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부 이현주 기자

헤어지지만 상대방의 앞날을 축복해 주는 행동은 드라마나 영화에나 나올 법 한 일이다. 현실 이별은 생각보다 찌질하고 구차하다.

회사 간의 이별상황에 대입해 봐도 비슷한 모습이다. 취재하다 보면, 오리지널 품목에 대한 공동판매 연합전선이 깨지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지난해 D제약과 M제약 사이 당뇨병 치료제, 고지혈증 치료제 등 1500억원에 이르는 코프로모션 계약이 8년여 만에 종료되면서 대웅 측 직원이 전단지를 만들어 거래 의원들에 배포했다.

계약 종료를 알리고, 또다른 도입 품목을 디테일하는 용도였지만 상대 회사를 비하하고, 희화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참신한 디스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등등 이는 당사자들 외에 타사 직원들 사이에서도 이슈였으며 지금까지도 간간히 회자되고 있다.

회사 간 법정 공방까지 가는 일도 있었다. LG생명과학이 계약기간이 만료되기 전 파트너를 변경하면서 기존 파트너였던 사노피는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했다.

사노피는 계약해지 절차의 적법성을 들어 손해배상을 요구했으며 LG생과는 불성실한 판촉활동을 이유로 계약해지 요구가 정당했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싸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최근에 계약 종료로 오리지널 품목을 빼앗긴 제약사 직원이 거래처 병원에서 하소연을 늘어놓는 바람에 오리지널을 가진 회사 직원이 교수로부터 쓴 소리를 들었다는 얘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또다른 제약사에서는 "OO품목 가져가봐야 별 볼일 없을 것"이라며 깎아내리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열심히 디테일해 매출을 성장시킨 품목을 하루아침에 내줘야 하는 일은 청천벽력일 수 있다. 아등바등 실적 채우기에 바쁜 상황에서 든든한 오리지널 품목이 날아가는 일이니까.

그렇다고 해서 상대를 비방하고 견제하면서 불필요한 감정을 소모하는 것은 자신의 발전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개인은 물론 회사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오늘의 적이 내일의 동지가 되고, 오늘의 동지가 내일의 적이 되는 것처럼, 관계란 어떻게 변할지 모른다. 어떤 품목에 대해서는 코프로모션 관계가 종료됐지만 다른 품목으로 새로운 관계가 시작될지 모르는 일이며, 나아가 복수심을 활활 불태웠던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 

치열한 경쟁사회, 떠나버린 제품 앞날의 발전을 빌어주는 일까지는 할 수 없지만 구차하게 마무리되는 관계는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메디칼업저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