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휘·정영훈 교수팀 "급성 심근경색 환자 혈소판 과활성화 시 심부전 위험 증가"

국내 연구팀이 급성 심근경색의 합병증인 심부전을 예방하는 전략을 항혈소판제에서 찾았다.

경상의대 박용휘, 정영훈 교수팀(창원경상대병원 순환기내과)은 급성 심근경색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연구를 통해 심근경색에 대해 적절한 관동맥 개통이 이뤄졌음에도 혈소판이 과활성된다면 심부전으로 진행될 위험이 높다는 점을 세계 최초로 밝혀냈다.

연구팀은 "심부전 유병률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면서 "현재 기존 치료방법만으로는 심부전을 예방하기엔 한계가 있기에 새로운 접근법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연구 배경을 밝혔다.

▲ (좌부터) 박용휘 교수, 정영훈 교수

REMODELING으로 명명된 이번 연구는 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로 진행됐다. 연구에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을 받은 ST분절상승심근경색(STEMI) 환자 150명이 포함됐다.

이들은 아스피린 300mg과 클로피도그렐 600mg을 부하용량으로 투여받았다. 유지용량은 아스피린 100mg과 클로피도그렐 75mg으로 설정했다.

일차 종료점은 혈소판 활성도(P2Y12 Reaction Units, PRU)로 평가한 경색 후 좌심실 재형성(left ventricular remodeling) 유병률로 정의했다.

최종 결과 심근경색 환자들은 치료 후 혈소판이 과활성화됐을 때 심부전 발생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심실 확장의 위험도가 3.15배 증가했다. 게다가 혈소판 과활성화가 염증 반응 증가와 동반될 경우 심실 확장의 위험도가 21.49배까지 치솟았다.

즉 심부전 발생에서 혈소판 활성을 억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치료법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결과에 따라 심근경색 환자의 심부전 예방을 위한 치료 방침에 획기적인 변화가 있을 수 있으며, 항혈소판제 효과가 단순히 혈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손상된 심근 치료 과정에도 관여한다는 아주 흥미로운 소견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박용휘 교수는 "심근경색 환자에서 기존에 사용하던 클로피도그렐은 약 25% 정도에서만 충분한 혈소판 억제 효과를 보여, 심부전의 발생을 충분히 예방할 수 없었다"며 "심근경색에서 재관류 치료 후 강력한 항혈소판제를 사용해 혈소판 활성화를 충분히 억제하면 심부전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론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클로피도그렐 대사와 관련된 유전자(CYP2C19) 변이가 약 60%에서 나타나 약물 반응이 서구인보다 떨어지며, 심근경색 급성기에는 혈소판 활성도가 더욱 증가해 클로피도그렐에 의한 혈소판 억제 효과가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한계점은 심근경색 재발뿐만 아니라 심부전 발병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전언이다.

정영훈 교수는 "급성 심근경색 환자에서 푸라수그렐이나 티카그렐러 등의 강력한 항혈소판제 사용이 단지 혈전성 임상사건의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며 "심근경색에서 티카그렐러가 클로피도그렐에 비해 좌심실의 확장과 심부전 발생을 예방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다기관연구(HEALING-AMI)를 현재 진행 중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혈전 연구 관련 국제 학술지 Thrombosis and Haemostasis 2월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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