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말보다 ´희망의 제스처´ 한번이 더 효과적

나의 대 스승인 Cesare Rugoni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말하곤 하셨다.

"항상 환자를 치료하고 돌봐줄 수는 없다는 것을 상기한다면 우리의 마음이 좀 더 편안해질 것이다."

나는 이 말의 깊고 진정한 의미를 몇 년이 지나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불치병 환자나 죽어가는 환자들을 영원히 추방당한 사람처럼 취급하지 말라, 그들이 자기 자신을 포기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라, 가능한 한 그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어라, 비록 그들이 당신의 말에 대답할 힘은 없을 지라도 의식이 있는 한 그들에게 말을걸어라."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분명 내일은 조금 더 나아질 것입니다."라는 말은 하지 말아야한다.

대부분의 경우 자신의 운명을 자각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이 있는 환자라면, 이 말은 내일이란 아마 없을 것을 이미 알고 있는 환자에게는 비극적인 아이러니로 들릴 수밖에 없다.

비록 이런 말이 환자를 위로하려고 하는 표현일지라도 말이다.

이와는 반대로 죽어가는 환자가 자신의 착각과 불안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도록, 정당한 그의 고통을 인식할 수 있도록, 그의 슬픔과 두려움은 당연하며 그에 대해 죄의식 없이 생각하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환자에게 우리가 행했던 치료가 전혀 헛된 것이 아니었음을 확실히 해주고, 그가 원한다면 그의 곁에 우리가 있어 줄 수도 혹은 그를 혼자 내버려 둘 수도 있음을 알려주어라. 그러나 흔히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는 말 이외의 의사소통행위가 말보다 더 많은 의미를 지닌다.

"죽어가는 환자를 쓰다듬는 손길이 위로의 말보다 훨씬 더 가치를 지닌다. 또한 희망과 위안을 나타내는 제스처가 수많은 진실들보다 더 가치 있는 행위이다" ( E. Vasconcellos).


결 론

우리는 다음과 같이 결론을 내리고자 한다.

모든 환자들을 안심시켜주어야 하며 심리적으로 그들을 보호해주어야 한다.

여기에는 자신의 질병에 침착하고 특별한 감정적 동요 없이 맞서는 환자도 포함되어야한다.

늘 걱정으로 불안해 하는 환자들, 의기 소침해 있는 환자들, 불치병 환자들 그리고 죽음이 임박한 환자들의 경우에는 특히 심리적인 보호가 필요하며 안심시켜 주어야 할 의무가 있다.

환자를 심리적으로 북돋아 주고 안심시켜주기 위해서는 언어뿐만 아니라 비언어적인 표현도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비언어적인 메시지는 종종 장시간의 언어적 표현보다 환자를 안심시키는데 더 효과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부드러운 몸 동작, 위안을 주는 눈빛, 쓰다듬기, 어깨 한 번 토닥이기, 호의적인 미소짓기 등은 암묵적으로 환자가 우리 의사들을 신뢰할 수 있게 하고 의지할 수 있게 한다.

향정신성 약물 치료를 실시함으로써 의사가 환자에 대한 심리적 치료를 단념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이런 약물 치료법으로 환자는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민감해질 수도 있겠지만,커뮤니케이션만이 환자를 심리적으로 지지해 줄 수 있는 진정한 수단이 될 수 있다.

환자가 의사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심리 치료나 혹은 공식적이고 이미 계획된 정신과 치료 절차라고 혼동하지 않도록 분명히 하라.

의사의 "안심시켜주는" 커뮤니케이션은 사실 일시적인 것이고, 몇 분 동안만 효력이 있으며, 하루 중 어느 때라도 병원에서 일어날 수 있다.

이는 첫 상담 혹은 그 이후의 상담 과정 중, 의사의 개인 상담소에서도 가능하다.

또한 환자와 전화로 몇 마디 주고 받음으로써 환자의 실망감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려 주었다고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의사라고 해서 환자의 감정적인 상태를 항상 효과적으로 변화시켜 줄 수는 없다.

의사 역시 이에 필요한 감정적 균형상태에 항상 머물러 있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우에 의사는 준비가 전혀 안되어 있을 수도 있고, 불안해 하고 기운이 빠져있으며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환자 앞에서 의사는 더욱 어려움을 느낀다.

