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선혜 기자

고령 환자를 마주하는 일선 개원가에서는 목표혈압을 두고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취재과정에서 의사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기준치를 어디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한다. 

2013년 국내 고혈압 진료지침이 마련됐지만 이후에도 고령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 혼란스러워하는 모습이다.

이런 배경에는 SPRINT 연구가 있다. 2015년 '혈압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The lower is the better' 전략에 힘을 실으면서 논란에 불이 붙었다.

즉 고령 환자 혈압을 140mmHg가 아닌 120mmHg 미만으로 적극적으로 조절해야 심혈관 임상혜택이 있다는 것이다.

국내 전문가들도 SPRINT 연구가 "혈압을 낮출 수 있을 때까지 최대한 노력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며 임상적 유용성을 인정한다.

하지만 나이와 위험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강력한 혈압조절이 더 위험할 수 있기 때문에 목표혈압을 완화해 유지하자는 입장도 팽팽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내과학회(ACP)·미국가정의학회(AAFP)가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결론은 아직은 느슨한 목표혈압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이에 60세 이상 고령 환자의 목표 수축기혈압을 140mmHg 미만에서 150mmHg 미만으로 기존보다 완화한 기준치를 제시했다. 국내 진료지침에서 권고하는 140~150mmHg 미만보다 느슨한 기준이다. 

이처럼 고령 환자의 목표혈압이 들쑥날쑥하게 제시되는 가운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한 학계의 중재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고혈압학회는 목표혈압에 대해 향후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물론 논란이 될 수 있는 연구 또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될 때마다 학계가 일일이 대응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개원가의 관심을 반영해 진료현장에서 나아갈 이정표를 제시해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개원의들은 "학회에 가보면 SPRINT를 강조하며 가급적 낮추라고 하는데 가이드라인에는 정반대로 권고하고 있어 혼란스럽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하게 쏟아내고 있다. 명쾌한 입장이 필요한 지금, 고령 환자의 목표혈압에 대한 학계의 중재안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해 대한내분비학회 등 국내 5대 학회가 '저탄수화물·고지방 식사' 열풍에 대해 발 빠르게 공식입장을 밝히면서 논란을 잠재운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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