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부 양영구 기자.

너무 큰 기대를 했던 탓이었을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요양기관을 위해 마련한 환자경험평가 설명회를 나서는 기자에게는 찝찝함만 남았다. 

해외 선진국에서는 대세라는 환자경험평가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초로 시행되는 만큼 평가 대상자인 요양기관은 환자의 경험을 평가한다는 개념부터 평가 방법, 평가 지표, 평가 활용 등 대부분의 영역에서 생소한 것은 당연지사.

게다가 그동안 질환 중심으로 운영되던 적정성평가에 환자의 경험이라는 형태가 없는 것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환자가 진료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직접적인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병원계와 환자들의 관심은 더 컸을 터. 

하지만 심평원이 마련한 환자경험평가 설명회는 이들의 관심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부족해보였다. 요양기관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마련된 질의응답에서 심평원의 태도 때문이다. 

이날 설명회 참석자들은 여러 병원을 전원한 환자가 환자경험평가 대상이라면 평가 대상이 될 병원을 지목해주는지를 묻기도 했고, 설문을 환자가 이해하지 못할 때 보충설명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환자경험평가가 실제 운영되는 과정에서의 궁금증을 예를 들며 질문했다. 

요양기관의 여러 질의가 이어졌지만 심평원 담당자로부터 돌아오는 대답은 “검토할 예정입니다”뿐이었다.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둥 위탁업체와 검토하겠다는 둥 “검토하겠다”라는 기본 골자에 요리조리 살만 붙인 대답이 전부였다. 

환자경험평가를 위한 설문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요양기관이 준비해야 할 사항은 무엇인지 궁금하다며 심평원이 진행한 예비평가 자료를 제공해줄 수 있느냐는 요청에는 단호하게 “공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여러 질문에 같은 대답이 오가자 요양기관에서는 더 이상 질문을 이어가지 않았고, 그러자 심평원은 “요양기관에서 궁금할 질문에 대한 답이 미리 배포된 자료에 담겨 있어 질문이 더 이상 없는 것 같습니다”라며 설명회를 마무리 지었다. 

질의응답을 듣고 있자니 화투를 하다 보면 나오는 ‘못 먹어도 고’라는 말처럼 환자경험평가를 두고 실패하더라도 강행하겠다는 심평원의 의지 같아 여간 답답한 게 아니었다. 

심평원은 환자경험평가를 우려하며 반발하고 있는 의료계를 설득하고, 카운트 파트너로 삼고자 한다면 이번 설명회에 앞서 대략적으로나마 청사진을 보여줬어야 했다.

벤자민 플랭클린의 “무계획은 실패를 준비하는 것”이라는 격언을 명심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