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호흡기감염 환자에서 급성 심근경색증 위험 상승

비스테로이드 소염제(NSAIDs) 계열의 심혈관 안전성 논란이 다시금 불거졌다.감기 또는 독감 등 급성 호흡기감염(acute respiratory infection, ARI) 환자가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NSAIDs 치료를 받으면 급성 심근경색증(acute myocardial infarction, AMI)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가 발표된 것이다(J Infect Dis. 2017 Feb 1. [Epub ahead of print]).2000년대부터 시작된 심혈관 위험 문제는 지난해 NSAIDs가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의 심혈관에 안전하다는 점을 규명한 PRECISION 연구가 발표되면서 종지부를 찍을 것으로 보였다.하지만 이번 연구가 NSAIDs의 심혈관 안전성 논란에 다시 불을 지피면서 향후 약물 처방 및 연구에도 영향을 줄지 이목이 집중된다.NSAIDs 심혈관 안전성 '갑론을박'NSAIDs의 심혈관 안전성 논란은 해당 약물 중 하나인 로페콕시브(rofecoxib)가 심근경색 위험을 높인다는 연구가 시발점이 됐다.류마티스 관절염 환자를 대상으로 로페콕시브 대 비선택적 NSAIDs인 나프록센(naproxen)의 심혈관 안전성을 비교한 결과, 로페콕시브 치료군에서 심근경색 발병 비율이 4배 더 높았다(N Engl J Med. 2000;343(21):1520-1528).단 위약과 비교하지 않았기에, 연구팀은 로페콕시브가 심혈관에 위험하다는 것보단 나프록센이 안전하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하지만 2004년 APPROVe(Adenomatous Polyp Prevention on Vioxx) 연구에서 로페콕시브 치료 시 심혈관 혈전성 사건이 위약 대비 유의미하게 높다고 확인되면서(N Engl J Med. 2005;352(11):1092-1102), 심혈관 합병증에 대한 우려로 로페콕시브 시판이 중단됐다.이어 또 다른 NSAIDs 약물인 발데콕시브(valdecoxib)에서도 심혈관 위험이 감지돼, 2005년 미국식품의약국(FDA)은 해당 약물의 판매 중단 결정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FDA는 아스피린을 제외한 모든 NSAIDs 제품 라벨에 심혈관 위험에 대한 경고문을 추가하도록 권고하면서 제약사에게 약물의 심혈관 안전성을 평가할 것을 주문했다.이러한 권고 수준은 2015년에 한층 강화됐다. FDA가 NSAIDs 제품 라벨에서 심근경색 및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may increase)'는 내용을 '증가시킨다(increase)'로 변경한 것. 아울러 이러한 위험은 약물을 장기간 또는 고용량을 복용할수록 높아진다고 밝혔다.그러나 NSAIDs의 심혈관 안전성 검증이 중요한 연구 포인트로 지목되고 다소 부정적인 목소리에 힘이 실렸던 학계 분위기는 지난해 미국심장협회 연례학술대회(AHA 2016)에서발표된 PRECISION 연구를 계기로 전환점을 맞았다.NSAIDs 치료가 필요한 골관절염 또는 류마티스 관절염 환자 약 2만 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대규모 연구에서 심혈관 안전성 근거를 확보한 것이다.34개월간 추적관찰한 결과, NSAIDs 약물인 세레콕시브(celecoxib)는 비교적 안전한 약제로 간주되는 비선택적 NSAIDs인 이부프로펜, 나프록센과 비교해 심혈관 안전성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이 결과로 학술대회에서는 NSAIDs 제품 라벨의 심혈관 위험 경고문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과 연구에 포함된 환자군의 심혈관질환 위험이 낮기 때문에 근거가 부족하다는 입장이 맞서면서 뜨거운 토론이 이어졌다.ARI 환자, NSAIDs와 병용치료 시 AMI 위험 3.41~7.22배 상승

이러한 상황에서 국립 대만대학병원 Yao-Chun Wen 교수팀이 논란에 다시 한번 불을 붙였다. 이번에는 ARI 환자에서 NSAIDs의 심혈관 위험을 경고한 것이다.

결과에 따르면 감기 또는 독감 등의 ARI 환자가 호흡기감염 치료와 NSAIDs를 병용할 경우 AMI 위험이 높아졌다.

이에 Wen 교수는 임상에서 환자들의 호흡기 증상을 완화하고자 NSAIDs 치료를 시작하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Journal of Infectious Diseases 2월 1일자 온라인판에 실린 논문을 통해 밝혔다.

연구팀은 2007~2011년에 AMI로 입원한 ARI 환자 약 1만 명을 대상으로 교차분석을 했다. 주요 평가변수는 ARI 환자가 NSAIDs 치료를 받았을 때의 AMI 발병 위험비로 설정했다. 

분석 결과 ARI 치료만 받은 환자에서 AMI 위험은 2.65배 증가했다(aOR 2.65; 95% CI 2.29~3.06). 즉 ARI 환자는 기본적인 치료만으로도 AMI 위험이 높은 상태였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은 NSAIDs 치료를 받았을 때 급격히 높아졌다. NSAIDs 복용 시 AMI 위험이 3.41배 증가한 것이다(aOR 3.41; 95% CI 2.80~4.16). 뿐만 아니라 NSAIDs를 정맥주사할 때 위험이 7.22배 상승하면서(aOR 7.22; 95% CI 4.07~12.81) 심혈관 위험이 극대화됐다. 한편 NSAIDs 치료만 받은 환자에서는 AMI 위험이 1.5배 증가한 것으로 나왔다(aOR 1.47; 95% CI 1.33~1.62).

AMI 위험은 NSAIDs 용량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었다. 저용량 치료 시 AMI 위험은 2.95배 높아졌고(aOR 2.95; 95% CI 2.31~3.75), 고용량에서는 3.32배 증가했다(aOR 3.32; 95% CI 2.34~4.93).

심혈관 위험이 높아진 기전에 대해 Wen 교수는 "ARI와 NSAIDs의 상호작용으로 면역단백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 생성물이 증가하면서 동맥경화병변에 대식세포가 축적되고, 염증 및 응집이 많아졌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번 연구를 두고 영국 런던 보건대학원 Charlotte Warren-Gash 교수는 "이번 결과는 ARI 치료시 NSAIDs 처방에 신중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임상의는 ARI 증상을 완화하기 위해 NSAIDs를 선택할 때 환자의 건강상태뿐만 아니라 치료 중인 약물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호흡기질환에 NSAIDs 치료 길어야 일주일…일반화 어려워"

국내 전문가는 이번 결과를 일반화하기엔 조심스럽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한양의대 김상헌 교수(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는 "기본적으로 호흡기질환 치료에 NSAIDs가 필요하지 않다. 폐렴, 급성 기관지염에서는 처방하지 않으며, 감기 또는 전신증상 중 하나로 두통이나 발열이 있을 때 쓸 수 있다"며 "하지만 치료 기간은 길어야 일주일이기 때문에, 연구에서 제기한 NSAIDs의 심혈관 위험을 실제 임상으로 일반화시키기엔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개별적인 NSAIDs 약물간 위험을 비교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분석한 점도 한계점으로 꼽았다.

그는 "로페콕시브는 심혈관 위험을 증가시킨다고 알려졌지만, 모든 NSAIDs가 이러한 위험을 높이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면서 "연구 하나만으로 전체적인 위험에 대한 답을 얻기가 어렵기에, 향후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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