백혈병감염학회) 가이드라인 관련 강의를 진행한 Groll 박사에게 항진균 전략의 현주소와 과제를 물었다.

 

 

- 암환자, 특히 소아에서 진균감염이 강조되는 배경은?
항암치료를 받는 환자들은 진균감염 위험도가 높다. 항암치료가 환자의 면역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균감염은 항암치료의 아웃컴은 물론 환자 생명, 삶의 질에도 유의한 영향을 미친다.

소아·청소년 암환자의 진균감염 위험 자체는 성인 환자와 비슷하다. 하지만 소아의 생리기전은 성인과 다르고, 소아를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도 많지 않다. 대표적으로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갈락토만난(galactomannan) 또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등 진균감염 검사 전략을 평가한 연구가 없고, 적절한 약물용량을 평가한 임상도 없다.

게다가 영상의학검사 소견에서는 소아와 성인 간 차이가 분명하게 나타난다. 침습성 아스페르길루스증의 경우 소아에서는 성인과 다르게 명확한 징후가 확인되지 않는다.

- 진균감염 관리전략을 정리한다면?
진균감염 관리는 예방적 치료, 경험적 치료, 확진 후 치료로 구분된다. 예방적 치료는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암환자 10%가 고위험군으로 나타나는데 급성 골수성·재발성 백혈병, 골수이식을 받은 소아환자가 포함된다.

다음 단계는 경험적 치료다. 진균감염의 정확한 진단은 1~2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지만 침습성 질환은 빠르게 진행돼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의심환자는 검사결과가 나오기 전에 치료할 필요가 있다. 광범위한 항생제를 투여한 후에도 발열이 사라지지 않는 이들, 호중구감소증이 있는 환자가 그 대상이다. 즉 감염 초기 단계로 의심되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실제 호중구 감소를 보이는 암환자에서 항박테리아약물을 활용한 경험적 치료는 좋은 결과를 보인 바 있다.

마지막은 확진 후 치료단계다. 진균 감염 원인균을 확인 한 후 이에 적절한 항진균제를 투여해 치료하는 것이다.

- 최근 발표된 미국감염학회(IDSA) 가이드라인에서는 경험적 치료전략이 강조되고 있다.
경험적 치료는 오랜 기간을 두고 확립된 개념이지만, 윤리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무작위 대조임상은 진행된 바 없다. 하지만 아직 진단 자체가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중요성이 더 부각되고 있다. 현재 갈락토만난 검사가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지만, 실제 임상에서 사용하기에 충분한 신뢰성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본다. 검사결과가 양성이어도 간접검사인 만큼 확진보다는 감염 가능성을 시사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갈락토만난 검사를 기반으로 한 치료 자체를 경험적 치료로 볼 수 있다.

- 경험적 치료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승인된 약물은 기존 암포테리신 B,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제품명 암비솜), 카스포펀진 세 가지다. 경험적 치료 초기에는 기존 암포테리신 B로 치료를 시작했다. 플루코나졸도 함께 사용됐지만 상대적으로 작용하는 진균 범위가 좁다. 발열을 동반한 호중구 감소 환자에서 다양한 진균 감염이 증가하는 추세에서는 암포테리신 B가 경험적 치료에 적합했다.

하지만 기존 암포테리신 B 제제는 발열, 오한, 통증 등 부작용과 저칼륨혈증, 혈청 크레아티닌 수치 상승 등 신장독성 관련 문제가 보고돼 왔다. 이후 출시된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는 대규모 임상을 통해 기존 암포테리신 B 대비 우수한 내약성을 입증했다. 특히 중증 환자에서 신기능 저하가 치료예후나 수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전성 문제는 중요하다.

- 안전성 이외에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 제제에 기대할 수 있는 것은?
기존 암포테리신 B는 신독성을 우려해 투여 용량을 줄이는데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는 신장 관련 부작용을 포함해 내약성을 입증했기 때문에 적정 용량을 보다 쉽게 투여할 수 있어 효과도 우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여 용량은 항진균 효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 기존 암포테리신 B 대비 효과의 우수성을 확인한 임상시험은 없다.

 

-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는 확진 후 치료에도 유효한가?
유럽 가이드라인에서는 칸디다증이나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에 대해서는 플루코나졸, 보리코나졸 등의 아졸 계열, 미카펀진 등 에키노칸딘 계열과 함께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를 1차 치료제로 권고하고 있다. 보리코나졸과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를 평가한 무작위 임상시험에서 양 치료전략은 동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침습성 폐 아스페르길루스증의 경우 거의 대부분 유럽 국가에서 보리코나졸과 리포좀화 암포테리신 B가 1차 치료제로 허가돼 있다.

- 항진균 분야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이슈와 과제는?
기존에 희귀했던 균류가 흔하게 나타나는 등 역학에서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희귀했던 균들은 치료가 매우 어렵고 최적화된 치료전략 정보가 부족하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광범위한 항진균 효과를 보이는 암포테리신 B 제제의 이점이 앞으로 더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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