이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의사는 "대하기 어려운 환자"와의 접촉을 최소한으로 하려고 하면서 이런 회피가 자신이 바쁘다는 이유로 혹은 "이 환자와는" 어떻게도 해 볼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자신을 합리화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환자를 위로하거나 도와주고자 하는 의사의 노력에 대해 항상 거부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있다.

상담 도중, 환자가 감정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주제가 화제에 오르게 되면 환자는 이를 갑자기 회피하고자 한다.

이는 그가 자신의 감정 상태가 드러나는데 대해 수치심을 느끼고, 그가 남들에게 보여주고자 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이미지로 자신이 비추어지는 것을 피하고 싶어하기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환자는 화제를 슬쩍 다른 데로 돌리거나 입을 다물어 버린다.

환자의 침묵은 주로 저항의 표현이지만 만일 의사가 침착하며 긍정적인 자세로 환자를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면 이는 극복 가능하다.

장기간의 투병 생활을 하는 환자의 감정 상태를 변화 시키고자 하는 의사라도 이를 위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의사가 해주는 몇 마디의 위안이 되는 말에 환자의 우울했던 기분이 갑자기 사라지거나 하는 일은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호의적인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복과치료가 필요한 것이다.

어떻든 간에 "이 환자와는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어."라고 단정짓기 전에 의사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환자에게 할애했고 그 시간 중 과연 얼마 동안이나 환자의 문제점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는지 자문해 보아야 한다.

환자의 감정 상태는 정말로 중요한 사항이고 만일 의사 자신이 이를 다룰만한 능력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정신과 의사, 심리학자, 종교인 등 환자가 원하는 사람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자 가족들과의 의사 소통

환자가 혼자이거나 혹은 그의 가족이 그를 만나러 오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는 경우를제외하고, 의사는 환자의 가족들과 어느 정도의 접촉을 갖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의사는 환자가 치료 받는 장소, 즉 환자의 자택, 사설 상담소, 무료 진료소, 혹은 병원에서 환자의 가족들을 만나게 된다.

가끔은 환자의 가족들 중 한 명이나 혹은 여러 명이 환자와 동행하여 의사를 찾게 된다.

어린이, 청소년, 노인 환자의 경우 이렇게 가족이 동행하는 것은 특히 환자의 병력에 관한 정보를 얻는 데 있어 유용한 일일 뿐더러 불가피한 것이기도 하다.

환자가 성인일 경우에는 옆에 가족이 있다는 사실은 바람직한 것이기는 하지만, 어떤 때는 역효과가 나기도 한다.

왜냐하면, 가족의 존재로 인해 환자는 가족들에게는 숨기고 싶은 특정 질병을 의사에게 알리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불편함을 피하기 위해 적당한 때에 의사는 환자를 동반해 온 사람들에게 환자와 잠시 동안 단독으로 대화 하고 싶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환자 동행인들이 수긍할 것이며 환자로서는 대만족인 것이다.

이따금 환자를 진찰 하기 전에 그의 가족이 먼저 의사와 상담을 요청할 때가 있다.

이는 의사가 알지 못하는 사실(예를 들어, 악성 종양의 존재 여부 등)을 알려주고자 하는 것이거나 혹은 십중팔구 상담 시 환자가 일부러 의사에게 말하지 않았거나 축소 시킨 사실(예를 들어, 만성 알코올 중독)에 대해 알려주려는 것일 수도 있다.

환자의 가족들과 상담하는 목적은 대부분 다음과 같다.

△환자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병에 대한 진단과 그 예후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한 목적
△의사의 입장에서는, 환자의 연령 (유년, 고령) 또는 정신적 문제 (정신적 혼란, 혼수 상태) 때문에 얻기 힘든 환자의 병력에 관한 정보 확보의 목적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의 상태가 악화될 수 있는 시기나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시점에 대해 가족들이 원하는 때에 알려주기 위한 목적
△의사의 입장에서, 환자가 따라야 할 치료법에 대한 - 가족들을 위한 - 정보, 권고 사항, 설명 (식이 요법, 약물 투여 방식 등) 에 대한 목적
△환자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 중요한 치료(예를 들어 위험성이 큰 외과 수술)에 관해 가족과 의사가 서로 토의하기 위한 목적
△환자를 안심시키고 가족들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키려는 목적

*원저 : 환자와의 의사소통을 위한 실용적인 길잡이(의사소통에 있어서의 기술, 방법 그리고 시행착오)
*저자 : 콩스탕티티노이안돌로
*출판사 : 메디메디아 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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