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없는 취업제한 또 위헌 소지...사회복귀 가능성 원천 차단, 전자발찌보다 '가혹'

성범죄자 취업제한을 골자로 하는 아청법 개정안에 대해 법제사법위원회가 우려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법률 검토 결과 예외없는 취업제한 명령, 재평가 체계 미비, 과도한 형량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이 발견돼,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28일 전체회의를 열어, 최근 여성가족위원회를 통과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모두 234건의 법률안을 상정, 심의키로 했다.

개정안은 의사 등 성범죄자 취업제한 기간을 범죄의 경중에 따라 경범죄의 경우 최대 6년, 중범죄의 경우 최대 30년의 범위 내에서, 법원이 형 확정시 함께 선고하도록 하고 있다. 

당초 여성가족부는 법원이 취업제한 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규정을 뒀지만, 상임위 심사과정에서 해당 규정이 삭제됐다. 개정안 대로라면 범죄의 내용이 경미하거나 재범의 우려가 없더라도 취업제한 명령 자체는 반드시 선고해야 한다. 

법사위 "예외없는 취업제한 명령...헌재 위헌 취지 무색"

문제는 이로 인해 당초 헌재가 지적했던 기본권 침해 문제가 되살아 났다는 것. 법제사법위원회에서도 같은 문제가 지적되고 있다. 

법사위 전문위원실은 28일 법안 검토보고서를 통해 "개정안의 경우에도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어떠한 규정도 존재하지 않고, 범죄의 경중이나 재범의 위험성에 차등적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며 "어떠한 예외도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취업제한명령을 선고하도록 하는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대해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위헌 결정 당시 헌법재판소는 '오직 성범죄 전과에 기초해 10년이라는 일률적인 기간 동안 취업제한의 제재를 부과하며, 이 기간 내에는 취업제한 대상자가 제재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어떠한 기회도 존재하지 않는 점, 재범의 위험에 대한 사회적 차원의 대처가 필요하다 해도 이 위험의 경중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하는 점 등에 비추어 침해의 최소성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복귀 가능성 원천 차단...'전자발찌'·'신상공개' 보다 가혹

취업제한 해제, 즉 사회복귀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현행 안대로라면 전자발찌 제도보다도 가혹한 제재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은, 피부착자의 인성·생활태도·부착명령 이행상황 및 재범의 위험성에 관한 재평가를 통해 재범의 위험성이 없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가해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재범의 위험성이 낮다면 전자발찌를 해제할 수 있는 근거 규정을 둔 것이다.

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도 일정한 기간 경과 후 신상정보등록을 면제할 수 있는 방안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아청법 개정안은 이러한 재평가 규정을 별도로 두고 있지 않다.

법사위 전문위원실은 "취업제한은 장래의 범죄예방을 위하여 고려된 제도이므로 범죄예방의 필요성이 재판 이후에 존재하지 않는 경우에는 취업제한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며 "취업제한명령은 전자장치부착이나 신상정보등록보다 생계와 직결되는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더 과도하게 제한하는 행위인데도, 개선의 정황을 재평가해 제한을 벗어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은 점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30년 취업제한' 과도...소급적용시 '절벽효과'도

취업제한 규정을 최대 '30년까지' 상향 조정한 것을 두고도 논란이 있다. 또 개정 법률 소급적용시 형량 규정간 '절벽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개정안은 범죄 경중별로 취업제한 상한선을 ▲벌금형은 최고 6년 ▲3년 이하 징역 또는 금고형, 치료감호시에는 최고 15년 ▲3년 초과 징역 또는 금고형일 때는 최고 30년 등 3단계로 나눠 규정하고 있다.

법사위 전문위원실은 "징역형을 선고하는 경우라면 현행법상 제한기간인 10년보다 장기인 15년 또는 30년까지의 제한도 가능한 바, 법원이 심사해 결정한다는 이유로 현행법에 따르면 최대 10년인 취업제한기간을 최장 30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과연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적절한 입법인지, 취업제한 대상자의 기본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은 아닌지에 대해서도 보다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취업제한을 소급적용하도록 하면서 선고형을 기준으로 그 형량을 2년, 5년, 10년으로 차등 적용하도록 부칙을 뒀는데, 이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3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과 3년 1개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람의 취업제한 기간이 5년과 10년으로, 선고형 1개월의 차이로 취업제한 기간은 2배가 되는 절벽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법사위 전문위원실은 "이는 구체적 사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선고형을 기준으로 일률적으로 구분한 점에 기인하는 것으로 헌재 위헌결정의 취지를 반영한 적절한 입법인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법사위 관계자는 "전문위원실 검토 결과 개정안에 상당한 문제가 발견됐고, 적지 않은 의원들이 문제인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법 개정 과정에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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