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심혈관중재학회 김효수 이사장, "자율적인 시술 및 진료할 수 있는 환경 만들 것"

▲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김효수 이사장은 학회로서 학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회원들이 의사로서의 양심 하에 자율적인 시술 및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합리적인 환경을 만들어 대한심혈관중재학회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는 것이 최대 목표입니다"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김효수 이사장(서울의대 순환기내과)은 지난해 4월 제11기 집행부 출범 이후 학회를 절반가량 이끈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학회로서 학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학회 회원들이 의사로서의 양심 하에 자율적인 시술 및 진료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한쪽도 소홀히 하지 않겠다는 김 이사장의 굳은 각오는 지난 10개월간 행보에서 엿볼 수 있다. 지난달 12~14일 서울신라호텔에서 열린 제13회 동계통합학술대회를 성공적으로 이끌었고, 학회가 주도하고 있는 경피적관상동맥중재술(PCI) 등록사업(일명 K-PCI 등록사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2년 임기의 반환점을 향해가는 김 이사장을 만나 지난 활동을 돌아보면서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들어봤다.

학회 주도의 등록사업으로 합리적인 정책 제안할 것

그가 취임 당시 내걸었던 공약 중 하나가 '대정부 활동 강화'다. 2014년 정부가 PCI의 스텐트 개수 제한을 폐지하는 대신 심장통합진료를 통해 시술을 결정한다는, 이른바 스텐트 개정고시를 실시하면서 적지 않은 소란이 있었다. 이를 계기로 학회가 회원들의 권익을 직접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스텐트 보험 기준을 철폐하면서 정부는 PCI가 범람할 것으로 지레 겁먹었다. 하지만 통계에 따르면 스텐트 개정고시 전후 1인당 스텐트 삽입 건수는 차이가 없었다"며 정부 정책을 경계했다.

이에 학회에서는 자체적인 전국 자료 모집 사업을 주도하고 있다. 회원들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선 전문가 집단이 전국적인 자료를 미리 확보하고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제는 전문가들이 향후 정책을 제안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뜻이다.

2015년부터 시작된 K-PCI 등록사업이 그중 하나다. 이 등록사업은 심평원 주도의 허혈성 심질환 평가사업의 문제점을 바로잡기 위해 학회에서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전국 120~130개 심혈관센터 중 90개 센터가 참여해 4만 5000여 건의 PCI 자료가 모였고, 지난해 4월 중간 결과를 공개했다.

그는 K-PCI 등록사업 결과에서 지역, 병원 규모, 환자 특성에 따라 진료 패턴이 조금씩 달랐다고 설명했다. 그 예로 응급환자가 많은 병원의 경우 증상이 있고 허혈이 나타나면 바로 시술을 하지만, 어떤 지방 병원에서는 외래환자들도 상황에 따라 시술을 결정했다는 점을 꼽았다.

이에 향후 정책을 논의하고 결정하기 위해선 전문가 집단이 전수조사를 통해 진료환경을 폭넓게 이해하고 분석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야만 국가 자원을 적절하게 배치하면서 환자의 의료 낭비를 줄이고, 병원의 과잉진료 문제를 합리적인 방법으로 해결하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것.

아울러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의 첨단시술법으로 주목받고 있는 경피적대동맥판막치환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 TAVI)에 대한 등록사업(일명 K-TAVI 등록사업)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기존에는 환자 가슴을 열어 협착된 대동맥 판막을 제거하고 새로운 인공판막을 삽입했지만, TAVI 도입 후 가슴 개복 없이 인공판막이 장착된 도관을 삽입하면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국내에서는 1000명 이상이 TAVI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러한 모든 자료를 정부에 강제적으로 제출하게 돼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 집단이 자료를 모은 후 비전문가인 정부기관이 해석하고 그다음에 전문가들이 재해석할 경우 분명 온도차가 있다고 피력했다.

그는 "현재 정부에 제출한 자료와 똑같은 자료를 학회에서 모으고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자료를 제대로 분석해 향후 나아갈 방향을 제언함으로써, 의사의 진료권을 공고히 하고 최종적으로 환자에게 제대로 된 진료를 제공하는 근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지난해 가을 K-TAVI 등록사업 테스크포스팀이 구성돼 전국 10개 병원에서 정부에 제출했던 자료를 재수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K-TAVI 등록사업의 일차 백서는 내년 동계통합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 전망하면서, 분주히 움직여 국내 TAVI 현황을 정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환자들의 TAVI 비용 부담 낮추겠다"

▲ 대한심혈관중재학회 김효수 이사장(서울의대 순환기내과) ⓒ 메디칼업저버 김민수 기자.

TAVI는 수술적 치료와 비교해 수술 중등도 위험군에서 뇌졸중 또는 사망이 적게 발생해 효과와 안전성을 입증받았다. 하지만 국내 환자들이 TAVI 혜택을 보기엔 상황이 녹록지 않다. 

수술적 치료는 전액 건강보험이 적용되지만 TAVI는 20%만 지원되기 때문이다. 많은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가 가슴을 열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TAVI를 원하고 있지만,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수술적 치료를 받는 실정이다. 

그는 "비용이라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TAVI와 수술적 치료가 결정되고 있다"며 "학회 차원에서 더욱 많은 환자가 TAVI를 받을 수 있도록 건강보험 개선방안을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AVI와 비슷한 시기에 도입된 비봉합 대동맥판막치환술(Sutureless Aortic Valve Replacement)이 지난해 12월 50%가량 건강보험이 적용됐기 때문에, TAVI도 건강보험 혜택을 넓힐 수 있는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그의 전언이다. 

그는 "TAVI의 유용성에도 불구하고 비용 문제로 많은 환자가 시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올해 중반기부터 TAVI도 50%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추진할 계획이다"고 의지를 밝혔다.

세계에 국내 우수한 연구 역량을 알려 국제적 위상 유지

국제적인 위상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도 피력했다. 국내 심혈관중재시술 분야는 전 세계적으로도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위상이 정점에 도달한 후 하향추세를 보이며, 이마저도 국내 심혈관중재시술 분야의 전문가들이 우수한 논문을 권위 있는 세계 학회지에 발표하고 있기 때문에 버티고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

문제는 무엇일까. 그는 "심혈관중재시술 분야는 시술기구를 기반으로 하는 진료분야다. 그러다 보니 시술기구를 개발하는 기업의 영향을 받게 된다"며 "현재 기술이 진화하면서 스텐트, 인공판막 등을 이용한 새로운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다. 기업이 시장을 보는 관점은 매출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매출량이 많은 중국과 일본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시술기구 매출이 가장 많고,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매출이 많을 뿐만 아니라 같은 시술기구라도 국내보다 1.5~2배 더 높은 가격으로 허가해 주고 있다는 것. 이와 함께 두 나라 모두 환자 사례가 많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기업들이 우리나라보단 중국과 일본에 치중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국내 심혈관중재시술의 학술적 질이 높아 현재 위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5년만 지나도 중국과 일본에 역전될 것"이라며 "정부는 경쟁력 향상을 위해 새로운 시술기구가 국내에 출시됐을 때 산업적인 면에서 국가 간 경쟁 요소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고, 활발하게 시술에 적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학회의 역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중국 및 일본 중재학회와 공동 학술 활동을 활성화해 국내 학회의 우수한 연구 역량을 계속 알리면서 국제적인 위상을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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